대장정의 마무리를 하다. 엄마와 함께

by 우성


엄마, 내친김에 남미까지


앞서 낸 책 두 권은 이미 읽었다. 그때는 그게 끝인 줄 알았다. 두 번째 책은 제목 자체가 해피앤딩이었으니까. 그래서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신간이 나왔다.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유명세를 치른 김에 더 치러보자, 그래서 인세라도 더 받아먹어보자, 뭐 이런 생각으로 책을 내기 위해 한 여행인줄 알았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건..


아시아나 유럽 아프리카에 비해서 중남미가 훨씬 볼거리, 얘깃거리가 많은 지역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이 역시 편견일수도 있다. 오히려 아시아가 감성이 풍부한 글이 많이 나오는 지역일수도 있고, 볼거리나 즐길 거리는 유럽이나 아프리카 같은 곳이 많을 수도 있겠다. 어디까지나 가본 사람의 주관이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니까.


결과적으로..


앞선 두 권보다는 이번 책이 더 재미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엄마’ 께서 능동적으로 여행을 했다는 게 아닐까. 저자인 태원준은 과감하게도 엄마에게 ‘경제권’을 쥐어준다.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리고 이번 책이 더 재미난 이유는 지난 여행보다는 돌아다니기가 덜 바빠서이지 않았을까. 실제로 앞선 책들에서는 여행 정보지의 느낌이 강하게 났다면 이번 책에서는 에세이적인 느낌이 그 전보다는 조금 더 났다. 엄마의 여행일기가 들어 있었던 것도 그런 느낌이 들게 한 부분 중 하나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글 솜씨가 더 나아진 걸까. 이번에는 초반부터 풋! 하고 나도 모르게 웃는 부분이 많았었다.


전자책 단말기의 흑백화면 덕분에 절정의 경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사진을 제대로 보지 못한 부분은 조금 아쉽다. 특히 유우니 사막을 찬양하는 부분에서는. 우리나라 전라남도의 면적만큼이 소금사막이라니.. 직접 가서 보지 않고서는 그 벅찬 감동의 반의반도 느낄 수 없을 텐데, 하물며 사진까지 흑백으로, 그것도 잘 보이지도 않는 사진이라니..


예전에 유명한 남미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강한 끌림과 호기심은 없었는데, 이번에 유독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드는 이유는 뭘까.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단락을 꼽자면..


첫 번째.

엄마를 허락 아닌 허락을 구한 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클럽중 하나라는 곳을 찾았다. 화려한 공연들이 이뤄지는 가운데 세 시간쯤 지났을 때, 주인공이 그곳의 가드에게 묻는다.


“대체 이 공연은 언제까지 하는 거예요?”
“당신이 지칠 때까지요.”


두 번째.

최초로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 초보자라 맛보기 체험용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나고 난 뒤 누군가에게 물어보니 경악을 금치 못했단다. 살아온 게 다행인줄 알라고.


세 번째.

세계에서 치안이 가장 위험하다는 어딘가.

“뭐 별거 있겠어?”


엄마의 말 한마디에 ‘그래, 정말 뭐 별거 있겠어.’ 라는 마음으로 그곳에 도착. 숙소에 도착한후 가게에라도 나가려고 호텔 종업원에게 물어보자 그가 카운터에 보관하고 있던 총을 보여주며 한마디.


“이거 진짜 총이야. 내가 굳이 이걸 보여주는 이유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대비할 정도라면..


저자인 태원준과 그의 어머니는 이 여행으로 일약 스타가 됐다. 각종 인터뷰는 물론이고 방송출연까지 하며, 저자는 여행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가는 중이기도 한 것 같다. 나 역시 동생의 와이프가 보고 있던 책이라, 그녀의 책 고르는 눈을 믿었기에 읽었던 책이기도 하다.


물론 엄마와 세계여행, 좋다! 가려고 했던 이유와 그간의 여정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여행기로서의 재미? 내가 시작을 하면 웬만하면 끝을 보는, 최소한 책 읽기에서는 그런 성격인지라 마지막 권까지 다 읽기는 했지만, 재미는 중간 정도다. 그냥 시간 날 때 짬짬이 읽을 정도. 너무 재미가 있어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읽을 정도는 아니었다. 호기심이 마지막 권까지 나를 이끌었지만, 아마 시작을 하게 된 이유가 아니었다면 스스로 찾아 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런 정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홍보문구와 내용으로 가득 찬 책은 너무 많기 때문에.


감동도 중간 정도다. 솔직히 말하면 그보다 조금 아래. 물론 아들이 엄마하고 하는 세계여행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그 둘이 여행을 하는 그 이야기 자체만으로 충분히 감정이입이 되는 사람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꽤나 책도 많이 읽고 감성적인 남자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어쩌면 ‘여행기’ 자체가 나와는 안 맞을지도 모른다. 내가 선호하는 분야의 도서류는 아니라는 소리다. 난 여행기 보다는 ‘여행 에세이’ 가 더 좋았다. 항상 그랬다. 아니면 인터뷰집 같은 것? 내게 깊은 감동까지는 아니어도 생각을 많이 하고 여운을 느낀 건 그런 종류의 책들이었다.


이 책이 나름 성공하고 관련된 인물이 유명세를 탄 건, 입소문덕이 큰 것 같다. 하긴 세상의 어느 아들이 환갑인 엄마를 데리고 세계여행을 그것도 도합 5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하려고 하겠는가. 보통은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의 여행 블로그가 인기를 끌었고, 책까지 낸 것이라 생각된다. 시도 자체도, 기나긴 여행을 무사히 끝냈다는 것도 부럽고, 유명세를 타고 책까지 낸 것도 부럽다. 여러 가지 면에서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