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고 난후 추천사를 읽으면서 저자인 강백수가 정규직 화이트컬러를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 정말 놀랐다. 그리고 그의 글 솜씨와 상상력에 감탄했다. 인터뷰를 가장한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흘리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캐치한 것만으로 이런 디테일한 비아냥이 가능한가?
사축일기.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 알 수 있었다. 한자로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축의 ‘축’ 자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도축의 ‘축’ 자와 똑같은 의미가 있다는 것을.
회사와 상사, 동료와 후임, 그리고 날마다 가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향해야 하는, 향할 수밖에 없는 애증 어린 장소인 그곳. 그곳에 대한 비아냥이고 풍자이며 헌사이다. 꼭 정규직 화이트컬러가 아니어도 회사라는 곳을 조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어느 순간 ‘풋’ 하고 웃거나 깔깔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엄청나게 느슨한 몇 줄의 글자로도 이렇게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니. 예전에는 이렇게 공간이 느슨한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 책을 읽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던 그런 편견이 조금은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