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아니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깊은 이야기
이미 여행기도 여섯 권이나 출간을 한 여행 작가이기도 하고 자전적 소설도 낸 소설가이기도 하다. 여행 관련 프로그램에 가끔 얼굴을 보이니 방송인이라고도 해야 하나. 암튼 이 책의 저자 박민우는 꽤나 유명인이었다.
이 책은 그의 첫 번째 책인 세권의 남미시리즈, 그 다음에 나온 책이었다. 하지만 내가 본 그의 책 중에선 첫 번째다. 그 후로 몇 년 정도 있다가 여행기도 사서 읽어봤던 것 같다.
조금은 발칙한 작가다. 말하는 것도 쓴 글도 조금 방정맞기도 하다. 원래 그런 사람인가 보다. 그의 첫 번째 책인 세권의 남미여행기, 그리고 나중에 나온 세권의 아시아여행기는 그저 무난한 수준이었다. 재미가 없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저 내가 이 책 ‘스테이’ 에서 얻은 감흥이 커서 기대치가 높은 탓이었다.
이 책과 비슷한 책이 하나 있다. 이미 너무 유명한 ‘on the road'.
장기 여행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과 그런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이라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이 책 ‘스테이’ 는 여행을 왔다가 아예 그곳에 몇 년씩 눌러 앉아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다는 점이 ‘on the road' 와 다르다면 조금 다른 점이다. 물론 그 책에서도 한곳에 생활하듯 머물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딱 하나 실려 있긴 하지만.
처음에 ‘on the road' 를 읽었을 때 굉장한 충격을 받았었다. 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으니까. 해외여행이라는 것이 많이 활발해지긴 했지만 몇 년씩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줄이야. 지금은 제수씨가 되어버린 당시 친 동생의 여자 친구가 추천해준 책이었다. 그리고 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해버렸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다양한 생각들이 존재하는구나..
이 책 ‘스테이’ 는 조금 더 깊은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다. 물론 작가가 그런 이야기를 처음부터 다루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머릿말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고는 말하고 있지만 그게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에 컨셉으로 정해진 건지, 아니면 모든 인터뷰가 끝난 후에 저절로 그렇게 된 건지를 내가 알 수는 없으니까.
인터뷰이들은 생각보다 엄청난 사람들이 많았다. 고향을 떠난 지 몇 년씩 된 건 기본이었고 인터뷰를 하고 있는 중국의 그 마을들에서 산지도 이미 몇 년씩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연히 여행 중 만난 남자와 결혼해서 그곳에서 게스트 하우스를 대신 운영해주며 두 아이와 남편과 소소하게 살고 있는 스위스 여자.
미국인에게서 방 한 칸을 빌려 살며 근처의 가게에서 노래를 하는 마흔한 살의 한국 남자.
그는 어릴 때부터 학교 공부가 그렇게 싫어 틈만 나면 학교를 안 갔단다.
대학은 물론. 그 대신 돈을 벌수 있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해서 돈을 모아 여러 나라를 여행했고 지금 이곳에 살고 있다고.
그리고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것들엔 일단 몸도 마음도 받아들이지를 못하는 체질이라고.
그는 노래하는 까페에서 한 달에 삼십 만원의 월급을 받고 산다고 했다.
월세를 내면 이십 만원 남짓. 넉넉한 건 없지만 크게 부족하지도 않게 산다고.
이외에도 책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물론 이렇게 강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만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느낌은 비슷했다.
그들은 다른 사람처럼 살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보통의 세상 사람들이 사는 사이클에서 벗어난 사람들, 그들은 애초에 엄청난 사람이기에 그게 가능했을 것이다. 그들이 이렇게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오래 살기까지 있었던 일들은 꽤나 스펙터클하기도 하고 드라마틱하기도 하지만,
자꾸만 비교를 하게 되는데 이 책은 ‘on the road' 만큼 유명세를 타진 않았던 것 같다. 그 책의 저자인 박준 작가는 방송과 더불어 책이 화제가 되면서 경기 외곽에 아파트를 장만할 정도로 인세가 많았다고 알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 박민우는 여행경비가 모자라 여행도중 출판사에 선인세를 부탁해야 할 정도로 금전적인 문제에 시달렸던 것 같으니. 그 이야기는 박민우 작가 본인이 여행기에 자주 언급했던 부분이었다. 그런걸 보면 미디어의 힘이 대단하긴 한 것 같다. 베스트셀러도 저자가 유명하거나 출판사의 마켓팅이 강하지 않은 책들이 입소문을 타고 올라가기는 힘든 게 현실이니.
이 책 ‘스테이’ 가 상대적으로 유명세를 덜 탄 건 타이밍의 탓도 있는 것 같다. 붐을 일으키는 타이밍. 'on the road' 는 그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잘 잡은 것이고, 박민우 작가는 그러질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 재조명 받을 날이 있겠지. 좋은 책이니까.
이건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