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여행에 눈뜨게 하고, 실제 첫 해외여행을 감행하게 했으며 세상을 보는 눈을 달라지게 했던, 내게는 아주 남다른 의미가 있는 책이다. 내 친동생과 지금은 그의 부인이 된 녀석의 여자 친구가 추천을 해서 읽었던 책이기도 하다.
길 위에서..
참 매력적인 말이다. 그 길 위에 있는 사람들 역시 참 매력적인 사람들인 것 같다. 여행의 마력에 빠져본 사람만 공감할 수 있는 말이다.
이 책은 국적을 불문하고 진행한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로 이뤄져 있다. 저자인 박준은 이 책으로 유명한 여행 작가가 되었다고 한다. 내가 이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그는 어딘가를 여행하며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정말 부러운 사람이다.
이 책은 장기 여행자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일 년 혹은 그 이상의.
장기 여행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한다. 잘 다니던 직장, 그로 인해 생기는 월급, 사람관계, 안정적이던 주거환경.. 막상 실행에 옮기기 전까지는 섣부르게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책속의 사람들은 용기를 냈다. 누군가는 아주 용감하게 또 다른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라는 건 일상생활속의 자신을 못 견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인터뷰이중 한명인 한 독일 청년은 항상 마약과 술에 쪄들어 살았었다고도 했다.
어떤 한 여인은 하루에 여덟 시간씩 주 5일을 일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고도 했다. 인생의 대부분을 일만 하며 사는 것 같다며.
한 그리스 청년은 그곳에서의 긴 생활을 바탕으로 아마추어 냄새가 물씬 나는 여행기를 써서, 그것을 팔아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었다.
한 한국인 소녀는 학교생활에 끝내 적응을 못하고, 현명한 부모님의 지원 아래 세상을 구경하는 중이었으며,
중년이 한참 넘어서 해외여행 한번 못해본 아내의 손을 어린아이의 손처럼 조심스레 꼭 잡고 느긋하게 타국에서의 시간을 즐기는 한국 아저씨도 있었다.
딱 일 년만 손 꼭 잡고 여행 다니자며 가산을 다 털어서 일 년 반 계획을 하고 여행 중인 신참 부부,
모든 것에 잘 모르겠다며 모호한 대답을 하는 시니컬한 벨기에 커플도 기억에 남는다.
이 책에는..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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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사람들 말고도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감히 겁도 없이 꽤 오랜 기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이중 누군가의 말은, 하루 평균 열두 시간씩 근무하는 게 일상인 보통의 대한민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호강에 겨운 소리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꽤 많은 것을 버리고 떠나온 그들 자신에게는 정작 그것이 가혹한 현실일지도 모른다. 세상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만큼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들이 존재하니까.
이 책에서 내가 느낀 것들이 그런 것들이다. 너무나 많고 다양한..
여행 에세이들은 보통 그런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잘 쓰여진 여행기에 그렇게 열광들을 하는 것일 테고.
그가 쓴 책은 이것 말고도 여러 권 더 있다. 전부 그의 색깔이 묻어나는 책들이다. 파스텔 톤으로 은은하게. 은은하다는 표현이 그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는 여행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하며 살았을까. 법과 영화를 공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쪽 일을 하며 살았을까?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법조인이라니.. 상상이 되지 않는다. 영화 쪽 일 마찬가지다. 예술계통이라 자유로울 것 같지만 협업의 본질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는 아마 어떻게든 여행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됐을 것이다. 그러지 못한 경우는 생각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