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물 마시기 도전
나에겐 일년에 한번 꼭 치러야 하는 거사가 있다.
바로 환절기 감기로 병원을 찾는 일이다.
올해도 가을로 넘어가는 문턱에 걸려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았다.
"몸이 많이 무리를 했네요. 당분간은 쉬시면서 무리하지 마시고, 스트레스 많이 받지 마세요.
따뜻한 물 많이 드시구요"
매 해 다른 병원에 가서 새로운 의사선생님을 만나지만 처방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무리하지 말것 그리고 물 많이 마실 것. 물 많이 마시라는 처방은 나도하겠
선생님 앞에서는 시키는 것은 뭐든 다하겠노라 약속하지만, 집에 돌아와서는 약먹는 것 마저도 거를 때가 많다. 하물며 물을 많이 마시라니. 하지만 올해는 병원을 나오며 나도 이참에 물을 한번 마셔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그 계기는 올 여름 결혼한 동생 덕분이다.
올 초, 결혼을 3개월 앞둔 동생이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호들갑을 떨며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평소 한방울의 물로 하루를 버텨내던 선인장같은 동생이 어느 순간부터 물을 찾았다. 아마도 다이어트 클리닉을 다녀온 다음이었던 것 같은데, 운동을 하지 않고도 살을 빼는 방법이라며 물을 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내심 얼마나 가겠냐고 생각했지만, 동생은 물통을 끼고 살았다. 도대체 물을 마시면 뭐가 좋은걸까. 동생은 두말 않고 나에게 링크 하나를 던져줬다.
"우리 몸은 진짜 배고픔과 가짜 배고픔을 구별하지 못한다"
사람은 밥을 먹은 직후에도 갑자기 허기가 지는 느낌을 받는다. 단맛이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싶은 것이 가짜 배고픔의 예다. 가짜 배고픔은 영양분이 부족해 나타나는 진짜 배고픔과 달리 스트레스를 받을 때 세로토닌 수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 세로토닌 분비를 다시 늘리기 위해 뇌가 몸에게 당을 더 섭취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결국 '스트레스를 받았어' 라는 신호를 '난 배고파' 라는 신호로 해석하는 것이 가짜 배고픔의 골자다.
이런 실수에서 벗어나는 좋은 판별법이 물마시기라고 한다. 물을 마시고 20분이 지나도 식사를 하고 싶다면 음식을 적정량 섭취해주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가짜 배고픔이었으니 물로 넘기면 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 이론적인 내용만큼 효과도 있을까? 나는 이후 여동생을 유심히 살펴봤다.
동생에게 나타난 첫번째 변화는 간식먹는 양의 감소였다. 주말이면 집에 있는 과자나 빵을 누가 다 먹었느냐며 서로를 의심했는데, 올 초에는 집안에 늘 간식이 풍족한 상태가 유지되었다. 이것도 일종의 가짜 배고픔이었는지, 간식이 풍족해지니 나도 평소보다 오히려 과자를 찾는 양이 줄었다. (물마시기의 간적적 수혜를 입은 셈이다) 대신 집 냉장고에 몇통씩 자리를 차지하던 물들이 점점 줄어갔는데, 심할 때는 어머니께서 하루에 한번 보리차를 끓이기도 하셨다.
물 마시기를 하고 2-3주가 지난 시점부터는 동생의 체형도 조금씩 변하는 것 같았다. 매주 몇킬로씩 빠졌다며 자랑처럼 이야기를 하던데, 숫자도 숫자지만 한 눈에도 팔이나 다리 살이 많이 빠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누가 알겠냐마는 3개월 동안 6kg 을 빼서 지금은 50kg 초반이라고 한다.
하지만 동생이 진짜 입이 마르게 자랑하는 물마시기의 장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화장이 잘 먹는다는 것이었다. 자기는 여름에도 수분크림을 한통씩 써야하는 건성피부인데, 물마시기 하고 나서는 피부가 촉촉하고, 당기는 느낌도 예전보다 덜하다고 했다. 동생은 피부과 열심히 다닐 때보다도 피부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며 이것만큼은 물마시기 효과가 분명하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다이어트 클리닉은 빠지지 않고 가던데, 피부과 가겠다는 이야기는 안했던 것을 보면 확실히 효과가 있긴 있었지 싶다.
동생이 물마시기로 톡톡한 효과를 보는 것을 바로 옆에서 봤기에, 매년 흘려들었던 의사선생님의 '물마시라'는 조언이 이번에는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병원을 다녀온 날 (9/21 금) 부터 하루 2L 물마시기를 시작했다.
물마시기를 하니 확실히 간식을 줄일 수 있었다. 입이 심심할 때면 으레 쵸콜렛이나 과자를 찾았는데, 지금은 배가 불러서 음식이 땡기지 않는다. 그래서인가 확실히 컨디션도 좋아지는 것 같고 덜 피곤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문제는 물마시기를 자꾸 까먹는다는 것이었다. 처음 3일은 250ml 컵으로 하루 6잔을 즐거운 마음으로 마셨는데, 그 다음주는 하루 평균 2-3잔을 마시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물을 꾸준히 마실 수 있을까?
동생이 나름의 노하우 두가지를 알려줬는데, 첫째는 밥먹고 잠자는 행동과 연결해서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는 방법이다. 먹는 약도 사실 '식후 30분이내' 에 먹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한다. 다만 사람들의 약 복용률이 너무 낮아서 이를 개선할 의도로 '밥먹는 행동' 과 연결을 시킨 것이다. 밥먹는 것만큼 하루에 규칙적으로 까먹지 않고 하는 행동이 없으니 그야말로 창의력 넘치는 해결방법인 것이다. 어쨋든 동생의 이야기는 '밥먹기', '잠자기' 와 연결을 시켜서 물을 마시면 하루 5잔은 꼭 마실 수 있다고 했다. 잠에서 깨서 한잔, 자기 전에 한잔. 그리고 매 끼 식사전 30분-1시간 전에 한잔씩. 그리고 추가적으로 생각날 때 한두잔을 더 마시면 2L 를 빼놓지 않고 먹을 수 있다.
또 한가지 방법은 아침 출근했을 때 책상에 2L 물을 준비해놓고 퇴근하기 전까지 물을 다 마시는 것이다. 나는 물 마시러 캔틴으로 가며 움직이기 위해 이 방법대신 알람을 선택했다. 하지만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동료들 중에 아침 출근할 때 물을 떠오고 하루 종일 떠온 물을 나눠 마시는 것이 이제는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쨋든 해야 하는 일이 눈에 보이면 목표를 까먹을 일이 없다.
끝으로 물마시기와 관련해서 한가지 팁이 있다.
우리가 보통 2L 의 물을 하루에 마셔야 하는 이유는 하루동안 몸에서 배출되는 2.5L 의 수분중 0.5L 를 음식 등을 통해서 얻고 있기 때문이다. 즉, 빠져 나가는 만큼 채우는 공식인데, 흔히 맥주와 차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서 수분 보충을 했다고 생각들을 많이 한다. 하지만, 술이나 커피는 마시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을 체내에서 빼내는 효과가 있다고 하니 사실상 마실수록 손해인 것이다. 그러니 잊지 말자. 물은 그냥 물이다. 바라건대 올 해 물마시기 습관을 꾸준히 이어가서, 내년 환절기에는 굳이 병원을 찾지 않아도 되면 좋겠다.
by 건강에 관심많은 20대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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