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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덕텐트 Jan 19. 2021

일상은 소중했었지

나는 오늘 사실 카페에 왔습니다



일상은 소중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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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고백하면 오늘 나는 몇 달만에 카페를 방문했다. 모든 분들께 죄송할 뿐이다.. 코로나가 겨울에 엄청 심각한 상황까지 이어졌고 우리는 한동안 5인 이상 집합이 금지된 2.5단계 거리두기 단계를 유지하며 새해를 맞이했다. 지속된 코로나에 지쳐 있던 와중에 18일부로 조금 기준이 완화된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었다. 따라서 헬스장, 카페, 노래방과 같은 시설들의 규제가 아주 약간 완화되었고 따라서 카페에 앉을 수 있었다.

  나는 코로나 이전에 카페죽순이, 코노돌이였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카페에 앉아있는 순간을 즐기곤 했기 때문에 내 여가시간 상당수의 시간은 카페와 노래방에 그 지분이 있었다. 그때에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 소중한 것임을 절대로 알지 못했다. 웬 바이러스 하나가 삶 전체를 마비시킬 줄 누가 알았을까.     





  지난 2학기 수업 과제로 작성했던 ‘약수역 아키비스트’의 모든 영감과 내가 약수의 장면을 크게 갈망하던, 그 모든 것의 모토가 된 약수 사거리 앞에 있는 내가 나름 좋아하는 카페 ‘리빈’에 도착했다. ‘내가 앉아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린 아직 코로나로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욕을 먹어도 싼 나다.     







  카페에 앉아서 별일을 하진 않았다. 혼자 앉아 사거리의 먼 풍경을 구경하고, 그냥 다이어리를 썼다. 그리고 이 글을 썼다. 앉아있는 것만으로 어색했기 때문에, 그리고 행복했기 때문에 사실 오늘 아무것도 못 해도 괜찮았다. 그러나 이내 슬프기도 했다. 우리가 언제쯤이면 이러한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라는 서운함이 들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우리는 보이지 않는 투쟁을 벌이고 있다. 맞서 싸우는 대상이 보이면 그나마 힘이라도 더 내볼 수 있을텐데, 우리의 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의료진들의 피나는 수고와 여러 자영업자 소상공인분들의 오랜 갈증과 같은 고통으로나마 간접적인 확인이 가능하다. 우리는 지쳐있다. 그래서 그 소중했던 ‘평범한 일상’들이 너무도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하루에 1천 명을 찍던 확진 현황은 이틀 연속 300명대로 감소추세이다. 정말 불행 중 다행이라는 표현이 이럴 때 쓰는 것 같다. 그러나 물론, 300명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여기서 방심하는 것이 아닌, ‘진짜 종식’을 위해 이 시국에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함은 사실이다.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인 것 같다. 나의 짧은 일탈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 잠깐 맛본 이 추억은 하루빨리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은 열망을 더욱 돋구는 계기가 되었다. ‘방심하지마!’라는 밈이 하나 떠오른다.

  우리 방심하진 말자, 그러나 나는 이제 빛 한 줄기 보일 수 있겠구나라는 그 가능성을 가지고 좀만 더 힘을 내볼 것이다. 언제나 이 순간에도 많은 노고와 바이러스와 싸움을 이어나가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죄송하고,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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