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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문자cho Feb 26. 2024

물 대신 마셔도 되나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차는, 어릴 적 냉장고 속 델몬트였던 유리병에 들어있던 보리차 일지도 모릅니다.

생수 판매가 94년도부터 시작되었으니, 겨우 30년 됐습니다. 생수를 팔지 않던 시절엔 수돗물을 끓어서 마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물 대신 마실 수 있는지를 궁금해하는 이유엔 이런 기억의 여운이 묻어있을 것 같습니다.


마냥 옛날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저희 할머니의 댁에선 여전히 보리차를 끓이고요, 국내의 차시장만큼 '기타 차'의 소비 비중이 큰 나라도 잘 없습니다. 국내의 음용 문화에선 수분 섭취를 목적으로 마시는 차의 소비가 크다는 걸 의미합니다. 차를 커피나 쥬스 같은 '기호식품'으로 생각하는 외국에선 차를 물처럼 마셔도 되는지는 잘 묻지 않습니다. 편의점엔 물과 보리차가 나란하고, 우리는 여전히 물 대용으로 차를 집는 것을 보면, 사실 누구보다 차와 정말 가까운 민족입니다.


어릴 적 큰 주전자에 한주먹 양을 넣고 끓이던 보리차, 메밀차와 현미차는 모두 물 대용으로 마실 수 있습니다. 곡물을 사용한 곡류 차니까, 밥을 매일 먹어도 괜찮은 것처럼, 안전합니다.


녹차와 홍차는 물 대용은 아닙니다. 차나무 식물에 천연적으로 존재하는 카페인 성분 때문인데요. 과도한 카페인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 이뇨작용을 일으켜 수분 배출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아이돌이 녹차꿀물을 마시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됩니다. 붓기가 결국 수분이기 때문이죠. 카페인의 일일섭취량은 최대 400mg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녹차 26잔, 커피 5잔 정도입니다. 이보다 보수적인 기준으로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는 좋겠습니다.


하지만 단지 카페인이 없다고 물 대용으로 권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편의점에는 옥수수수염차나 둥굴레 차 등 식물의 뿌리줄기를 사용한 차가 흔하게 있습니다. 헛개차처럼 열매를 우린 차와 결명자차처럼 식물의 씨앗에서 온 차도 있고요. 모두 카페인은 없지만, 제각각의 성분이 있기 때문에 물처럼 많은 양을 마실 거라면, 체질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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