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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산대디 Jun 14. 2024

대기업 직장인 에어비앤비 투잡,
1년간 경험담 (1부)

나는 직장다니면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한지 1년이 이제 넘었다.


나는 15년 정도 대기업 기획팀에서 회사생활을 정말 열심히 했다. 

회사를 다니면서 나의 연봉이 적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월급과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제법 많이 버는 편에 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와이프는 아이를 캐어하기 위해 휴직을 했고, 아이는 다니는 학원이 정말 많아졌다. 아이가 조금 더 편하게 공부했으면 하는 마음에 학원 셔틀버스를 안타고도 학원을 다닐 수 있는 동네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나의 은행 빚은 갑자기 많아졌다. 높은 이자 탓에 한달 월급의 많은 부분이 이자로 나가기 시작했다. 내가 누리는 생활이 만족스러우면서도 혹시 언제 깨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와이프가 전적으로 아이를 돌보았기때문에, 나는 돈 버는 문제는 혼자 책임을 지고 싶었다.


대기업에 다녔지만, 외벌이로 대출 이자를 내고, 아이를 키우기에는 월급이 부족했다.


여러 고민을 했다. 

일본에서 꼼데가르솜을 사다가 한국에 팔아볼까 시도도 해봤지만, 사는 건 쉬워도 파는 건 너무 어려웠다. 결국  손해만 봤다. 그러던 중 2022년에 우리 가족은 일본 도쿄에서 한달 살기를 했다. 아이를 위해 간단한 요리를 해야했고, 한식도 먹어야 했기 때문에, 부엌이 있는 숙소를 찾아보게 되었고, 결국 에어비앤비로 집을 구해서 살았다. 에어비앤비는 호텔처럼 편하진 않았지만, 임대 기간 동안은 완전히 나만의 독립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었고, 마치 내 집처럼 지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호스트를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호스트는 메시지로만 나와 연락을 했고, 필요한 물품은 내가 없을 때 갖다 두곤했다. 그것이 나에게도 썩 불편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2022년 겨울 부모님이 운영하시던 빌라가 노후화 되면서 공실이 많아졌다

게다가 주변에 새로운 옵션으로 무장한 신축 빌라가 늘어나면서 월세를 깎아야 세입자를 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다른 일은 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부모님 수입이 줄어들어 부모님 뿐만 아니라 나 또한 부담을 느꼈다. 이제와서 부모님이 다른 일을 새롭게 찾을 수는 없었다.


 그때 나는 큰 고민없이 부모님께 내가 에어비앤비를 운영해보겠다고 말씀드렸다.

당연히 부모님은 에어비앤비가 뭔지 모르셨다.


 설명을 해드려도 이해는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또 외국인만 받아야 한다는 것에 부담을 많이 느끼셨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게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운영은 내가 직접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부모님이 한번 해보자고 최종 결정을 내리셨다. 하지만 나도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냥 해보면 그래도 되겠다 싶었다. 그렇게 해서 2023년 4월에 에어비앤비에 등록을 했고, 4월 20일에 첫 손님을 받았다.


지금 딱 1년이 지났다. 에어비앤비에서 입금된 1년간 총수익은 6천 5백만원이 조금 넘는다. 


처음 시작하고 초반 2개월에 예약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성과라고 생각한다. 총 55팀의 게스트가 270박 정도 사용했고, 나는 운영한지 딱 3개월만에 슈퍼호스트가 되었다.





나는 주변의 친구들에게 에어비앤비 운영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다. 

준비하는 과정이 쉽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운영은 정말 쉽다.



우선, 본업에 전혀 차질없이 투잡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다.

에어비앤비는 2008년에 만들어진 이후 상당한 투자를 통해 사용이 상당히 간편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에어비앤비는 기본적으로 에어비앤비 앱을 통해서 예약, 안내, 상담, 배상요구 등 모든 것들이 진행된다. 쉽게 내가 호텔 운영주이고, 내가 고용한 직원들이 에어비앤비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예약상황을 나에게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주고, 내가 무엇을 결정해야하는지 알려준다. 게다가 고객의 메시지를 친절하게 번역까지 해줘서 나에게 전달해준다. 이미 일 머리 좋으면서 외국어까지 능통한 직원을 고용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본업을 하는 중에 크게 시간을 뺏기지 않는다. 회사 생활하면서도 업무시간에 가족과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는 게 흔한데 딱 그 정도의 강도라고 생각하면된다. 또한, 예측가능한 상황에 발송되는 문자를 미리 세팅해 둘 수가 있다. 예약을 하면 고맙다고 보내는 메시지, 체크인 다음 날 불편한점 없는지 안부 묻는 메시지, 체크아웃전날 안내 메시지 등 기본적으로 예측되는 상황에 맞게 미리 메시지를 세팅할 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업무 시간에 크게 메시지를 주고 받을 할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투입하는 시간대비 수익이 좋다.

에어비앤비는 빌라나 원룸같은 일반 임대업 대비 초기 비용이 더 든다. 침대, 테이블 등 가구 뿐만 아니라 집에 있는 대부분의 필수용품을 다 마련해야한다. 하지만 "외국인 대상"+"단기 임대" 라는 부가가치를 얹을 수 있다. 따라서 일단 임대로 월세를 받는 것 보다 수익 측면에서는 월등히 좋다. (좋아야 한다) 


한국에는 정말 다양한 외국인 집단이 여행을 한다. 나는 4~5명 정도의 외국인 가족을 타겟했다. 그에 맞는 인테리어와 실용적인 물품을 비치했다. 만약에 5명이 호텔에서 잔다고 생각을 해보면, 서울에서는1박에 적어도 40만원~50만원 이상은 지불해야 할 것이다. 나는 보통 27만원을 받고 있다. 한달에 20박정도 들어온다고 가정을 하면 540만원의 매출이 생긴다. 나의 시간은 하루 24시간이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회사에 묶여 있다. 시간을 많이 써야해야 하는 투잡은 할 수가 없다. 



 청소와 빨래는 내가 안해도 된다.

에어비앤비를 준비하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이 바로 청소와 빨래다. 그런데 조금만 알아보면, 청소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업체와 개인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업체마다 비용과 퀄리티가 천차만별이지만, 좋은 업체를 만나게 된다면, 손님이 체크 아웃하고난 후, 업체가 창고에 있는 청소용품을 사용해서 2시간 정도 쓰레기를 치워주고, 청소를 싹 해준다.  그리고 빨래도 요청하면 직접해주시고, 침구류 교체까지 완벽하게 해주신다. 또한 여름철이 되면 에어컨 청소도 저렴하게 해준다. 나는 청소를 전혀 안하지만 고객 후기 중에 우리집이 너무 깨끗하다고 남겨주시는 게스트분들이 제법 있다. 



인테리어에 대한 과도한 고민은 불필요하다.

내가 에어비앤비를 준비하면서 처음 한달간 제일 고민을 한 것이 바로 인테리어다. 집 근처에 에어비앤비 숙소를 검색해보면 정말 화려 그 자체이다. 소품, 가전제품 하나하나 아기자기하고 공간구성을 너무 깔끔하게 해서 사진을 찍으면 너무 이쁘게 나올 것만 같다. 나도 처음에는 이케아와 오늘의 집 어플을 붙들고 하루 종일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을 했다. 이뻐야한다고 생각했다. 고민은 끝이 없었고, 쉽게 물품을 구매하는 것도 어려웠다. 

결국은 포기(?)를 하고 외국인 가족이 한국에 여행을 와서 필요한게 무엇인지에 집중했다. 모두 모여서 밥 편히 먹을 수 있는 튼튼한 큰 테이블과 밥먹으며 외국 컨텐츠를 볼 수 있는 와이파이 연결되는 큰 TV, 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주방, 시차에도 편히 잘 수 있는 암막 커튼, 믿고 쓸수 있는 호텔용 하얀색 침구류와 수건, 넉넉하다 못해 요청하면 그냥 제공해주는 생수. 체크 아웃 이후에도 짐을 보관해주는 서비스. 나는 외국인 게스트들이 조금 더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에만 집중을 했다. 사진도 있는 그대로 찍어서 올렸고, 설명자료도 있는 그대로 적어두었다. 에어비앤비의 기본 컨셉은 다른 나라에서 살아보기이다. 그 목적에만 충실하게 편하게 지낼수 있게만 해주면 전혀 문제가 없다.



직장인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외국인도시민박업 등록을 하고 사업자를 내고 하는 엄연한 사업이다. 고객의 만족에 대해 매일 고민해야 하고, 때가 되면 세무사랑 이야기도 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야하고, 손해배상을 위한 조치도 요구할 일이 생긴다. 어느 직장인이라도 회사에서 배운 경험을 써먹어서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사업에 대한 리스크는 있다. 하지만 크지 않다. 

인테리어 및 구매한 물품 비용, 그리고 임대를 했다면 임대비 정도 된다. 초기자본이 1억이 넘는 대부분의 창업에 비해서 리스크가 작다. 만약에 운영이 잘 안되거나, 성향이 맞질 않아서 중단한다 해도 리스크가 1천만원이 넘기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만한 미래 준비가 또 있을까?


1년간 에어비앤비 운영을 통해서 나는 얻은 것이 정말 많다. 우선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들일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나에게는 에어비앤비 슈퍼호스트로서의 경험이 생겼다. 지금은 나는 지인들뿐 아니라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만난 분들에게 상담과 의견을 드리고 있다. 나의 경험이 도움 되는 걸 보면서 직장생활에서 얻을 수 없는 새로운 만족감을 얻었다.


1년 사이에 나는 새로운 영역에 전문가가 되었다. 사십 중반을 바라보는 시점에 새롭게 도전한 영역에서 전문가가 된다는 것이 나 스스로에게도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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