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둥아리 Aug 08. 2022

키우던 물고기가 죽으면 4살 아기는 무슨 생각을 할까?


얼마 전 5살 첫째가 집에서 물고기를 기르고 싶다고 했다. 아쿠아리움을 가지 않아도 매일 집에서 물고기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생명을 기르는 데 소질이 없는터라 망설였지만, 아이의 귀여운 부탁을 외면하기 어려워 그러자고 승낙했다.


며칠 뒤 아이들과 함께 물고기를 파는 가게에서 심사숙고하여 물고기 4마리를 사 왔다. 첫째가 고른 물고기 2마리, 둘째가 고른 물고기 2마리 이렇게 총 4마리였다. 아이들은 물고기에게 직접 이름도 지어주고, 아침마다 밥도 주면서 꽤나 행복해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물고기 두 마리가 죽었다.(이유는 알 수 없었다.)

남편과 나는 일단 죽은 물고기를 치우고 고민에 빠졌다. 일단 우리는 아이들이 격을 받을까 걱정이 됐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알아채기 전에 지금 당장 물고기를 사 오기엔,  물고기를 파는 가게는 너무 멀었다.


물론 생명의 탄생과 죽음에 대하여 알려주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겨우 4살, 5살의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탐탁지 않았다.(개인적인 가치관이다.)


리고 고민 끝에 남편과 나는 물고기들이 원래 살던 바다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의 말을 들은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왜 갔는지, 어떻게 갔는지 꼬치꼬치 물어보았다. 간신히 답을 얼버무리고 그렇게 하루를 넘겼다.


그리고 며칠 뒤 둘째가 물고기 두 마리만이 남은 수조를 보다가 갑자기 이렇게 말한다.


"엄마, 물고기 두 마리가 화장실에 숨은 거 아닐까? 꼭꼭 숨어라 하는 것 같아."


그러면서 아이는 나중에 목욕하다 찾으면 자기가 꼭 수조에 다시 넣어주겠다고 다짐까지 한다.


아이의 말을 듣자 나는 왜 물고기가 사라진 것의 이유를 찾기에 급급했는지를 후회했다. 적어도 아이들의 세상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렇게도 귀여운 생각을 하며 조잘대는 아이를 보며 나는 다시금 아이에게 물고기의 음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것에 안도했다. 네 살배기 아기에게 두 마리의 물고기는 아마도 여전히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이므로. 심지어 전보다 더 즐겁고 신나는 상상 속에서.


이만이, 아이라서, 할 수 있는 생각들이 있다. 어른들은 애써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그런 생각들. 아이를 키우며 그런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참 행복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린이집에서 만든 햄버거를 그대로 가져온 나의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