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마트폰은 두 번째 영혼인가?

손바닥 위의 우주, 그 안에 사는 나

by 글사랑이 조동표

스마트폰은 두 번째 영혼인가?

- 손바닥 위의 우주, 그 안에 사는 나


1. 종이 통장에서 화면까지


한때는 종이 통장을 들고 은행 창구에 앉아 있었다. 기계음에 잔고가 몇 줄 더해질 때마다 가벼운 안도감이, 빈칸이 길어질 때는 묵직한 한숨이 스며들던 시절.


통장의 종이는 얇았지만 그 안에 담긴 숫자들은 내 삶의 무게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장부가 손바닥만 한 액정화면 속에서 반짝인다.

은행 계좌, 주식, 연금, 보험, 가상화폐, 심지어 신분증까지 모든 금융거래와 인증서가 이 작은 기계 안에 들어 있다.


“나라는 존재가 한 장의 화면으로 정리되는 시대.”


2. 기억을 저장하는 또 하나의 영혼


핸드폰에는 내가 남겼던 말들, 지웠던 말들, 다시 볼 줄 몰랐던 사진들이 조용히 잠들어 있다.


이제는 가족의 번호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머릿속에서 지워진 것들은 모두 기계 속에 차곡차곡 저장된다. 마치 내 기억의 창고가 밖으로 옮겨진 느낌이다.


3. 작은 우주를 잃는다는 것


가끔 상상해 본다.

이 기계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될까.


금융 앱은 다시 설치하면 되고, 사진과 대화 기록도 어느 정도 복구야 되겠지만, 한순간 삶의 연결선이 뚝 끊긴 듯한 그 공허함은 어떤 기술도 되돌려줄 수 없을 것이다.


“핸드폰 분실은 단순한 물건의 분실이 아니라, 나의 일부가 손에서 빠져나가는 감각이다.”


4. 전화기에서 신분증까지, 기계의 진화


언젠가부터 핸드폰은 전화기이기를 멈췄다.

사진기가 되었고, 지갑이 되었고, 결국 나의 신분이자 분신이 되었다.


나는 이 기계를 지키기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주머니를 확인하며 살아간다. 아예 크로스백을 어깨에 두르고 핸드폰부터 챙긴다. 그렇게 소중히 여겼던 지갑은 부수적이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것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찾는 것도 늘 이 작은 기계다.


5. 편리함과 불안 사이의 인류


편리함은 분명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그러나 나는 때때로 묻는다.


“이 기계가 나를 돕는 걸까,

아니면 나를 가두고 있는 걸까?”


이미 인류는 이 지점까지 와버렸다.

돌아갈 수 없다면, 나는 이 작은 우주를 좀 더 소중히, 좀 더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감싸 안을 뿐이다.


6. 손바닥 위의 작은 우주를 들여다보며


스크린 속 아이콘들은 이제 나의 하루를 열고 닫는 열쇠이자, 내 삶의 축적을 보여주는 창이 되었다.


나는 이 작은 빛의 상자를 바라보며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나의 세계를 확인한다.


그곳엔

내 과거가 저장되어 있고,

현재가 움직이고 있으며,

미래가 설계되고 있다.


핸드폰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니다.

그 안에는 나의 우주가, 나의 역사가, 나의 흔적이 들어 있다.

그리하여 나는 조심스럽게 다짐해 본다.


“이 작은 우주를 잃지 않도록, 잊지 않도록 살아가자...”



*이미지: 구글 참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