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침마다 벌어지는 전쟁이 있다.
“빨리 씻어야지.”
“그 바지 말고 이거 입자.”
“학교 늦었어! 얼른 가방 챙겨!”
나는 아이를 챙긴다고 생각했지만,
아이는 매일 ‘명령 시리즈 시즌3’를 듣고 있었다.
내 명령문 끝에서 하루가 시작됐다.
사실 나도 안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걸.
하지만 바쁠 땐, 이게 참 어렵다.
“씻을래, 안 씻을래?”라고 묻고는,
“안 씻을래”라는 대답이 돌아올까 봐 무섭다.
그래서 결국은 또 이렇게 말하고 만다.
“지금 씻어! 안 그럼 10분 뒤에 등교 전쟁이야.”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나는 늘 좋은 ‘의도’를 갖고 있었지만,
아이에게는 결과만 남았겠구나.
내 안에선 “널 위해”라는 이유가 가득했지만,
아이 귀에는 그냥 "또 엄마 잔소리 시작"일 뿐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상사한테 "지금 회의실로 와"라고 들으면
기분 별로니까.
그래서 조금 방식을 바꿔봤다.
“8시 40분이야.” (= 늦었으니 빨리 해, 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시계를 말함)
아이는 살짝 긴장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1분만 더 놀고 할게!”
...그리고 정말로 1분 뒤에 씻으러 갔다.
거짓말 안 하고 진짜다. 나도 놀랐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아이들이 거실에서 공룡처럼 울부짖을 때,
예전엔 “조용히 해! 소리 지르지 마!” 했는데,
요즘은 이렇게 바꿨다.
“목소리가 커서 엄마가 전화 소리가 안 들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아, 미안~” 하고는 목소리를 줄이더라.
아이도 감정과 행동을 연결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그제야 좀 인정하게 됐다.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그러니까 ‘지시’ 말고 ‘사실’을 말하는 거다.
그 순간 아이는
“이걸 지금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한 번쯤 하게 된다.
그게 선택의 시작이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디시와 리처드 라이언은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고 느낄 때
더 높은 동기와 책임감을 가진다.”
시키는 걸 억지로 하는 것보다
자기 안에서 ‘할까?’를 묻는 순간이 생기면,
그 행동은 자발적으로 바뀐다.
매일 아침 아이에게 묻는다.
“밥이 좋아, 빵이 좋아?”
아이의 얼굴엔 묘한 미소가 돈다.
“오늘은 토스트! 잼은 딸기랑 초코 반반!”
그걸 먹으면서 아이는 말한다.
“이건 내가 고른 거야.”
자기 결정은 자기 책임으로 이어지고,
그건 작은 독립의 시작이 된다.
시키는 육아는 빠르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아이를 '누가 말해줘야만 움직이는 사람'으로 만들 위험이 있다.
맡기는 육아는 느리고 가끔은 엉망이다.
시간도 걸리고, 선택이 삐끗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 속에서 아이는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을 배운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모든 걸 정해주는 부모가 아니라,
결정할 수 있다고 믿어주는 부모다.
아이를 자기 삶의 주인으로 키우고 싶다면
모든 걸 시키지 말고, 조금씩 맡겨야 한다.
선택은 자율성의 시작이고,
자율성은 결국, 아이 마음속 책임감과 자신감을 키운다.
그게 요즘 육아에서
가장 현실적인 성장법칙이다.
부모를 위한 코칭 질문
나는 하루에 몇 번쯤 아이에게 선택을 맡기고 있는가?
선택한 결과에 대해, 나는 아이를 믿어주고 있는가?
아이가 “이건 내가 고른 거야”라고 말할 기회를, 나는 충분히 주고 있는가?
내가 아이 대신 결정해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이가 스스로 결정한 일에,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주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