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알고리즘이 내지만, 성적을 움직이는 힘은 EQ다.
알고리즘이 먼저 답하는 시대에는 공부의 방식도 진화해야 한다. 지식 암기보다 감정을 다루는 힘을 키우는 것이 성적을 오래 움직이는 길이다. 공부는 결국 감정싸움이다. 마음이 흔들리면 집중이 깨지고 한마디 말에 책장이 멈추지만, 감정의 물꼬가 트이면 사고가 깊어지고 끝까지 가는 힘이 붙는다.
성적표를 움직이는 핵심 지표는 IQ가 아니라 EQ(정서지능)다. EQ는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인식·해석·조절·표현하는 능력이며, 공감·회복탄력성·소통·갈등조정의 학습 바탕체력이다.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 타고난 성격이 아니라 훈련되는 지능이라는 점이다.
초등 시기에는 집에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짧고 깊은 집중 루틴을 만들고, 실수 후 다시 서도록 감정 코칭을 적용하며, 작은 성공을 즉시 언어로 칭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오늘, 감정의 방향을 먼저 잡자. 성적표는 그다음에 따라온다.
공부를 안 하는 이유를 머리 탓으로 돌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머리는 악보를 외우고 마음은 그 악보를 연주한다. 마음이 깨어나야 공부가 시작된다.
서울대학교에서 진행한 캠프에서도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교재를 들고 문제를 풀리지 않았지만 아이들의 태도는 달라졌다. 단순한 지식 주입이 아니라 마음을 깨우는 경험을 설계한 프로그램이었다. 미국의 슈퍼캠프 사례처럼(단기간 성적 향상과 자존감 상승이 보고된 바가 있다_10일 만에 6,000명 중 73%의 성적이 오르고 84%의 자존감이 높아짐), 핵심은 감정의 전환이었다.
캠프에서는 멘토와 캠퍼스를 걸으며 대화하고 사진을 찍었다. “챗GPT는 초등학생이 써도 되는가”, “기계가 먼저 답하는 시대에 왜 공부해야 하는가” 같은 실제 질문으로 토론했다. 전래동화의 비논리를 찾아보며 웃음을 나눴고, 시에르핀스키 Sierpiński 삼각형 같은 프랙털 도형을 만들며 협력과 몰입을 경험했다. 아이들은 놀이처럼 배우면서도 생각의 깊이를 넓혔다.
서울대학교 캠프는 멘토들과 캠퍼스를 걸으며 대화하고 즐겁게 사진을 찍는다. ‘챗GPT는 초등학생이 써도 될까?’ ‘기계가 답해주는 시대에 공부는 왜 해야 할까?’와 같은 지금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으로 토론하고 전래동화의 비논리를 찾아가며 웃고 떠들었다. 시에르핀스키 Sierpiński 삼각형은 폴란드의 수학자 시에르핀스키의 이름을 붙인 프랙털 도형이다. 정삼각형으로 무한한 반복되는 구조로 이루어져 기하학적 개념을 시각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도와준다. 아이들은 시에르핀스키 삼각형을 갖고 놀고 보드게임을 하며 협동을 배웠다.
캠프가 끝난 뒤 아이들의 말은 분명했다. “책을 읽고 싶다”, “저도 도전해 보겠다”였다. 책상 앞에 억지로 앉히는 방식과는 다른 변화였다. 서울대 교육심리학자 문용린 교수의 말처럼, 공부가 뒤처지는 이유는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의욕·집중·호기심이 약해졌기 때문이며, 이는 IQ의 문제가 아니라 정서지능의 문제이다. 억지로 넣은 정보는 미끄러지지만, 감정이 깨어나는 순간 아이는 공부할 준비가 된다.
결론은 간단하다. 초등 공부법의 출발점은 문제집 추가가 아니라 정서지능이다. 동기와 집중력, 회복탄력성을 먼저 세우면 성적은 그다음에 따라온다.
부모의 질문에는 답답함과 미안함이 함께 담겨 있다. “왜 공부를 안 할까.” “약속은 잘하는데 실천이 없다.” “머리 문제일까, 내가 너무 안 시키는 걸까.” 아이를 몰아붙여도 결과는 비슷하다. 종이컵에 수돗물을 세차게 틀면 물이 담기지 않고 튀기만 한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된다. 물살을 낮추면 컵은 조용히 가득 찬다. 공부도 같다. 강한 압박은 마음을 닫게 하고, 속도를 아이에게 맞추면 마음의 그릇이 채워진다.
배움은 쏟아붓는 일이 아니라 담아낼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그 공간을 빚는 재료가 감정이다. 감정이 정리되면 집중이 돌아오고, 해야 할 일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다. 머리는 지식을 저장하지만, 지식을 받아들이는 그릇은 마음이다. 닫힌 병에 물을 붓듯 억지 주입을 계속하면 정보는 미끄러질 뿐이다. 공부하라고 다그칠 때 뇌는 이미 팻말을 내건다. “오늘 영업 종료.”
뇌의 작동 원리도 이를 뒷받침한다.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와 기억을 돕는 해마는 나란히 일한다. 감정이 켜지면 집중이 따르고, 그 집중이 기억을 만든다. 전전두엽은 계획과 주의집중을 담당하는데, 정서가 안정될 때 더 잘 작동한다. 칩 히스와 댄 히스의 『스위치』에서 말하듯, 이성의 기수보다 감정의 코끼리가 먼저 움직여야 길이 열린다. 공부는 감정의 스위치가 켜질 때 시작된다.
일상에서도 해답은 같다. 지쳐 목소리가 높아질 때, 아이는 말보다 감정을 먼저 기억한다. 그래서 “그럴 수 있다”로 시작하는 한마디가 필요하다. “놀고 싶은데 숙제가 남아 있으면 짜증이 날 수 있다. 그 짜증 속에는 포기하지 않고 해내고 싶은 마음이 숨겨져 있다.” 이런 인정이 마음의 매듭을 푼다. 완벽한 부모는 없지만, 아이의 행동 속 좋은 의도를 먼저 보려는 태도는 누구나 연습할 수 있다.
사춘기 딸이 저녁에 잔뜩 짜증을 냈다. 동생이 놀고 있는 게 괜히 얄밉고 숙제는 귀찮고 사소한 말에도 기분이 상한다고 입이 삐죽 나왔다. 나도 피곤한 하루였기에 순간적으로 툭 하고 화를 낼 뻔했다. 하지만 잠시 멈췄다. “엄마도 그래. 놀고 싶은데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으면 괜히 짜증 날 때 있어. 그런데 그 짜증 속엔 그냥 포기하지 않고 해내고 싶은 마음이 숨어 있는 거잖아. 그렇게 마음먹은 네가 참 멋지다.” 딸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숙제를 시작했다. 그 한마디가 그날 저녁의 공기를 바꿨다. 감정은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 풀린다. 사춘기는 특히 민감한 시기이다. 감정 버튼은 예민하고 조절 회로는 아직 공사 중이라 지금이 연습의 최적기이다.
부모와 함께하는 감정 조절 연습이 아이의 뼈대를 만든다. 부모인 나부터 피곤해서 짜증을 낼 때 나를 알아차리고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오늘 엄마 마음이 좁아졌나 봐. 조금만 쉴게" 부모 스스로의 자각과 인정은 아이에게 가장 실감 나는 수업이다.
핵심은 간단하다. 밀어붙이는 대신 어루만진다. 속도를 재촉하는 대신 감정의 방향을 잡는다. 그러면 집중이 돌아오고, 실행이 가능해지고, 성적은 그다음에 따라온다. 정서지능은 공부를 넘어 아이가 자신의 삶을 이끄는 힘이다. 그 힘을 함께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와 아이의 진짜 성장이 이루어진다.
'다 이루어질지니~ '의 지니가 나타난다면 난 서슴없이 "우리 아이에게 정서지능을 주세요"라고 말할 것이다. 정서지능은 공부 능력 이상의 힘이다. 아이 스스로 이끌고 살아가는 인생의 마법이니까
오늘 아이의 감정을 관찰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수용하는 연습을 해보자.
딱 3번만 화내지 않고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해보는 것부 터 시작하자
#토요일 오전 10시. 연재 중 #아이의 성장 스위치를 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