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안에 숨어 있는 가능성을 찾다.
아이에게 만들어줘야 할 인생의 무기 6가지 _ [강점. 관점 편]
영준이의 이야기다. 모둠 코칭 수업 둘째 날, 수업 시작 10분 뒤 조심스럽게 문이 열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인 영준이에게 선생님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늦게라도 와줘서 고마워.”
수업은 그대로 이어졌다.
2주 뒤 ‘최근 들은 말 중 가장 힘이 되었던 말’을 나누는 시간. 영준이는 손을 들었다.
“늦었지만 와줘서 고맙다는 말이요.”
이유를 묻자 대답이 이어졌다.
“지각하면 늘 혼났거든요. 왜 늦었냐, 다음엔 그러지 말라…그런데 선생님은 괜찮다고 해서 기분이 좋았어요.”
선생님은 덧붙였다.
“늦었더라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들어온 거잖아! 선생님은 그 용기를 칭찬하고 싶어!”
그 순간, ‘지각쟁이’였던 아이는 ‘늦더라도 배우려 들어온 용기 있는 아이’로 자신을 다시 보았다. 말 한마디가 마음속 무게중심을 옮겼다. 교육은 때때로 이런 재명명에서 시작된다.
그리스 안티고노스 1세 설화를 바탕으로 전해지는 ‘왕의 초상화’가 있다. 한쪽 눈을 잃은 왕은 화가들을 불렀다.
첫 번째 화가는 양쪽 눈이 멀쩡하고 완벽한 왕의 얼굴을 그렸다. 그림은 근사했으나 진실은 빠져 있었다. 그림을 본 왕은 분노했다. “내 눈이 그렇게 보기 싫었는가?” 분노한 왕의 목소리에 궁전 안이 얼어붙었다.
두 번째 화가는 실명한 눈까지 사실대로 담았다. 이번엔 왕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있는 그대로를 담았으나 그 속엔 존중도 의미도 없었다. 사실이지만 상처가 되었다. 상처는 분노가 되었고 분노는 다시 왕국을 덮었고 화가는 사라졌다.
그때 한 화가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가 한 번 그려보겠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그는 실명하지 않은 눈이 보이는 옆모습을 그렸다. 감추지도 않았고 미화하지도 않았다. 다만 왕이 남기고 싶어 했던 ‘자신의 가장 빛나는 모습’을 찾았을 뿐이다. 그림을 본 왕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다. 용맹하고 품위 있고 자신이 기억되길 바란 바로 그 모습이었다.
강점을 찾는다는 건 결점을 감추거나 없는 사실을 부풀리는 일이 아니다. 현실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안에서 가장 단단하고 빛나는 방향을 발견해 내는 일이다. 한쪽 눈이 실명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아이의 지금 모습도 마찬가지다. 부족한 점만을 볼 수도 있고 그 속에서 자라나는 단서를 볼 수도 있다. 결국 강점이란 ‘좋은 점을 보려는 의도적 시선’이다.
나무가 태양을 향해 잎을 펴듯
믿어주는 방향으로 아이는 자란다.
아이의 강점은 멀리 있지 않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의 교차점, 그리고 그 가능성을 바라보는 어른의 시선에 숨어 있다. 부모가 아이를 어떤 말로 불러주느냐에 따라 아이는 자신의 존재를 새로 인식한다. 부족함에서 출발하면 방어가 생기고, 가능성에서 출발하면 에너지가 붙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삽입곡 「골든」의 가사처럼. “Oh, I'm done hiding, now I'm shining like I'm born to be.” “더 이상 숨지 않고 본래의 빛으로 나아가겠다”는 마음을 깨닫는 순간, 아이는 스스로 시작하는 힘을 얻는다. 우리의 역할은 그 빛을 ‘발견해 부르는’ 것이다.
[강점을 키우는 좋은 의도를 발견하는 대화법]
[대화 사례]
준호 : (간식 먹으며) “아빠, 내일 방과 후에 그림이랑 축구 중에 뭘 할지 아직 못 정했어.”
부모 :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분명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게 신경 쓰이니?”
준호 : “그림은 하고 싶은데 축구는 친구들이 기다린다고 했거든. 누굴 실망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부모 : “아, 그래서 바로 못 정했구나. 친구를 실망하게 만들기 싫었구나.”
준호 : “응. 나 안 가면 좀 섭섭해할 거 같아.”
부모 : “그렇구나. 너는 네가 하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친구 마음도 같이 생각하는구나.”
준호 : “그렇긴 한데······. 그러면 내가 하고 싶은 건 못하게 될 때도 있어.”
부모 : “그럴 때 마음이 어때?”
준호 : “음······ 좀 아쉽고 근데 또 친구랑 있으면 좋고.”
부모 : “그래서 이번엔 그림이랑 축구 중에 뭐가 더 마음이 가?”
준호 : “그림. 근데 축구도 재밌어서 고민이야.”
부모 : “그림을 하면 뭐가 좋을까?”
준호 : “완성해서 선생님이랑 친구들한테 보여줄 수 있어.”
부모 : “축구하면 뭐가 좋을까?”
준호 : “친구들이 좋아하고, 같이 뛰면 기분이 좋아.”
부모 : “둘 다 좋은데 이번에 네 마음이 더 오래 즐거울 건 어떤 쪽일까?”
준호 : “그림. 그리면 하루 종일 기분 좋을 거 같아.”
부모 : “그렇구나. 그러면 이번엔 그림을 하고 다음엔 축구하자고 하면 어떨까?”
준호 : “그거 괜찮다. 친구한테 그렇게 말하면 이해해 줄 거 같아.”
부모 : “결정했구나. 네가 이렇게 생각을 오래 하는 건 너한테 중요한 게 많아서 그런 거구나.”
준호 : “그래서 맨날 고민하는 거 같아.”
부모 : “그건 고민만 하는 게 아니라 네 마음과 다른 사람 마음을 같이 보는 거야. 그게 참 멋지다.”
준호 : “음······ 나 그런 건 잘하는 거네.”
부모 : “너의 선택을 지지해. 그리고 이번 선택처럼 네 마음을 지키면서도 다른 사람도 존중할 방법을 찾는 게 진짜 멋진 거야.”
tip : “친구를 실망하게 만들기 싫었구나.”처럼 마음을 그대로 읽어주는 한마디가 중요하다.
아이의 행동, 말속에서 좋은 의도는 무얼까? 2개만 찾아보는 하루를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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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10시 연재 중 #아이의 성장스위치를 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