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변화에도 길은 있다

1부: 변화의 흐름을 읽는 눈 1장. 왜 지금인가?

by 최동철

1부: 변화의 흐름을 읽는 눈


1장. 왜 지금인가?

- 불확실한 시대, 내 삶의 나침반

우리는 지금껏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시대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 미래학자들이 ‘VUCA’ 시대라 명명한 이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가 굳게 믿어왔던 가치들은 모래성처럼 힘없이 스러져간다. 코로나19는 국경을 봉쇄하고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하루아침에 바꿔놓았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뉴노멀’이 되었고, 비대면 소통이 일상이 되었다. 디지털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어 수많은 직업을 소멸시키고 새로운 직업을 탄생시키고 있다. 당장 10년 뒤 내 일자리가 존재할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세상이다. 기후 변화와 같은 거대한 위기는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우리의 소비 습관부터 기업의 경영 방식까지 모든 것의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한다. 과거에는 좋은 대학을 나와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면 평탄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성공 지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지도는 빛이 바래다 못해 곳곳이 찢겨 쓸모를 잃었다. 더 이상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해답이 될 수 없다. 모두가 각자 안갯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야 하는 ‘대탐험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런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더 많은 정보, 더 뛰어난 기술일까?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망망대해에서 배의 속도를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나침반’이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중심을 잡아줄 삶의 원칙, 그것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나침반이다. 여기서 우리는 서구적 목표 지향성과 동양적 과정 중심성의 차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구적 사고는 명확한 목표(Goal)를 설정하고 최단 경로로 도달하는 것을 중시한다. 하지만 목표 지점이 계속 바뀌거나 사라지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는 이러한 접근 방식은 우리를 쉽게 지치고 좌절하게 만든다.
반면, 주역으로 대표되는 동양의 지혜는 ‘길(道)’ 그 자체, 즉 과정을 중시한다. 변화하는 상황의 흐름을 읽고, 그 흐름에 맞춰 유연하게 나아가며 길 위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 자체를 삶의 목적으로 본다. 이것이야말로 예측 불가능한 변화의 파도를 넘어 우리를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인도할 진정한 항해술이 아닐까? 주역은 바로 그 항해술을 담은,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삶의 나침반이다.

- 인공지능의 시대에 수천 년 전 지혜가 필요한 이유

혹자는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성을 뛰어넘는 특이점을 향해 달려가는 이 마당에, 수천 년 전의 낡은 지혜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는 지극히 합리적인 질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인공지능의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 무엇인지 절실하게 묻고 있으며, 바로 그 지점에서 주역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한다. AI는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패턴을 찾고, 최적의 답을 계산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복잡한 문제 해결, 정보 검색, 생산성 향상에 있어 AI는 이미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AI에게는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데이터 너머의 맥락을 읽는 통찰력, 옳고 그름을 넘어선 가치를 판단하는 지혜, 차가운 확률 계산을 뛰어넘는 따뜻한 공감 능력과 같은 인간성(Humanity)이다. 주역은 바로 이 인간 고유의 영역을 다루는 학문이다. 그것은 정답을 알려주는 계산기가 아니라, 상황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직관(Intuition)의 힘을 길러주는 훈련 도구다. 예를 들어, AI는 특정 사업의 성공 확률을 73%라고 계산해줄 수 있다. 하지만 그 사업을 추진해야 할 ‘때’인지, 그것이 가져올 파급효과와 윤리적 문제는 무엇인지, 함께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을 것인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 주역은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 속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 결국 미래는 AI와 인간의 균형(Balance)과 보완(Complementation)관계에 달려있다. AI가 제공하는 방대한 데이터와 분석 결과를 활용하되, 최종적인 판단은 주역적 사고를 통해 길러진 인간의 깊은 직관과 통찰에 의존하는 것. 이것이 바로 기술의 발전을 인간의 행복과 성장으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데이터와 직감이 조화롭게 춤출 때, 우리는 비로소 AI의 주인이 되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 균형과 조화, 지혜의 힘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익숙해진 서구적 사고방식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이분법(Dichotomy)’이다. 성공과 실패, 선과 악, 이성과 감성, 옳은 것과 틀린 것을 명확하게 나누고 어느 한쪽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다. 이러한 사고는 세상을 명료하게 분석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복잡하고 다층적인 현실 세계를 온전히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성공이 때로는 독이 되고, 실패가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인생의 역설을 설명하지 못한다. 반면, 주역을 비롯한 동양 지혜의 핵심에는 ‘균형과 조화’가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근본 원리를 음(陰)과 양(陽)이라는 두 가지 힘의 상호작용으로 설명한다. 음과 양은 단순히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밤이 있기에 낮이 의미 있고, 들숨이 있기에 날숨이 가능한 것처럼, 서로를 전제하고 보완하며 끊임없이 순환하는 역동적인 관계다. 어둠 속에서 빛이 잉태되고,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한 것은 내려올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이러한 통합적 사고는 성공에 교만하지 않고 실패에 좌절하지 않게 하는 마음의 중심을 잡아준다. 득(得)과 실(失)을 넘나드는 유연한 인생관을 갖게 한다. 이는 현대 심리학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융(Carl Jung)이 주역의 깊은 통찰력에 매료되어 서구에 소개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는 주역이 인간의 내면과 외부 세계의 의미 있는 일치를 설명하는 ‘동시성(Synchronicity)’ 원리를 담고 있으며, 인간의 집단무의식에 내재된 원형적 지혜와 연결된다고 보았다. 최근 각광받는 ‘마음챙김(Mindfulness)’ 역시 대립하는 감정들을 억누르거나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조화를 찾아가는 동양적 지혜의 현대적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균형과 조화의 원리를 체득한다는 것은, 내 삶에 벌어지는 모든 일을 통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분리하는 대신, 모든 경험 속에서 배움을 찾고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그 물결을 타고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동양 지혜의 진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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