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333천부경

제1부: 一始無始一析三極無

by 최동철

제1장: 우주의 시작과 순환의 비밀


제1부: 一始無始一析三極無

천부경 81자 중 첫 아홉 글자인 '一始無始一析三極無'는 우주의 탄생과 근원에 대한 심오한 선언입니다. 이 구절은 존재의 시작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추적하며, 보이는 현상 너머의 절대적 진리를 제시합니다. 이는 세 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일시무 (一始無): 시작도 끝도 없는 절대적 존재의 선언


일시무 (一始無): 시작이 없는 시작

천부경의 장엄한 서막을 여는 첫 세 글자, '一始無'는 단순한 글자의 나열을 넘어 우주 만물의 근원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 구절은 '하나가 시작되었으나, 그 시작 자체가 없었다'는 역설적인 진리를 통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하는 절대적 존재의 본질을 선언합니다.


여기서 '一(하나)'는 단순히 숫자의 개념을 넘어섭니다. 그것은 분리되지 않은 전체, 모든 존재의 근원이자 본질이며, 궁극적인 실재를 의미합니다. 아직 어떤 형태도 갖추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는 씨앗과 같으며, 만물이 생성되기 전의 혼돈 속 질서, 즉 우주의 원형적인 에너지를 상징합니다. 이는 플라톤의 이데아, 힌두교의 브라만, 도교의 도(道)와 같이 모든 현상계의 배후에 있는 근원적 실재와도 맥을 같이합니다.


'始(시작)'는 존재의 탄생과 드러남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이 시작은 선형적인 시간 속에서 '어느 한 시점에' 일어난 사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無(없을 무)'와 결합하여, 그 시작이 사실은 시작과 끝이 없는 영원한 흐름 속에 내재되어 있음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인지하는 시간의 개념은 제한적이며, 진정한 의미의 시작은 시간 자체를 초월하여 언제나 '있었던' 상태임을 역설하는 것입니다. 모든 현상이 드러나는 순간을 의미하면서도, 그 현상이 드러나기 전의 근원적 상태에서 이미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마지막 글자 '無(없을 무)'는 단순히 '아무것도 없음'을 뜻하는 부정의 의미를 넘어섭니다. 이는 오히려 모든 것이 존재하기 이전의 근원적 충만함, 즉 '텅 비어 있음'으로써 모든 것을 포용하고 창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합니다. 불교의 공(空) 사상과 같이, 비어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무한한 공간이자 가능성의 장입니다. '一始無'에서 '無'는 시작 자체가 없다는 의미, 즉 그 존재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영원히 자존(自存)함을 나타냅니다. 이는 어떠한 외부적 요인에 의해 시작되거나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며 모든 것을 품고 있는 궁극적인 실재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시작도 끝도 없는 절대적 존재의 선언

이 세 글자는 우리가 인식하는 유한한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무한하고 절대적인 진리를 함축합니다. 이는 모든 현상이 나타나기 전의 근원적 상태인 '무극(無極)'과도 맞닿아 있으며, 노자의 '도(道)는 만물의 근원이나 이름 붙일 수 없다'는 가르침처럼, 언어와 개념으로 온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심오한 우주적 진리를 천부경의 첫 문장에서부터 강력하게 선언하고 있습니다. '一始無'는 곧 우주 만물이 절대적인 하나의 근원에서 비롯되었으며, 그 근원은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심오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시일석 (始一析): 하나가 쪼개지다

천부경의 핵심 구절 중 하나인 "始一析"은 우주의 탄생과 근원적 이치를 설명하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세 글자는 '시작은 하나의 쪼개짐'이라는 뜻으로, 모든 존재의 근원인 '一(하나)'에서 우주 만물이 어떻게 생성되었는지를 간결하면서도 심오하게 풀어냅니다.


'一(하나)'는 단순한 숫자의 하나를 넘어, 모든 것의 시작이자 절대적인 본질, 즉 우주의 궁극적인 근원을 의미합니다. 이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비어있으면서도 모든 것을 포함하는 상태, 곧 무극(無極) 또는 태극(太極)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절대적인 '하나'가 스스로 '析(쪼갤 석)'하는 과정을 통해 무수한 존재들을 낳았다는 것은, 외부의 어떤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내재된 본질적 속성에 의해 창조가 일어났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생성론적 세계관은 동양 철학의 중요한 개념인 '일생이(一生二)'와 맥을 같이합니다. '하나가 둘을 낳는다'는 이 원리는 절대적인 '하나'에서 음(陰)과 양(陽)과 같은 이원적인 요소들이 분화되어 나왔음을 의미합니다. 이 음양은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며 만물을 생성하고 변화시키는 근본적인 힘입니다. 빛과 어둠, 남자와 여자, 하늘과 땅 등 세상의 모든 이원적 현상들이 이 '일생이'의 원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始一析'은 이처럼 '하나'가 자신을 나누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내는 창조적 발현의 과정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쪼개짐'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분열되거나 파편화되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의 본질이 다양한 현상으로 발현되고 확장되는 창조적인 과정을 뜻합니다. 마치 하나의 씨앗이 수많은 가지와 잎, 꽃과 열매를 맺듯이, '하나'의 근원적 에너지가 무한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통일된 근원에서 비롯된 다양성을 강조하며, 모든 만물의 개별성과 차이점들이 결국은 하나의 근본적인 통일성 안에 존재한다는 진리를 역설합니다.


따라서 "始一析"은 우주 만물이 절대적인 '하나'에서 시작하여 분화와 발현의 과정을 거쳐 무한한 다양성을 이루지만, 그 근원에는 변치 않는 통일성이 존재한다는 심오한 우주론적,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고, 모든 현상 뒤에 숨겨진 근원적 조화와 질서를 깨닫게 하는 천부경의 중요한 가르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삼극무 (三極無): 세 가지 극으로 끝이 없다

천부경의 마지막 세 글자 '三極無'는 우주와 생명의 본질을 꿰뚫는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세 가지 극으로 나뉘었으나, 그 본질은 끝이 없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始一析(시일석)'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태초의 절대적인 하나(一)가 쪼개지고 분화되는 과정을 통해 우주는 구체적인 형상과 질서를 갖추게 됩니다. 이 분화의 핵심이 바로 "三天二三地二三人二"라는 구절에서 드러나는 天(하늘), 地(땅), 人(사람)이라는 三極(삼극)입니다.


삼극은 단순히 하늘, 땅, 사람을 지칭하는 것을 넘어, 우주를 구성하는 근원적인 세 가지 축이자 원리를 상징합니다. 하늘은 시간과 공간, 정신적인 영역, 이상적인 질서를 대표하며, 땅은 물질적인 현상, 현실적인 토대, 생명의 터전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이 하늘과 땅의 상호작용 속에서 탄생하고 존재하며, 의식과 지성을 통해 우주의 의미를 탐구하고 실현하는 주체입니다. 이 삼극은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우주 만물을 생성하고 변화시키는 역동적인 관계를 이룹니다.


그러나 '三極無'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삼극으로 나뉜 세상의 변화와 운행이 궁극적으로 無(없을 무), 즉 끝이 없다는 것을 선언합니다. 여기서 '無'는 단순히 아무것도 없는 허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정지된 상태나 소멸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고 순환하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무한한 생명의 역동성을 나타냅니다. 우주는 결코 멈춰있는 존재가 아니며, 예측 불가능한 다양성과 무한한 잠재력을 품고 끊임없이 진화하고 발전합니다.


이러한 무한한 순환의 원리는 우주의 모든 존재와 현상에 적용됩니다. 별들이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하며 새로운 별이 탄생하듯이, 계절이 바뀌고 생명이 태어나고 소멸하며 다시 새로운 생명이 싹트듯이, 우주 만물은 이 삼극의 조화와 대립 속에서 영원한 순환의 고리를 이어갑니다. 이는 곧 우주가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으며, 모든 존재는 서로 연결되어 상호 의존하며 영원한 생명의 흐름 속에 있음을 보여주는 심오한 통찰입니다. 따라서 '三極無'는 우주의 무한한 변화와 생명력을 통해 우리가 존재의 깊은 의미와 순환의 지혜를 깨닫고,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함을 일깨워주는 메시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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