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세 번째 읽기 - 에필로그

에필로그

by 최동철


주역 세 번째 읽기 - 에필로그


64개의 괘(卦), 그 길고 깊은 여정이 마침내 끝에 닿았습니다. 천지(乾坤)의 장엄한 시작에서부터 만물의 탄생과 성장, 시련과 극복, 관계의 얽힘과 풀림, 성공의 정점과 쇠락의 순환을 거쳐, 마침내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미완(未濟)의 문턱까지, 우리는 함께 걸어왔습니다.


주역과의 '세 번째 만남'은 어떠셨나요?


첫 번째 만남이 낯선 길을 더듬는 설렘과 두려움이었다면, 두 번째 만남이 지식의 지도를 그리고 해석의 길을 찾는 과정이었다면, 아마도 세 번째 만남은 그 지혜를 나의 삶이라는 땅 위에 직접 새겨 넣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괘 하나하나가 더 이상 난해한 상징이나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어제 겪었던 나의 고민, 오늘 마주한 선택의 기로, 내일 다가올 변화의 예감을 비추는 살아있는 거울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주역은 끊임없이 말합니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그러므로 가장 높은 곳(豐, 旣濟)에서 추락(剝)을 예감하고, 가장 깊은 어둠(明夷, 困) 속에서 새벽(復)을 준비하는 지혜를 배우라고 속삭입니다. 때로는 과감히 나아가고(晉, 益), 때로는 의연히 물러서며(遯), 때로는 멈추어(艮) 자신을 돌아보고, 때로는 덜어내고(損) 때로는 모으는(萃) 삶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따르라고 권합니다.


결국 주역은 미래를 맞추는 예언서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성찰의 도구임을 우리는 다시금 깨닫습니다. 64개의 괘는 인생이라는 변화무쌍한 강을 건너는 64가지의 서로 다른 풍경이자,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64개의 등대와 같습니다.


이 책을 덮는다고 해서 주역과의 대화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진짜 '읽기'의 시작일지 모릅니다. 당신의 삶이라는 책 속에서 매 순간 새롭게 펼쳐질 주역의 지혜를 만나십시오. 기쁨 속에서 겸손(謙)을 배우고, 위기 속에서 믿음(孚)을 지키며, 나아갈 때와 멈출 때를 아는 지혜로 당신의 걸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드시길 바랍니다.


주역의 마지막 괘가 완성이 아닌 '미완(未濟)'으로 끝맺는 것은, 우리의 삶 역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롭게 시작되는 영원한 미완의 여정임을 알려주는 주역의 깊은 배려일 것입니다. 강은 아직 건너지 않았고,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부디 이 '세 번째 읽기'가 당신의 삶이라는 강을 건너는 데 작은 등불이 되었기를, 그리하여 당신의 모든 걸음걸음마다 흔들리지 않는 지혜와 용기가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주역 세 번째 읽기 맺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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