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바라보며
당초 신임 대표이사로 물망에 올랐던 미야모토 시게루는 신제품 개발을 전담하는 신규 조직 크리에이티브 연구원의 수장(직함은 Technology Fellow)을 맡으며, 직접적인 경영 참여보다는 닌텐도의 현재 위기를 돌파하는 신제품 개발 업무에 집중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직급은 대표이사 전무 급이다.
하지만 미야모토 시게루가 대표이사를 맡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그의 개인적인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가 고위직으로 승진을 거듭하면서도 현업에서 개발을 총괄하는 역할을 계속 자임해 왔었고, 고 이와타 사토루 대표이사 시절에도 미야모토 시게루의 그런 역할은 보장되어 왔었기 때문이다.
이번 신임 경영진의 선임 발표로 보아 닌텐도는 안정적인 경영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승부를 건 것으로 보인다. 미야모토 시게루 외에도 Wii의 하드웨어 개발을 맡았던 다케야 겐요가 또 다른 대표이사급으로 임명되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분야를 총괄하는 미야모토 시게루와, 하드웨어 개발을 총괄하는 다케야 겐요가 실질적으로 닌텐도의 성장동력을 맡아 현재의 위기 상황을 정면 돌파하는 쌍두 마차의 역할을 하고, 신임 대표이사 기미시마 다쓰미가 후방에서 안정적인 경영을 총괄하는 체계가 엿보인다.
기미시마 다쓰미 대표의 프로필을 보면 닌텐도가 추구하는 안정적인 경영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는 일본 도쿄 출신으로(전통적인 교토 기업의 수장으로서는 다소 파격일 수 있다.) 히토쓰바시 대학을 졸업한 뒤 산와은행의 본점과 뉴욕지점을 거친 금융통으로의 경력을 보유했다. 고 이와타 사장의 발탁으로 2006년 닌텐도에 입사한 뒤에는 미국 법인의 사장을 지냈으며 본사의 경영분야에는 2013년부터 상무로서 참여했었다.
기미시마 다쓰미가 닌텐도 경영과 관련해서 특별히 기존과 다른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안정적인 경영 관리에 집중하면서 전임 이와타 사장의 노선을 그대로 승계하여 큰 이격 없는 스타일로 닌텐도의 안정을 도모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존 닌텐도 개발자 출신의 경영진들과의 무리 없는 공존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보수적인 교토 기업 닌텐도가 3대에 걸친 세습 사장의 고리를 끊고 협력업체의 멤버였던 이와타 사토루 사장을 본사의 대표이사로 발탁했던 파격에서, 이제는 실적 부진의 위기 상황을 안정적인 경영 지원을 바탕으로 신 성장동력 확보라는 과제 해결에 집중하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지난 2달 여 간의 대표이사 공백에도 불구하고 한 때 주당 1만 엔 대 초반까지 떨어졌던 주식도 22,850엔으로 회복 추세에 있고, 전임 사장 시절 추진한 캐릭터 사업 호조에 힘입어 2015년 1분기 실적이 5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는 등 회복 기조에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당장은 지금의 회복 기조를 흔들 필요성이 요구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신임 기미시마 다쓰미 대표의 정책 또한 안정적인 기조 유지에 더 집중할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최근의 실적 호조의 밑바탕을 이룬 것이 기존 게임 사업이 아닌 캐릭터 사업이라는 것은 여전히 닌텐도의 딜레마로 남아 있다.
또 자사의 I.P. 를 활용한 모바일 사업이 DeNA와의 제휴를 통해 막 출발을 알렸던 시점에 이와타 사장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그 추진 자체에 우려가 있어왔던 점도 닌텐도의 또 다른 해결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