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몰래 담배를 피던 시절이 있었다. 집에서 피고 싶을 때에는 화장실에 샤워를 하러 들어간 후 환풍기 앞에서 자칫 하면 내 입술이 닿을 만큼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담배를 태웠다. 그리고 다 피운 담배 꽁초는 변기에 버린 후 물을 내렸다. 완벽했다. 내가 범죄자였다면 그 어떤 형사도 나를 못잡을 것이다 라는 나르시즘에 사로잡혀 있던 시기였다.
그렇게 완전범죄를 이어가던 중, 하루는 변기에 꽁초를 버리고 물을 내리는 것을 잊어버리고 그냥 나갔다. 조금 뒤에 엄마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큰 소리로 나를 불렀다.
엄마 : 어머나!! 이게 모야!! 야! 희규야 이게 모냐?
소리를 지르면서 엄마는 나를 불렀다. 화장실에 도착한 나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내가 방금 샤워하면서 깔끔하게 나와 헤어진 '그녀석'이 물에 동동 떠다니며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이 난관을 벗어나기 위해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IQ 99라는 경이로운 스펙을 보유한 나의 뇌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맞먹는 1400만개의 시나리오를 뽑아냈고, 나는 가장 완벽한 시나리오 하나를 골라서 엄마한테 이야기를 했다.
나 : 아 이건 예전에 살던 사람이 피웠던 담배꽁초가 하수구에 걸렸다가 물이 역류하면서 우리 집 변기로 올라온거야. (존나 카리스마있어) (참고로 이사한지 5년은 지났을거다) (5년지난 담배꽁초치곤 지나치게 깨끗했다)
엄마 : ......
이렇게 사건은 마무리 되었고, 나는 정말 완벽하게 모든 사람을 속인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엄마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던 것이고, 나 빼고 가족회의에서 나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통성기도를 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20년도 지난 이야기다. 그리고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이야기다. 그런데 왜 갑자기 글을 남기냐? 라고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리는게 인지상정.
이번에 김건희 여사의 카톡에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의 정체를 방어하기 위해 대통령실은 수 많은 1400만개의 시나리오중 가장 완벽한 방어를 시도한다.
"김건희 여사의 친오빠 입니다."
둘 다 변기통에 넣고 물을 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