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
힘든 그 모든 것은
반드시 지나간다
그러나
지나가는 동안
그 모든 것을 오롯이 겪어야 한다.
-같은 시간에 우린 어쩌면 中-
전 날 마신 술로 머리가 깨질 것 같은 숙취에 시달리다보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이 숙취같을 때가 있다. 술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고, 누가 '술'이야기만 해도 속이 울렁 거린다. 그런데 그 날 저녁에 삼겹살이 식탁에 올라오면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 그래,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니라는 것을.....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니라는 걸 알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확신은 현재를 극복하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다음번 숙취도 여전히 고통스럽고 말이다.
심적으로 힘든 일 역시 그렇다. 언젠간 끝날 일이겠지만 지나가는 동안 그 모든 것을 오롯이 겪어야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더 끔찍한 사실은 또 다른 시련이 대기표를 뽑고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삶은 본질이다.
그래서 고통과 시련의 빈도와 강도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조금 더 의연하게 들여다보기로 했다. 별 것과 별 것 아님의 경계가 모호함을 이해하기로 했다. 다음번 대기표를 받은 시련을 만나기 전에 현재의 시련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했다.
지나간다.
반드시 지나간다.
하지만 지나가기까지 기다리고 버티지만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