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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Q Jul 24. 2024

오래된 사물

너무 자주 보여서 잘 들춰보지 않는 것들은 많다. 사진 앨범이나 엄마가 젊을 적부터 모아 온 책들이 그렇다. 그런 것들은 오랜만에 들여다보면 죄다 보기 좋게 묵어서 시큰한 추억 냄새를 풍긴다. 

-새드엔딩은 없다 中-


집이 엉망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죄다 내다 버리고 싶어 진다. 거창하게 미니멀리즘 같은 걸 추구하는 건 아닌데 어쨌든 구질구질한 물건들로 집안이 가득 차는 건 싫다. 내다 버리고 싶은 걸 골라보면 대부분 최근에 물욕이 생겨서 산 것들이다. 있으면 참 좋겠다. 이걸 안방 어딘가에 놓으면 예쁘겠다. 하면서 산 것들은 대부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 인스타에서 보면 참 예쁜데 말이다. 정작 오래되어서 구질구질할 것 같은 것들은 버리기가 어렵다. 대피실 한쪽에 신발박스에 넣어둔 오래된 편지라든지, 예전에 읽어서 표지까지 바랜 책들, 집을 샀을 때부터 함께 했던 벤자민 나무 화분 같은 것들 말이다. 자주 들여다볼 일이 없는 것들이지만 추억 냄새가 풍겨서 버리기가 어렵다. 추억은 머리와 가슴에도 남지만, 사물에도 깃들어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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