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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Q Jul 26. 2024

나의 콤플렉스는 칭찬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친구의 콤플렉스가 비난이 아닌 칭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그러므로 나 또한 그녀에게서 반바지를 앗아간 사람 중 한 명이라는 사실. 이해하기 어렵지만 인정해야 하는 사실들이 밀린 숙제처럼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새드엔딩은 없다 中-




어릴 적부터 착한 아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나는 그 칭찬에 부응하기 위해 부단히 착하게 살았었다. 아 물론 현재진행형은 아니다. 하지만 그 도덕성에 대한 잣대는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조금도 녹슬지 않고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냥 넘어가도 되는 자잘한 일들에도 꼼꼼하게 죄책감을 느끼며 사는 것은 내가 어릴 적 듣던 '착한 아이'라는 칭찬 때문이다. 


22년째 교직생활을 하면서 무려 21년 동안 나는 출근을 하는 게 즐거웠다.(군생활을 빼면, 아니 공익생활을 빼면 19년) 아이들을 보는 게 즐거웠고, 이 자식들과 장난치고 끌어안고 놀리고 사랑하고 부대끼는 것이 행복했다. 쉬는 시간이면 늘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여자 아이들과, 흰머리를 뽑아주겠다는 효자 아이들과, 내 칭찬에 목말라하는 똥강아지 남자아이들이 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변우석 경호원이라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올해는 즐겁지가 않다. 올해는 담임이 아닌 체육 전담을 하는데, 어떤 아이가 그랬다. "선생님 **이가 옛날 체육 선생님이 더 좋대요." 나는 늘 모든 아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교사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의 칭찬에 나는 늘 좋은 교사여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옛날 체육 선생님이 더 좋대요~" 그 별 거 아닌 한 마디에, 내 자존감이 무너졌다. 


그런데 말이다. 이번 기회에 나는 '착한 아이'도 '좋은 교사'도 아닌 그냥 나로 살아가기로 했다. 누구에게나 잘 보이기 위해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살아갈 순 없는 노릇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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