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은 호주의 나와는 전연 상관이 없는 사람이 양을 쳐서 보내준 것이고, 미국 텍사스의 어떤 사람이 목축을 해 보내준 가죽도 있다. 또 모자와 옷을 만들기 위해 수고해 준 수많은 사람들 덕분에 살고 있다. 안경을 만들어준 기술자, 치과에서 도움을 베풀어준 의사와 간호사, 병들었을 때 사랑을 베풀어준 여러분들, 나로 하여금 나 되게 했고 이렇게 살게 해 준 모든 사람들의 혜택으로 내가 살아가고 있다.
-백 년을 살아보니 中-
'우리는 서로의 노동에 기대어 살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종종 사람들은 노동이라는 단어 자체에 위화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서로의 노동'으로 우리의 삶이 유지된다고도 볼 수 있다. 버스 운전기사의 노동으로 출퇴근을 하고, 청소 노동자가 깨끗하게 치워둔 직장에서 일을 한다. 경비 노동자가 안전하게 우리 아파트를 지켜주고, 조점례 할머니의 노동으로 만든 순댓국을 먹으며 배를 채우기도 한다. 카페 알바생의 노동 덕에 식후 아아를 한 잔 하고, 편의점 직원의 노동 덕에 4캔에 만 원짜리 캔 맥주도 마신다. 나의 노동 역시 누군가의 삶을 유지시켜 준다. 우리는 서로의 노동에 기대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