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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Q Sep 02. 2024

통제하기 쉬운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예민한 사람들이 그나마 둔감해지기 위해서는 우호적인 환경에서 부필요한 자극을 최대한 적게 받으며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우호적이고 통제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려면 환경적으로 미니멀리스트가 되는 것이 최선입니다.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커리어나 돈, 명예와 같은 자아실현의 측면에서도 최대한 야심을 내려놓을수록 좋습니다.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 中-



아들과 아내는 집에서 물건을 찾다가 못 찾겠으면 항상 나를 의심한다. 

"아빠! 지난번 그거, 내가 책상 위에 올려둔 그거 그거 있잖아. 그거 아빠가 버렸지?"

종종 억울하지만 대부분 내가 범인이다. 집에 있는 물건을 내다 버리는 것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다. 집을 깔끔하게 정리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지저분한 집을 보고 살 자신도 없다. 그러려면 버리는 것이 최선이다. 습관적처럼 집안을 둘러보며 "버려야 해 다 버려야 해!"라고 중얼거리면 아내는 옆에서 "왜, 나도 버리지?"라며 핀잔을 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통제가 불가능한 환경은 나를 더 예민하게 만든다. 둔감해지기 위해 우호적인 환경, 즉 미니멀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미니멀한 환경은 비단 물리적인 환경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관계, 커리어, 돈, 명예, 자아실현의 측면에서도 많은 것을 내다 버려야 한다. 20년 넘게 소울메이트로 지냈던 동생과 인연을 끊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퇴직까지 꾸역꾸역 버텨서 공무원 연금을 최대한 받아먹어야겠다는 생각도 버렸다. 무엇이 되고 싶은 생각도, 내가 특별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도 다 내려놓았다.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통제가 가능하다. 나는 내 삶을 통제하기 쉬운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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