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한 건 아니고 저희 회사가 입주해있는 사무실 임대업체 이름입니다.
부제 : 스타트업의 사무실 고민에 대한 수난기.
* 이 글은 현재 wework에 입주해있는 사람으로 그간 거쳐온 사무실에 대한 구구절절한 스타트업과 사무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처음 사회생활을 하던 20대 후반, 언론사에 속해있는 교육 회사의 사무실은 넓디넓었다. 책상도 넓었거니와 뒤에는 큼직한 책장도 하나씩 있었고 교육장이 함께 있다 보니 아주 넓은 공간을 썼다. 다음으로 입사한 사무실에서는 아직 입사하지 않았고 앞으로 뽑을 예정이었던 있지도 않은 사원 덕에 나는 그들의 책상 2개를 덤으로 얻어 썼었다. 당시 P&G는 사물함에 자기 짐을 넣어놓고 책상을 돌아가면서 '독서실'처럼 쓰는 분위기라며 효율성을 엄청 강조했었다. 7-8년 전 유행은 비싼 임대료를 줄이고 좀 더 스마트하게 일하자는 취지에서 각종 통신/협업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스마트 오피스'라는 재택근무 혹은 자기 지역의 특정 장소에서 일하는 것이 HR의 핫 트렌드였다.
튜터링을 하기 전 공동창업자로, 창업자로 교육사업을 위해 사무실을 임대했던 적이 있다. 처음에는 남의 사무실 한편에 빌붙어서 그리고 점점 사무실 평수를 늘려나가는 것에 꽤 재미를 붙였다. (그만큼 잡일도 비례한다. 가구 구입, 청소, 비품 사기 등등등) 그러다 튜터링을 창업하고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사무실 임대에 대해 눈을 떴다.
스타트업의 기업 성장 방식, 작은 조직, 도심으로의 집중화, 탈제조업의 환경은 사람들을 옹기종기 사무실에 마주 앉게 만들었다. 사장도 막내 직원도 옆 책상에서 붙어서 같은 책상을 공평하게 쓴다. 공간의 구성이 일반적으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가지는 권위를 무력화 시켰다. (사무용 가구를 살 때 임원용 가구 섹션이 따로 있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게다가 언제 사람이 늘어날지 혹은 망할지 모르는 단기 전략을 가진 스타트업에서 1-2년 길게 고정된 사무실을 임대하기란 꽤 큰 결심을 생기게 한다. (정수기, 복사기 등의 임대 기간이 24개월인 곳들 꽤 많다.)
처음 튜터링의 사무실은 학동역에 있는 르호봇이었다. 아직 사업자 등록증을 내기도 전에 사무실이 필요했고 창업자인 김미희 대표와 나는 여기저기 역 근처에 있는 사무실들을 보러 다니다가 결국 학동역에 둥지를 틀었다. 우리와 같은 창업을 하는 작은 회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곳. 처음 4인으로 시작된 회사에서 우리는 사업을 시작했다. 두 달여 기간이 지나고 롯데 액셀러레이터에 선발되어 이사를 가게 되었다.
6개월 입주 기간 동안 나는 진짜 50명 정도의 지인들에게 롯데 액셀러레이터 공간에 대한 자랑을 했다. 그만큼 나에겐 신선하고 새로운 곳이었다. 여러 다른 회사들과 한 공간에서 일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니! 처음으로 오픈 스페이스 코워킹에서 일을 해보았고, 처음으로 스타트업 네트워크 파티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 개업(?) 축하로 들어온 화분을 관리해주시는 분까지 계시고 의자만 드르륵 옮기면 다른 회사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 그간 내 회사 사람들하고만 일해봤던 경험과는 전혀 딴 판이었다. 이 안에서 책상을 셰어 하면서, 같은 기수 모임을 통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이는 처음 창업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식구가 늘어나며 팀이 층을 분리하여 일하게 되었는데 이 부분이 조금 힘들어져 다음 사무실은 죽어도 함께 한 팀이 있자고 결심하게 되었다.
작년 8월 이미 회사 식구들은 이미 인턴과 아르바이트까지 10명을 넘어섰다. 이제 곧 사무실을 빼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테라스에서 저녁노을을 보며 맥주 한 잔을 기울이던 시간도 점점 지나가고 있다. 운이 정말 좋게도 타이밍에 맞춰 튜터링은 스파크랩스 8기에 선정되어 역삼동에 있는 MARU180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학동역에서 선릉 그리고 역삼으로 이사. 흥부네 가족처럼 우리는 여러 경진대회와 입주 프로그램을 지원할 때 저희가 15명이라서 하며 목소리가 기어들어갔다. 스파크랩 입주 당시 튜터링은 파트타임까지 총 15명에 이르렀다.
또 운이 좋게도 우리는 기존 3개월의 액 셀러 레이팅 기간 이후에도 약 2달쯤을 더 머물 수 있었다. 하지만 또 이사를 가야 한다. 액셀러레이터는 대부분 그 기간 동안에 사무실에 대한 비용을 받지 않는다. 일정 금액의 투자금과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창업 1년까지 우리는 초기 2달을 제외하고 사무실에는 비용을 쓰지 않아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드디어 굿바이의 날이 또 다가왔다. 모니터만 20여 대를 뽁뽁이로 감고 우리는 wework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액셀러레이터에 있으면서 영국에 처음 갔을 때 묵었던 홈스테이가 생각났다. 어느 정도 꾸며진 내 방, 주인과 함께 쓰는 공유 공간들. 하지만 내 집은 아닌 그곳에서 나 스스로 집을 얻기까지 안정감을 느끼고 새로운 세상을 탐색할 수 있었던 시간.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조언도 얻을 수 있지만, 밤늦게 들어오면 그래도 눈치가 쫌 보였던 그곳처럼, 액셀러레이터에는 나름 규칙들이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하며 회사를 위해 도움을 주시는 분들에 대한 기대와 must로 해야 할 일들도 있다.
12월 1일 3천 명이 모인 곳에서 진행된 스파크랩스의 데모데이 이후 튜터링은 정말 독립해야 했다. 사무실을 찾아 2주가량을 여러 코워킹 오피스와 임대까지 알아보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20인 이상까지 늘어날 식구들을 대비해 40평 정도의 역세권 사무실을 알아보면서 알 수 없는 불투명한 회사의 운명을 함께 생각할 수뿐이 없었다. 10년이 넘는 사회생활을 했던 창업진들의 경험과 10명이 넘는 조직원들이 사는 곳들을 고려해서 부동산 임대 업자와 짬나는 시간에 사무실을 계속 보고 다녔다. 이와 함께 투자 유치 준비까지 정말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정신이 없었다.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기 일상. 아 어서 빨리 사무실에 앉아있고 싶다...
결국 우리는 이런저런 조건들을 다 생각해보다가 wework으로 오게 되었다. wework도 역시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업이다. wework은 2010년 뉴욕에서 설립된 부동산 스타트업이다. 우리가 아는 사무실을 공유해서 쓰는 방식으로 임대하는 회사이다. 소프트 뱅크 등 유명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 가치가 20조에 달하는 기업이다.
wework은 현재 국내에는 강남과 을지로점이 있다. 튜터링이 입주한 을지로 지점은 아시아에서 제일 크다고 한다. (fact check필요) 10개 층 정도를 쓰고 있는데 전체 다 입주가 끝나는 9월이면 약 3,000명 정도가 들어와서 일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다. 이미 이 안에는 국내 많은 스타트업과 1인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아모레 퍼시픽, MS, 에어비앤비 코리아 등의 대기업도 들어와 있다.
wework은 다른 사무실에 비해 비싸다. 30-50평 정도의 역세권 사무실을 얻는 비용의 1.5배 ~ 2배를 들여야 입주할 수 있다. 다행히 튜터링은 초기 오프닝 프로모션 적용을 받아 당분간 저렴하게 들어올 수 있었지만 인원이 많은 초기 기업의 입장에서는 확실히 부담되는 금액이다. 로비 공간의 핫 데스크는 35만 원, 개인 전용 공간은 65만 원부터 시작이니 15-20명의 사무실을 구한다면 월 임대료가 1,000만 원은 거뜬히 넘는다. 후덜덜-하다.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무실을 구하지 않고 wework에 들어온 이유는 하나. 이때 아니면 언제 들어오겠어 라는 생각이었다. 인원이 늘어나고 프로모션을 받지 못하면 그때는 정말 몸집이 커져 들어올 수 없을 것이고, 단시간 내에 할 일이 무지 많은 회사에선 사무실을 구하고 가구를 사고 비품을 사고 정리하는 역할을 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이 너무도 아깝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wework에도 단점이 있지만 그 단점들을 뒤로하고 어마어마한 투자를 받아내고 성장하고 있는 이 시스템, 그리고 전 세계로 사업을 확장하는 그들의 저력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wework을 처음 방문했을 때, 그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wework을지로는 명동 성당이 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고 층고는 일반 사무실에 비해 무지하게 높았다. 추운 겨울 유리벽으로 이루어진 곳들에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을 방문한 그 날. 아직 입주하지 않은 층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각 층마다 스타트업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wework의 공간은 가운데 큰 로비 (동영상에 보이는 공간)를 중심으로 양쪽에 사무실이 있는 구조이다. 마치 거실이 한 가운데 있고 각각 자기 방이 있는 것처럼 공간을 분리시켜 놓았다. 거실에서 밥도 먹고 TV도 보고 공부도 하는 것처럼 로비 공간은 핫 데스크라고 하는 공간으로 일도 할 수 있게 만들어놓았다. 까페에서 시험 공부나 업무를 하는 사람들을 본다면 비슷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월 35만원에 핫 데스크를 쓴다면 하루 종일 눈치보면서 까페에서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겐 아주 딱인 공간이다.
* 종종 wework에 입주하려면 뭔가 액셀러레이터처럼 선발되어야 하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있는데, 여긴 부동산 임대 스타트업이다. 즉 돈만 내면 들어올 수 있다.
입주를 결정하고 이사를 했다. wework에도 단점이 있다. 책상이 좁다. 허허허 - 주어지는 책상은 120cm. 잘 상상이 안 가는 사이즈인데, 이 사이즈는 A4용지를 가로로 길게 4개 놓으면 되는 사이즈다. 보통 사무실에서는 140cm -160cm의 책상을 쓴다. 듀얼 모니터를 놓으면 정말 아주 잘 책상 정리를 하며 살아야 한다. 넓은 공용 공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책상을 조금이라도 크게 해주면 얼마나 좋아라고 생각할 만큼 야박한 책상 사이즈- 널려놓고 사는 것이 당연한 정리 못하는 '창의적인(?)' 나는 꽤 힘들다.
위웍은 이렇게 월요일마다 아침을 준다. 바나나, 고로케, 샌드위치, 도넛 등 다양한 식사를 준비하여 월요일 아침마다 준비해준다. 결국 월요일에 즐거운 마음으로 회사로 (먹으러) 뛰어오게 된다.
정리하자면, 그래서 wework(코워킹 센터의 특징이기도 함) 에 입주해서 어떤가?
장점을 이야기해보자면 -
1. 총무팀이 필요 없다. 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여러 가지를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프린터, 정수기, 인터넷, 각종 고지서 등 사무실을 운영하는 데는 생각보다 꽤 많은 비용과 시간과 노력이 든다. 컵을 닦아주는 사람부터 청소해주는 분들까지 정말 총무팀이 필요 없다.
2. 아직 브랜드가 약한 스타트업의 입장에서 외부 손님이 오시면 편하다. 커피와 맥주는 무제한이고 열정 넘치는 분위기와 세련됨은 손님을 접대하는 느낌을 들게 한다. 영업과 사람 만나는 것이 주인 나에겐 득이 되는 요소이다.
3. 맥주와 커피가 무료인 것은 생각보다 꽤 시간과 돈을 절약해준다. 하루에 한두 잔 먹는 커피값, 저녁 퇴근 후 딱 한 잔 생각나는 500짜리 생맥주. wework에서는 무료다.
4. 각종 행사들이 많다. 매일 세미나와 네트워크 파티 등이 wework입주자에겐 무료로 진행되고 이런 것들은 조직원의 복지에도 도움이 된다.
5. 아직 해외 wework에서는 근무해보지 않았지만, 해외 wework에서 온 사람, 가는 사람들이 있다. wework은 등록한 멤버들에게 다른 120여 개 오피스를 사전에 신청하면 일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6. 다양한 만남이 이루어진다. VC도, 창업자도 wework에 오면 층층마다 아는 사람들을 두루두루 만나고 서로 연결시켜주기도 한다. 우리 회사만 해도 글로벌 마케터를 비롯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실제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다.
7. 탁구와 다트, 스크린 골프와 같은 게임 룸이 있어서 가벼운 운동도 할 수 있다.
* 전 세계 wework member 9만 명이 가입해있는 app. 이 안에서는 자신이 있는 사무실에서의 행사와 전 세계 위 워커들이 올린 피드들을 볼 수 있다.
단점도 있다.
1. 책상이 좁다. 사무공간도 좁다. 위로 높아서 환기에는 좋다. 목을 뒤로 꺽어 스트레칭 하면 높디높은 천정이 보이지만 정작 중력으로 발바닥이 땅에 붙은 나는 책상이 좁다. ㅠㅠ 우주선이어서 유영하며 벽들도 쓰면 좋겠다. 쫍고 파티션도 달라 지저분해보인다는 것도 단점이다. 그러므로 -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눈에 계속 거슬릴 수도 있다. 으으-정리 좀...
2. 저녁 시간대에 있는 행사들은 (우리가 계획하지 않은 외부 행사) 때론 업무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기도 한다.
3. 비싸다. ㅠㅠ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가 그래도 본다면 이 임대료는 스타트업에겐 꽤 비싼 임대료이다.
4. 우리만의 공간이 없다 보니 회의실 사용 시간에 대한 제약이 있다. 추가되면 꽤 비싼 요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5. 어딜가던 카드를 뾱뾱 찍어야 하는데 은근 이게 엄청 불편하다. 마치 집에서 주방에 있다가 화장실 갈 때 카드 찍어야 문 열리는 것과 같은 느낌적 느낌이 난다. (쫌 불편하다. 많이는 아니고. 보안 규정이니 뭐 어쩔 수 없지요~)
튜터링이 더 성장하고 조직원이 늘어나면 우린 wework을 떠나 우리만의 회사를 꾸밀 것이다. 그때는 공용 공간이 아닌 우리 조직원만의 공간을 구성하고 꾸미는 시간이 올 것이다. 얼마큼 성장할지 혹은 언제 망할지 알 수 없는 스타트업에게 공유 오피스는 그런 부담을 덜어주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wework의 매니저들 또한 사무실을 임대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커뮤니티 매니저와 같은 느낌이다. 그들의 업무 스타일과 방식은 창업자들을 편하게 느끼게 해 주고 또 다른 스타트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간 정부에서 많은 공유 오피스들을 만들었다. 공유 공간들은 단순히 공간만 기계적으로 만든다고 이 공간이 잘 돌아가지 않는다. wework에서 일하면 그들이 만들어놓은 화장실, 소파 하나, 소품 하나하나가 얼마나 고민하면서 만든 것들이고 이 공간에 들어온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지 느낄 수 있다. 정부에서 만들고 있는 공유 사무실들이 wework의 방식을 조금이라도 배운다면 좋겠다.
최근 wework은 welive를 (https://www.welive.com/) 만들었다. 이 회사 얼마만큼 성장할까? 일하는 것에 이어 사는 것까지 그 틀을 바꾸려고 한다.
아래는 위웍 사진들-
로비 공간입니다. 생맥과 커피는 무한
화장실은 정말 매우 훌륭하다. 샤워실도 있어요.
넓어보이지만 가로가 120cm, 책상서랍도 정말 작다.
wework이라는 회사가 더 궁금하신 분들은 매거진 B에 나온 wework 편을 참고해보는 것도 좋겠다.
튜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믿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배움이 즐거울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www.tutoring.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