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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kyunghee Jul 24. 2022

투자 빙하기 - 씨드라운드 창업자에게

투자 시장의 변화에 따른  얼리 스테이지의 자금 조달 전략


뒷 단은 빙하기 씨드 라운드는 한파


"투자한 돈 열심히 태우세요. 다 쓰시면 또 드릴게요. "의  시대는 끝났다.


스타트업 관련 강의 중 " 00 회사에서 XX억 마케팅비로 '태워 본' 마케터의 노하우 " 에 대한 강의들이 유행했었다. 그런데 이런 유행도 이제 끝인 것 같다. 그렇게 광고비를 '태우는' 현상은 이제 줄어들 것 같다. 글로벌 경기 침체는 상장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도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 성장과 J커브보다는 얼마나 오랫동안 이 시기를 잘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수익 구조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투자자와 아이디어 이야기만 했는데, 투자 의향서 LOI (Letter of Intent)를 받기도 하고 첫 미팅과 납입까지 2주 안에 진행한다는 5G급의 속도를 자랑하던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신중' 모드로 바뀌었다. VC의 투자 자금 역시 국가의 모태 펀드뿐만 아니라 기업 및 개인들에게도 나오는 자금이기에 경기 침체기에는 다들 현금을 보유하고 리스크 있는 일들은 조심하게 되니 VC의 투자 시장 또한 Venture Capital(모험 자본)이라는 이름과 다르게 모험을 주저하게 된다. 


비상장 주식의 장외 거래를 하고 있는 서울 거래소의 스타트업 거래 금액을 보면 높은줄 모르고 오르던 유니콘들의 주식들이 올 1월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스타트업은 이제 단순 비상장 시장의 영역을 넘어 상장 시장에도 영향을 주는 존재이다. 올해 7월 한화 증권에서 발간한 월간 보고서는 그 제목도 자극적인 '눈먼 돈의 자각'이다. 글로벌의 VC 뿐만 아니라 국내의 투자 지표 또한 함께 하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한화증권에서 보고한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과 국내 주식의 딜 사이즈와 거래 수 모두 줄어들고 있다.


올해 열린 스타트업 생태계 콘퍼런스 2022에서는 빙하기 정도는 아니지만 한국의 스타트업 또한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연사 모두가 동일하게 언급했다. 



스푼라디오의 시리즈 D펀딩 실패에 대한 이야기 - 읽으며 가슴이 먹먹 + 눈물이 난다.


성숙 단계에 접어든 스타트업

불과 5년 전만 해도 스톡옵션에 대한 정보는 찾기가 어려웠다. 스톡옵션을 부여받고 행사한 사람들도 적었고, 투자를 받고 그 과정을 공유했던 창업자들도 드물어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정보의 격차가 컸다.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해야 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는 정보를 찾고 어떤 것이 나에게 맞는 정보인지를 알고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투자자를 만나는 것 또한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투자사뿐만 아니라 투자 시 창업자가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스타트업 용어들 및 투자 관련 용어는 게다가 쉽지도 않다. 주식의 종류부터 투자 계약의 협상 과정 또한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처음 겪어보는 데다가 오롯이 혼자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 시장이 무르익으며 스타트업 방식의 창업에 대한 노하우들이 공유되고, 정보의 격차가 컸던 투자자 - 창업자 시장도 그 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창업자가 Exit 후 투자자로 가는 경우도 생기기 시작했고, VC심사역이 창업팀으로 합류하는 일들도 종종 목격되는 일이다. 


THE VC나 넥스트 유니콘 같은 사이트들을 통해 어떤 VC가 펀드를 결성하였는지, 누가 투자를 받았는지를 알 수 있고, 개인투자 조합 또한 넥스트 유니콘을 통해서 얼리 스테이지 단계의 스타트업들을 컨텍하여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네트워크가 전무한 스타트업 대표 역시 이런 사이트들을 통해 본인들의 사업 아이템을 알리고 투자사들에게 본인의 사업 아이템에 투자를 검토할 수 있다. 


https://thevc.kr/


https://www.nextunicorn.kr/


전) 00 스타트업의 PO가 창업한 00 분야의 000!  


'00 분야의 노하우'라는 것이 검색되면 그 시장은 성숙 단계이다. 개인들도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개인 투자 조합을 결성할 수 있을 정도로 스타트업 투자의 허들이 낮아지고 있고 서울 거래소 등을 통해 스타트업의 구주들이 거래되고 있다. 투자를 유치하는 노하우, 리텐션을 늘리는 노하우, IR작성의 노하우 등이 온라인 강의로 생기고 있고 스타트업 관련 컨설팅 및 스타트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들이 속속들이 생기고 있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117/110281594/1


이런 성숙된 시장에선 기존의 선배들이 잘 가꿔놓은 길들을 빠르게 따라가고 (fast follower) 시행착오를 줄이는 팀들이 초반에 빠르게 성장한다. 최근 얼리 스테이지의 창업팀들 중에는 빠르게 성장하여 유니콘에 이르렀던 창업팀의 멤버들의 지원이 늘고 있다. 시리즈 A에 합류하여 기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과정에 함께 하며 그 성장통과 함께 성장의 방식을 배우고 창업으로 이어진다. 


전 토스의 PO가 창업한 40-50 분야의 지그재그! 요런 창업팀들은 창업 생태계가 성숙하여 나타난 결과이다.



한파에 대비하는 법 


 스타트업의 생태계가 성숙되니 정보의 격차는 줄어들고 '비밀' 이라고 하는 노하우들은 빨리 퍼진다. 이렇게 정보의 흐름이 빨라졌을 때는 명민하게 움직이고 빠르게 실행 계획을 짜야 한다. 사업은 내부의 일들을 잘 챙기고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의 변화된 환경에 대한 부분도 빠르게 경영 전략에 반영하여 행동해야한다. 

 빙하기는 아니더라도 한파가 불어오는 시기에 창업하는 창업자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호황기였던 작년과 올해 투자를 받은 창업자들과는 다른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 불황일 때 투자하고 호황일 때 팔아야 한다는 것은 이성으로 알지만 실제 '분위기'에 사람들은 불황에 투자를 하더라도 보수적으로 하게 된다. 


 쾌속 투심을 하던 얼리 스테이지의 투자 시장 또한 신중 모드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만나는 얼리 스테이지 팀들의 경우 이전과 달리 속도가 나지 않는다. 다른 투자사들 또한 검토 기간이 길어지고 투자 밸류 또한 이전에 비해 낮아진 추세이다. (= 버블이 꺼져 합리적으로 변했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이에 초기 창업팀들에게는 조언을 해본다면 요런 조언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1. 밸류보다 통장의 현금이다.

: 작년과 올해의 상황을 보고 투자 금액과 밸류를 생각했다면 현재 상황에 맞는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를 믿고 투자해줄 수 있는 투자사가 있다면 밸류 욕심을 조금 줄이더라도 빠르게 클로징을 하고 PMF를 증명하고 숫자를 만든 다음에 빠르게 다음 투자사를 찾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2. 나의 감을 데이터와 숫자로 설명하자.

: 자금 유동성이 활발한 시절에는 VC가 을이었다. 호황일 때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스토리텔링이 숫자를 이겼다. NFT가격이 1/10로 추락하고 영끌하여 산 아파트들이 몇 억씩 떨어지고 대출 금리가 올라갈 때, 사람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불안할 때 사람들은 확신을 원한다. 스토리가 아닌 분석 자료와 그 근거를 원한다. 이때는 나의 스토리 (페인 포인트/ 비타민) 보다 숫자와 그 근거를 같이 준비하여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투자 논의를 하고 있는 곳들의 경우 이 상황에서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하기가 어렵다. 투자 심사역과 미팅을 하고 난 이후에 답이 없더라도 현재의 지표 및 진행 상황들을 주마다 공유하고 최종 투자 드랍 전까지 최선을 다해 설명하는 것도 좋다. 봐봐! 우리 잘 하고 있다구! 


3. 좋은 인력을 채용하기에 적기다.

: 빠르게는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내년 초는 HR업계에서 구조 조정 및 해고에 대한 노무 이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 같다. 그래도 자금의 여유가 있는 곳들은 채용만 줄이고 있지만 뒷 단의 투자를 받은 기업들은 벌써부터 감원 중이다. 높은 연봉 인상으로 IT인력을 채용하기 어려웠던 스타트업들에겐 채용에 적기일 수 있다.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2070607150003368


4.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를 계획하자.

: 칼바람이 불 때는 꽁꽁 싸매고 버터야 한다. 우리 회사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를 대외적으로 어필할 수도 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에 대한 계획도 함께 세워야 한다. 밝은 미래에 대한 청사진과 함께 수익구조를 얼마나 만들 수 있고 창업팀이 현금 흐름과 함께 회사의 비용을 관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계획 또한 함께 어필해야 한다. 


추천 책! 재무/회계 분야와 거리가 먼 대표자들도 공부하여 개념을 이해 해야한다. 


5. 겸손하자. 

: 너무도 뻔한 말이지만, 스타트업에 입사하고 수년간 거의 옷을 산 적이 없다는 대기업 출신의 개발자 이야기를 들었다. 슬리퍼에 후드티를 입고 IR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지만 스웩~과 똘끼보다는 겸손과 예의가 좋은 창업자 판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VC에게 제출하는 자료들이 이전에 비해 설명도 자세하고 길어지고 있다. 길지 않은 기간에서도 초기 데이터들을 촘촘하게 정리하고 appendix도 자세하게 작성해 오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근거와 설명을 통해 본인들의 주장을 입증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신뢰를 쌓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창업하는 창업자는 찐이다. 대기업에 근로자로 근무하면서 창업을 고민하던 사람들도 이런 시기에는 한파를 대비하여 보수적인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대학원을 갈까 창업을 할까 고민을 하던 사람들도 이런 불황에는 보수적인 의사 결정을 한다. 이런 시기에 창업을 하는 창업자들은 여러 선택지를 뒤로하고 이 여정을 시작하기로 결심한 창업자들이다. 


두려움을 떨치고 새로운 항해를 시작하는 모든 창업자들을 응원합니다. 




소풍벤처스에서는 '월간 소풍'을 통하여 투자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 스타트업을 시작하실 창업자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https://sopoong.net/program




표지 사진 출처 :  https://hbr.org/2016/03/what-big-companies-can-learn-from-the-success-of-the-unicor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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