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 최 사카모토 Aug 13. 2024

미역국

사랑받고자 사랑 담아 끓인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자연산 돌미역 듬뿍 넣은

새벽녘 허기지고 속 쓰리다 하여

소매 걷어붙이고 만들었지요

몇 번인가 밥 먹고 잠자고 간 그 사람

생일 때 꼭 한 번 쓰고서는 아껴둔

값비싸고 맛난 해녀 돌미역

넉넉히 꺼내어 씻기고 불려

물 넣고 표고 넣고 간장 두르고

팔팔 끓여 대접 가득 담았습니다

대파도 쫑쫑쫑 썰어 넣고요

일 밀리리터에 팔십사 원 하는

국내산 들기름 한 바퀴 두릅니다

후후 불어가며 금세 한 그릇 비웠지요

한 솥 가득 끓였지만

이건 나만 먹으렵니다

새벽만 되면 속이 허하고 쓰리다 하는

내게 다 주렵니다

이전 03화 1. 일본에서의 기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