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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jak Aug 15. 2024

제법 괜찮은 귀환은 다음 기회에. 그러나 잠깐의 인사.

8월 중순입니다.

그렇게 뜨겁던 여름도 이맘때가 되면 기세가 꺾입니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려 하였으나, 미지근한 여름이 되었습니다.

이곳은 저에게 온라인 고향 같은 곳이라 뭔가 <그럴싸한 귀환>을 소망하였으나, 아직은 때가 되지 못했습니다,     


날이 더워도 너무 더워서 한 동안 운동 비슷한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며칠 전, 정말 오랜만에 잠시 집 앞 숲길을 걸었습니다. 하얀 수국이 한껏 피었다가 이제 슬그머니 지는 중이더군요. 꽃이 눈을 뜨고, 힘겹게 제 몸을 부풀리고 이제 작별하려는 동안 저는 그저 더위에 허덕이느라 바빴습니다.     


잠시 물 아래 있는 동안 몇몇 공모전에 도전했습니다만, 쓰는 순간에 이미 결과를 알 정도로 제가 부족했습니다.글을 쓰겠노라, 그것으로 살겠노라 마음 먹은 사람치고는 참으로 게으르고, 참으로 비겁하였습니다. 나이탓을 제일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끝내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미 먹은 나이를 어쩌랴. 이것 말고는 길이 없는데 그냥 쓰다 죽는 거지.’          




그렇게 오랜만에 숲길을 걷고 돌아왔는데, 발바닥이 조금 아프더라구요. 진짜 오랜만에 걸어서 그런가보다 생각 했고, 파스를 붙이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통증은 점점 심해져서 발을 디딜 수도 없을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람의 몸이란 참으로 정직해서, 그 와중에도 화장실은 가고 싶습니다. 아, 발은 아파 걸을 수가 없는데 이 와중에....다 크다 못해 늙어가는 사람이 침대에 누워 무언가를 쌀 수는 없으니 안간힘을 쓰고 화장실에 갔습니다. 뭔가평소와 달리 몸이 많이 힘듭니다.      


방으로 돌아오는 길에 선풍기를 끌어안고 쓰려졌습니다.

가끔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청초하게 쓰러지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만, 현실은 육중한 몸이 선풍기와 함께 우당탕탕!! 이더군요. 역시, 자빠지는 것은 아름다울 수가 없어요. 


잠깐 아주 짦은 순간 정신을 잃은 것 같았지만, 금방 되돌아왔고 소리에 놀라서 나온 모친이 제 꼴을 보고 저보다 더 놀라 우왕좌왕 하는 모양을 보다가 ‘물 먹고 싶어. 물 좀 줘.’ 하고 저의 생존을 알렸습니다.      

제가 의사가 아니니 정확한 의학지식은 없지만, 아마도 순간적인 통증에 쇼크가 온 것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이후 땀을 한 바가지 쯤 흘리고, 진정이 된 것 같습니다.     


한 숨 자고 병원에 가서 제법 비싼(?) 치료를 받고 발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발이 아파서 2층 계단을 올라올 수가 없으니 작업실을 비웠다가 오늘 작업실에 나왔습니다.

거리가 참 한산하다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광복절입니다. 

대한독립 만세!!!

  

작업실에 도착하니 문 앞에 우편물이 놓여있습니다. 뭔지 알 것 같습니다. 올 것이 왔구나.


<개인 신상 노출 문제로 디테일은 가렸습니다.>

                              

 

기분 좋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여름이 마냥 맥없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원하던 대로, 바라던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반성했고, 부족함을 깨달았고, 허랑허랑 흘려보낸 세월과 덥썩 먹어버린 나이 탓을 하며 물러나려 했지만 그보다는 더 치열하게 발을 담그기로 했습니다. 이제 또 시작입니다.           

<제법 그럴싸한 귀환>은 다음으로 미뤄야겠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따뜻하고 감사한 분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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