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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emy Jan 24. 2019

착하지 않기 때문에 착하게 살라는 것은 아니다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


나의 어린 시절 《도덕》 교과서뿐만 아니라 오늘날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도 ‘착하게 살아야 복을 받고 나쁘게 살면 벌을 받는다’라는 말이 어김없이 등장한다. 도(道)와 덕(德)을 이야기하는 책이기에 권선징악(勸善懲惡)의 예시와 주제로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처럼 어릴 적부터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거나 세뇌가 될 만큼 정규 교육 중이나 생활 곳곳에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한편으로 비틀어 생각해보면 그만 큼 착하게 살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에 이런 교육이 꾸준히 이루 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매년 예외 없이 등장하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캠페인이 사실은 가을만 되면 날씨가 좋아서 가족, 친구, 연인끼리 놀러 다니느라 책을 워낙에 읽지 않아 생겼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것만 같다. 과거 모 방송국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서 ‘정지차선 지키기’ 캠페인을 오랫동안 방송해온 것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인간의 본성은 성악설(性惡說)이 맞지 않을까. 본래 악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일까.          



매일 하루 한 가지, 착한 일로 만나는 소확행     


그런데 맹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우물에 빠진 아이를 보게 되면 본능적으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구해주려고 애쓰는 것이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 아이를 구하려다 혹시 부상을 당하거나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만 우리 인간은 그런 것을 곰곰이 따지지도 않고 바로 아이를 향해 달려간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행동은 누구의 칭찬을 듣기 위해서나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아 발생하는 원망이 두려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정말 본능이자 본성인 것이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면 TV나 신문을 보면 쉽게 이해 가능하다. 불이 난 건물 안에서 일 분 일 초가 급박한데도 계속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비상구로 인도하는 평범한 종업원이라든지, 고속도로에서 미끄러져 뒤집혀버린 버스 안에 사람들을 구하려고 뛰어드는 어느 용감한 시민이라든지, 나보다 더 불쌍한 이웃들을 위해 써달라고 평생 모은 돈을 쾌척하시는 폐지 줍는 할머니라든지…. 이러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인간은 본래 착하다’라는 말에 무게 추가 조금 더 기우는 것 같다.     


사실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뫼비우스의 띠 같은 두 가지 주장이겠지만 《맹자》를 읽다보니 ‘인간은 본래 착하다’에 마음이 조금 더 간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일까? 나 역시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고자 소소하지만 그러한 행동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갑을 잃어버려 어쩔 줄 몰라 하는 대학생을 위해 기차표를 대신 끊어줬던 일이 떠오르고, 회사에 지각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한겨울 길가에서 넘어졌던 할머니의 짐을 챙겨 근처 병원으로 모시고 갔던 생각도 난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위해 망설임 없이 정기후원을 결심한 것도 그 연장선이라 말하고 싶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도 먹기 살기 힘든데 무슨 남을 돕고 사느냐고. 그렇게 말하는 분들에게 한 번이라도 뒤돌아볼 여유를 가져보라고 반문하고 싶다. 사는 동안 타인의 도움을 받은 적이 결코 없었는지를. 그 도움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한 적은 없었는지를. 정말 자신이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인지를. 이러한 질문들에 그 누구도 속 시원하게 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뉴스는 끊임없이 사건사고를 방송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할지라도, 사실 세상은 우리가 모르는 숨겨진 작은 영웅들이 만들어낸 미담(美談)의 연속으로 잘 굴러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진실이 더욱 가치 있고 위대한 결과를 만들어내듯이 말이다.      


매일 하루 한 가지, 지극히 소확행스러운 착한 일을 해보는 것 은 어떨까? 착한 일이라 해서 그리 거창할 필요는 없다. 엄마 대신 일찍 일어나 아침식사 차리기, 회사에서 동료들을 위해 모닝커피 타기, 내 집 쓰레기 버리면서 옆집 문 입구에 있는 쓰레기 같이 버리기 등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통해 뿌듯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남에게 보여주거나 확인받기 위 한 모습이 아니라 나의 심장이 이끄는 대로 행동하는 착한 일 말이다. 



스토리로 맹자 읽기


지적이야 말로 성장의 밑거름           


孟子曰: 子路 人告之以有過則喜, 禹聞善言則拜. 

맹자왈: 자로 인고지이유과즉희, 우문선언즉배.      


大舜 有大焉 善與人同 舍己從人 樂取於人 以爲善. 

대순 유대언 선여인동 사기종인 락취어인 이위선.      


自耕稼陶漁 以至爲帝 無非取於人者. 

자경가도어 이지위제 무비취어인자.                


<뜻풀이>
맹자가 말했다. “자로는 남들이 잘못을 지적해주면 기쁘게 받아들였고, 우 임금은 누군가 자신을 칭찬해주면 그 사람에게 절을 했다. 순 임금 또한 누군가가 훌륭한 일을 하면 자존심을 버리고 그의 훌륭함을 기꺼이 따르고 받아들였다. 농사를 짓고 그릇을 만들고 고기를 잡던 시절이나 임금의 자리에 오른 시절이나 남의 좋은 일을 본받지 않은 적이 없었다.” 
— <공손추 上>



춘추전국 시대 제나라의 재상이었던 안자의 부하 중에는 고료라는 사람이 있었다. 고료는 3년 동안 안자를 위해 신중하게 일해 왔기 때문에 실수라고는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안자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고료를 파면시켰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은 너무나 이상하게 여겨 그에게 물어보았다. 


“고료는 당신을 위해 오랜 기간 동안 일해 왔습니다. 줄곧 단 하나의 착오도 없이 착실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를 승진시켜줘도 모자랄 판인데 도리어 파면시키다니요. 너무 심하지 않습니까.” 


이 말을 듣고 안자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쓸모없는 사람일 뿐입니다. 마치 하나의 구불구불한 통나무와 같은데 반드시 먹줄로 바르게 튕긴 다음 도끼로 깎아내고 대패로 밀어내어 쓸 만한 그릇으로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대개 사람은 모두 다 흠집과 결함이 있기 마련이나 남들이 그것을 일깨워주지 않으면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는 법이지요. 그런 데 고료는 3년 동안 지내면서 저의 과오를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으니 그냥 둬서 뭘 하겠습니까? 그래서 파면시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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