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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emy Nov 12. 2019

[6] 70년생과 90년생이 만났습니다

인정받는 미생의 디테일한 습관

‘꼰대.’ 90년대생들은 입 밖에 내기도 싫어하고, 70년대생들은 혹시나 자신이 그렇게 불릴까 싶어 조마조마 합니다. 소비와 유행,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세대가 분명 지금은 90년대생들입니다. 그들에게 맞추어야지만 회사 매출에도 플러스가 될 듯하고, 신입사원들이 바로 그들이기에 잘 어우러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회사에서 중추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70년대생들은 격동의 민주화 운동이나 역동의 산업화 현장을 겪은 것은 아니지만, IMF와 세계경제 위기 등을 직격타로 맞았기 때문에 할 말이 많습니다. 


문제는 90년대생들이 이해는커녕 덮어놓고 비난만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섭섭함이 있습니다. 90년대생들은 딱 끼인 세대 같습니다. 완전히 세상을 뒤바꾸고 있는 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는 오늘날이기에 시나브로 변화가 두려워집니다. 사실 이러한 마음 자체가 꼰대로 가는 지름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정도 있고, 연세가 많이 드신 부모님도 계십니다. 회사 내에서는 이전 세대인 직장상사들, 즉 임원들에게 잘 보여야 승진도 하고 탄탄대로의 길에 들어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90년대생들은 과장 이상, 부장님들까지의 회사 내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야 하는데 아예 이해하기조차 싫어합니다. 나와는 확실히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만 같습니다. 세대 간의 단절과 거리감은 직장 내에서도 일상화가 되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강의가 있다고 30분 일찍 출근하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공허한 이불킥을 더욱 일찍 시작해야 하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출근해야 하는 것을. 그리고 왔더니 바로 이러한 주제를 다룬 강의였다. 강사분은 열정적으로 70년대생과 90년대생의 밸런스를 강조하며 회사의 앞날을 위해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며, 도덕 교과서와 같은 비현실적인 솔루션을 내놓았다.  




내가 정말 차장님을 이해할 수 있을까? 직원들 사이에 꼰대 넘버 3 안에 드는 분이라고 뒷담화가 자자한데 말이다. 괜히 이러한 강의를 들었기 때문일까. 차장님이 갑자기 착한 모드로 나를 대하기 시작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일이 많아서 많이 힘들지?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주저없이 이야기해요.” 이 말인즉슨, ‘알아서 잘해라’는 뜻일 것이다. 


나는 ‘알아서 잘해라’는 저 말이 참으로 무섭다. 뭐가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알아서 하라니, 도대체 뭘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인가? 1년쯤 다니고 나면 뭐 좀 알려나 싶은데 알아서 잘하라니. 병아리 같은 나에게. 취업에만 몰두하느라 정작 이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었는데 말이다.




생각해보면 취업박람회 때 한번 상담이라도 해볼 걸 싶었다. 그런데 뭐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올 거라 생각이나 했겠나. 들어올 줄 알았으면 여기만 죽어라 팠겠지. 인생은 정말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러한 우연성이 있기에 더 살 만하다고 누군가는 이야기하지만, 왜 내 인생은 언제나 이렇게 우울하기만 하고 괴롭기만 한 것인가 싶다. 그럴 때마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어머니께서 늘 두 번 세 번 이야기하시지만, 내가 힘드니 남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뜬금없이 같이 입사한 건너 팀 신입사원이 카톡을 보냈다.


‘아침에 강의 왜 듣는지 모르겠어요. 그거 너무나 뻔한 말인데 말이죠. 그런 이야기 백 번 천 번 듣는다고 해서 우리가 임원들과 친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봐요.’


딱히 뭐라고 답변하지는 않았다. 그냥 ‘그러게요.’ 정도로 쓰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 친구가 기분 나빠하거나 다음 답변을 기다리느라 애가 타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다들 그렇게 대화한다. 직접적으로 얼굴 맞대고 말하는 것이 불편하다. 딱히 할 말이 없는데 뭐라도 이야기하라고 회의 때마다 차장님이 뭐라고 핀잔을 주면 참 괴롭다. 늘 본인이 주절주절 다 이야기해놓고, 갑자기 브레인스토밍이라며 신입부터 이야기하란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뭔지 아직 제대로 파악도 안 되는데 뭘 이야기하라는 건지.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 업무를 맡길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게 가장 문제인 듯싶다. 수평적인 업무 구조를 회사는 늘 강조하지만, 실상은 언제나 명령하달식이다. 위에서 아래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내려오는 구조. 그러니 밑에서는 펌프를 이용해서 억지로 물을 역류시켜야 하는데 그 양이 콸콸콸 흘러내려오는 물의 양에 비교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그러면서 늘 의견을 내라고 하는 것이다.


잔잔한 호수나 넓은 바다 정도 되어야 섞이는 것 아니겠는가. 물과 기름은 섞일 수가 없다. 그런데 늘 물과 기름과 같은 일장연설만 늘어놓으니 문제가 아니겠는가. 90년대생은 오는 것이 아니다. 그냥 늘 그 자리에 있다. 억지로 이해하려 할 필요도 없다. 90년대생이 70년대생을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냥 자연스럽게 그들과 부딪힐 상황이 생기면 이야기를 잘 들어주면 된다. 그리고 그들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된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이 아니라 같이 둥둥둥 떠 있는 물처럼 섞이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늘 권위의식을 내려놓고, 기득권을 포기하라는 말이 있지 않을까? 인생 선배라고 하는 말도 굳이 안 했으면 좋겠다. 나랑 다른 인생을 살았는데 왜 인생 선배란 말인가. 내 인생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안다고. 


아, 꼰대 같은 아재, 아재 같은 꼰대, 뭔가 차이점을 찾아보려는데 잘 모르겠다. 그냥 우리 차장님도 나한테 친한 척 안 했으면 좋겠다. 친하고 싶지 않은데. 차라리 뭔가 쿨한 모습을 보이고 나서 내가 친해지고 싶다고 마음먹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왜 모를까? 


아, 정말 90년대생과 70년대생은 절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란 말인가. 혹시라도 그 사이에 얇은 막은 섞여 있는 것이 아닐까? 분명 섞여 있는 것이라면 그래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겠지. 그런 분 밑에서 일을 배우고, 회사를 다닌다면 행복할까? 그러한 궁금증도 들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은 그 사람의 이해 정도와 인식의 한계 내에서만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 아르투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인간의 본질은 사유나 이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의지에 있다. 이러한 주장은 염세주의자로 널리 알려진 쇼펜하우어에 의해 알려졌다. 우리가 품는 모든 소망, 욕구, 동경, 희망, 사랑, 미움, 괴로움, 반항, 도피, 사고, 표상, 인식 등은 삶 속에서 경험하는 체험이자 의지라는 것이다. 


더불어 인간의 의지는 무한한데 그것을 충족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따르게 마련이다. 하나의 욕망이 채워지면 즉시 새로운 욕망이 일어나고, 반대로 고통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벗어났다 싶으면 새로운 어려움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염세주의자인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고통이요, 이 세계는 최악’이라고 말하지 않았을까?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감정 또한 이에 벗어나지 않는다. 정말 우리는 우리가 경험한, 바로 그 한계 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맞다. 특히나 인생을 더 살았으니 지혜로울 것이라는 오판 아래 자연의 섭리대로 고개를 숙이지 않고 오히려 뻣뻣하게 들려고 했을 때 더 큰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나이와 지혜가 정비례 관계가 아니라, 나이와 편협함이 정비례한다는 사실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오늘날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해를 하려면 잘 들어야 할 텐데 말이다. 왜 가면 갈수록 두 개이자 열려 있는 귀는 닫으려하고, 하나이자 의지대로 열 수 있는 입만 가만두지 않는지 모르겠다. 자연이 흐르는 대로 살아가는 최고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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