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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데리다 Nov 18. 2021

나팔꽃

엄마와 딸의 이야기

나팔꽃을 보면 엄마 생각이 난다.

지난여름, 산책하고 들어오는 길에 아침 햇살 아래 유난히 눈부시게 빛나는 나팔꽃을 만났다.


식물을 좋아하시는 엄마 덕분에 우리 집에는 여러 종류의 꽃과 나무가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꽃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셨다. 이맘때쯤이면 아침 이슬이 송골송골 맺힌 활짝 핀 나팔꽃도 볼 수 있었다.

학교에 들어가기 전 아주 어렸을 때, 오빠와 언니를 학교에 보내고 나를 깨우실 때 그리고 유난히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던 나를 업고 나팔꽃을 보며 불러주시던 노래 한 소절이 문득 생각이 났다. 그 노래를 불러주던 엄마의 목소는 아직도 선명한데 아무리 기억을 짜내도 딱 한 소절만 생각이 났다.

"나팔꽃 아가씨 나팔 불어요."
"나팔꽃 아가씨 나팔 불어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이 노래를 기억하시냐고 물었다.

엄마는 '알지'하시며 바로 노래를 부르셨다.



해님이 방긋 웃는 이른 아침에

나팔꽃 아가씨 나팔 불어요.

잠꾸러기 우리 아기 일어나라고

아기방에 뚜뚜 따따 나팔 불어요.




눈을 감고 엄마 노랫소리에 귀 기울이며 가만히 듣고 있으니 노래도 추억도 전부 생각이 났다.


엄마 노래를 듣고 잠자리에서 눈 비비며 일어나던 어린 나와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노래를 불러주던 지금의 나보다 젊은 엄마.

폭신하고 넓은 엄마 등에서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엄마 목을 꼭 끌어안고 업혀있던 나와 나를 업고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던 예쁜 엄마.

노래를 부르시던 엄마는 목소리가 흔들리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며 울먹이셨다.

어느새 팔십 중반이 넘은 엄마도 울고 오십의 딸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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