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흐른다 885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885
ㅡ '영포티(Young Forty)’, 젊음의 기준은 누구에게 있나? ㅡ
오늘 기사에서 ‘영포티(Young Forty)’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습니다.
자신의 외모나 생각, 옷차림이 나이에 비해 젊다고 믿는 40대를 가리키는 신조어라고 하네요.
이 말이 등장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는데 저는 이제야 알았습니다. 아마 그만큼 그 단어 가 속한 세대와 제 나이가 조금 멀어진 탓이겠지요.
흥미로운 것은 이 단어의 의미 변화입니다.
처음엔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중년’을 뜻하는 긍정적인 말이었다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울리지 않는 유행 옷을 입고 젊은이 흉내 내는 중년’, 즉 ‘젊은 척하는 사람’을 조롱하는 표현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젊은 여성의 환심 사려는 40대를 비꼬아 ‘스위트 영포티 (Sweet Young Forty)’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이에 한 젊은이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0대는 돈이 없고 젊음만 있잖아요. 40대는 젊음은 없는데 돈이 있죠. 그런데 돈으로 젊음을 사려는 게 꼴불견이에요.”
2,30대 참 솔직한 세대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40대를 ‘중년’이라 불러야 할까요?
저는 여전히 40대는 ‘청년’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제가 도의원 시절, 저는 ‘청년의 법적 나이’를 49세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전남지역 청년기준은 농어촌 지역이라 좀 넓게 잡아 39세까지였지만 그 나이 또한 현실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습니다. 농촌에 가보면 50대는 중년 축에도 못 낍니다.
요즘 40대는 여전히 일터와 가정에서 활발히 뛰고 새로운 기술과 문화 흡수하며 열정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들 향해 “젊은 척한다”손가락질하는 것은 어쩌면 20‧30대의 질투가 아니라, 세대마다 다른 ‘젊음의 기준’이 부딪히는 현상일지도 모릅니다.
서울‧경기 지역 직장인 남성 852명을 대상으로 한 한 조사에서 “당신은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인다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81%가 “그렇다”라고 답했습니다. ‘나이 들어 보인다’는 응답은 15.6%, ‘나이와 겉모습이 일치한다’는 답은 고작 3% 였습니다.
이쯤 되면 ‘젊다는 착각’이 아니라, ‘국민적 자기 확신’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조명발아래에서는 가끔 50대 초반으로 보인다는 말도 듣습니다. 업계 특유 립서비스 일지라도 흐뭇합니다. ㅎㅎ
세월이 흐를수록 젊어 보이려는 마음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것은 허영이 아니라 살아있음을 확인하려는 본능적 의지입니다.
열정이 남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다만, 젊음을 향한 욕망이 ‘나이 거부’나 ‘세대 단절’로 이어져선 안 됩니다. 진짜 젊음은 피부나 옷차림이 아니라 변화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있습니다.
그 점에서 본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삶을 즐기려는 사람은 모두 ‘청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참 애매한 시기에 서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노인으로 분류되지만 정신과 마음은 여전히 '영포티' 세대 못지않게 젊습니다.
그렇다면 ‘젊은 척’이라는 말은 우리에게는 조롱이 아니라 찬사 아닐까요?
40대는 아직 아기들입니다.
우리 세대가 진짜 ‘Young Forty’입니다.
2‧30대 여러분,
괜히 형님 세대를 ‘영포티’라 놀리지 마세요.
대신 우리를 그렇게 불러주세요.
그 별명, 우리에게는 자랑스럽게 들리거든요. ^^
ㅡ 초롱박철홍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