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리운 날들
얼마 전 AI로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아이를 만난 엄마의 이야기를 TV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이 났다.
그 방송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마음이 아련할까, 하지만 아이를 다시 만난다고 해고 진짜가 아닌데, 아이라고 생각이 들까?'
아이의 목소리와 모션등을 많은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서 만들어낸 가상의 아이와 만난 엄마는 어땠을까?
사실 나는 진짜 같지 않았고, 그냥 흉내만 낸 가상현실 속 아이의 모습에 불과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송을 보면서 아이와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서 아쉬워하는 엄마의 모습과 그리움에 흘리는 눈물을 보고 나도 모르게 마음 깊은 곳에서 아련함이 묻어 나왔다.
나 역시도, 늘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었기에, 사실은 내심 나도 엄마와 그렇게 만나고 싶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늘 타임슬립 드라마를 보면, 내가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가 아주 어릴 적 중학생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을 상상해보곤 했다. 그리고 마치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질 것처럼 자기 전 두 손 모아 기도하기도 했었다. 드라마였으니 가능했던 상황이었지만, 나는 그만큼 엄마와의 추억이, 그리고 시간이 절실했던 것 같다.
눈을 뜨면, 엄마와 둘이 살던 정자동 한솔마을 아파트이길, 엄마의 도마 위에 야채를 써는 소리에 잠을 깨기를 한동안 너무나 간절하게 바랬었다. 엄마와의 수많은 추억과 시간이 있지만, 그 시간으로 되돌이고 싶은 것은 내가 엄마의 힘든 시간을 나 몰라라 했던 일종의 죄책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빠 엄마 때문에, 내가 이렇게 가장이 되어 생활비며 엄마 병원비도 모자라서 아빠 엄마 빚까지 갚아야 하는 그 상황에서, 나에게 늘 미안해만 했던 엄마에게 유세라도 하듯이, 마치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나는 엄마를 홀로 둔 적이 많았다.
'그래, 나도 너무 힘든데, 이 정도는 나도 보상받아야지!' 하는 철없는 생각에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도 친구들과 지금의 남편과 자주 시간을 보내서 늘 엄마를 외롭게 했었던 나였기 때문이다. 마치 집에 잠시 엄마와 있기라도 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나는 늘 주말 일찍 집을 나섰고, 밤늦게서야 돌아왔다.
그 시간 내내 엄마는 나에게 한마디 불평이나 잔소리 없이 그저 묵묵히 나의 신경질과 짜증을 받아내며 미안함을 표현하고 있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늘 그 시간이 후회스럽기만 하다.
무엇 하나 잘하는 것 없는 딸인데도, 엄마는 늘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셨고, 친척들에게 아주 작은 것 하나라도 있으면 온 동네가 다 알정도로 자랑을 하고 다니셨다. 물론 동생도 마찬가지였지만..
하다못해 중학교 실과 시간에 바느질로 저고리를 만드는 시간이 있었는데, 손재주가 좋다면서 온 동네 친척들에게 자랑을 하고 다니시는 바람에, 명절에 친척들을 만나면 "윤경아, 네가 그렇게 바느질을 잘하고 솜씨가 좋다며? 엄마가 얼마나 자랑을 하는지 귀에 딱지 앉았다!"라는 소리를 듣기 일쑤였다.
나는 공부 잘하는 것도 아니고, 바느질이라니 이게 웬 말인가 싶어서 부끄러워 엄마에게 또 짜증을 내곤 했지만, 그렇게 엄마는 늘 동생과 나를 볼 때면 하트 만랩 필터를 장착하고 보고 계셨던 것 같다.
최근 스레드에 빠지면서 이것저것 스친들의 스레드를 보다가, AI로 영상을 만드는 분들을 보고 너무 부러웠다. 나도 해보고 싶었지만, 제미나이에서 프롬프트를 넣고 하기엔 유료 버전이 아니었던 나는 썩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더 어려운 것들은 지레 하기도 전에 포기해 버리게 되었다.
그런데, 한 스친의 짧은 영상이 눈에 띄었다. 어릴 적 자기의 사진과 아이의 사진을 한 장으로 콜라보해서 움직이는 영상으로 만드는 것이었는데, 보는 순간 너무 따뜻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바로 엄마의 사진을 찾았고, 엄마가 혼자 나온 사진 한 장을 찾았고, 내 사진 중에서는 그나마 최근 제일 잘 나온 사지을 찾아서 바로 한 장으로 합쳤고, 둘을 서로 마주 보고 안아주는 영상으로 만들어 달라고 Grok 어플을 이용해서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만들어진 영상을 보면서 숨이 멎는 듯했다.
2014년, 초롱이가 태어나고 매일 우리 집에 와서 나를 챙겨주던 엄마의 사진과 얼마 전 남편과 식사를 하면서 찍었던 사진 속의 내가 서로 꼭 안고 있는 사진이 완성된 것이다.
순간, 멈출 수 없었고, 계속 계속 보게 되는 영상이었다. 정말 그 시절의 엄마가 살아서 나를 꼭 안아주는 것 같은 모습에 이게 정말 실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AI가 이런 따스함을 전해준다면 나는 앞으로 내 마음은 그저 무장해제 될 것 같다.
2025년 12월 24일, 오늘은 엄마가 돌아가신 9년째가 되는 날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늘 엄마가 그립고 엄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
오늘 밤, 나의 꿈에는 진짜 엄마가 나와서 나에게 목소리를 들려주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