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미리주는 생일 선물이야!

by 초마

"언니, 미리 주는 생일선물이야!"


늘 나보다 더 언니 같은 동생은 나에게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건네곤 한다.


두 살 터울의 동생은 늘 내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생각들을 해낸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동생은 육아로 엄마의 지원을 받아서 초등 저학년 조카들을 키웠다. 몸이 불편한 엄마를 배려해서 동생은 세명의 조카들을 모두 학원으로 돌리고, 저녁 6시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맞추고 난 후, 엄마가 동생이 퇴근하기 전 조카들 저녁만 챙겨 줄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쌍둥이 둘째 조카들과 한 학년 위인 첫째 조카는 학교가 끝나면 집에 와서 가방을 바꾸어서 학원으로 가야 했지만, 그마저도 집에 있는 시간을 최소화시켰고, 마음에 드는 학원보다는 엄마가 케어하지 않아도 될 집 앞 걸어 다닐 수 있는 동네 학원으로 모든 학원을 세팅했다.


그 당시에는 알지 못했지만, 나의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원을 보낼 때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보내고 싶었던 학원이 있었겠지만, 그러면 아이들의 빈 시간이 엄마에게는 힘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집 근처 동네 학원으로 모두 잡은 것이다. 과연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엄마가 초롱이 학교 끝나면 학원 가기 2,3시간만 좀 봐줄 수 있겠지?' 하며 하교 후 몇 시간을 엄마에게 아이들 육아 부담을 주었을 것이다. 물론 엄마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하셨을 거고, 그렇게 엄마의 몸은 조금씩 조금씩 무리가 가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동생은 처음부터 마치 먼 미래를 내다본 것처럼 이 모든 것을 철벽 차단했다.


"너희들은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들러서 가방만 두고 학원으로 바로 가!"


이렇게 동생의 세 아이들은 집에 와서 아주 잠시의 숨고를 틈만 주고, 바로 다시 학원으로 나섰고, 6시경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엄마는 조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간식만 한번 챙겨주고, 저녁때까지 또 쉴 수 있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동생은 늘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는 듯했지만, 사실은 엄마를 누구보다 많이 배려하고 있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저 동생이 조카들을 봐달라고 엄마에게 SOS를 쳐서 엄마가 힘든데도 조카들을 봐준다고 생각해서 동생에게 뿔이 나 있었다. 그렇게 나는 보이는 대로만 시비를 거는 철없는 언니였다.






엄마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나서야 동생이 나보다 훨씬 더 언니 같은 어른스러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혀 싹싹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는데, 엄마와 가깝게 지냈던 사촌언니들에게는 나보다 더 자주 연락 드려서 안부를 묻고, 인사를 드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 매일 평일은 10시 이후에서야 퇴근하고, 주말 내내 집에서도 일을 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았던 동생인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혼자서 주변을 챙기고 있었다.


'언니는 초롱이가 아직 어리고 힘들잖아! 난 이제 애들이 초등 고학년이 되니까 괜찮아!'


이런 말도 안 되는 동생의 말을 늘 곧이듣고, 나는 아직 괜찮구나라고 생각하며 동생에게 모든 것을 그대로 맡겨왔었다.


그러던 중 언제부터 동생은 늘 나에게 이른 생일 선물이라며 고가의 선물을 건넸다.


"언니, 언니는 외근직이니까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게 되잖아. 사람이 신발을 좋은 것을 신어야 항상 좋은 곳에 가게 된데.. 우리 언니, 이제 고생하지 말고 좋은 곳으로만 가게 해주라고 내가 명품신발 샀어!

그냥 주는 것 아니고, 생일 선물 미리 주는 거야!"


평생 내 돈 주고 사보지 못할 것 같은 명품 신발을 선물로 건네며 동생이 한 말이다. 그날은 너무 놀라기도 했지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동생이 너무나 어른스럽게 느껴졌고 고마웠다.


신발이 닳을까 아끼고 있던 나에게 동생은 말하곤 했다.


"언니, 아낀다고 신발장에만 넣어두지 말고, 신고 다녀! 그래야 사람들도 언니를 보는 눈이 달라질 거야!"


실제로, 이 신발을 신고 회사에 갔더니, 평생 명품이라고는 모를 것 같은 임원 분들도 나를 보고 신발 좋은 것 아니 나며 좋다고 하셨고, 명품을 잘 알고 있는 동료들도 좋은 신발이라고, 예쁘다고 너무나 잘 어울린다고 칭찬 아닌 칭찬을 해주었다.


그 후로, 중요한 미팅에서만 신으려고 했던 그 명품 신발은 가을 겨울 내내 나의 데일리 슈즈가 되었고, 그렇게 나는 조금씩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 동생이 주말에 한번 들르라고 했다.

평소에도 이것저것을 잘 챙겨주는 동생이었기에 별다른 생각 없이 나는 동생네 집에 들렀다.


"언니, 사람이 명품 패딩 하나는 입어야 하는 것 같아. 내가 언니 생일 선물로 미리 주는 거야! 알았지? 그리고 언니는 사람을 많이 만나니까 이런 옷 입으면 너무 좋을 것 같아. "


그렇게 옷장에서 꺼내온 것은 그 당시 핫한 명품 브랜드의 패딩이었다. 동생이 아무리 이런저런 루트로 싸게 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생일 선물이라고 하기엔 금액이 너무 비쌌다.


나는 괜찮다고 동생 입으라고 했지만, 동생은 늘 그렇게 일 년에 한 번 나의 생일에 상상도 못 할 큰 선물을 건네고 있는 중이다. 그 패딩은 작년부터 겨울이 시작되면서부터 또다시 나의 교복이 되었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늘 옷을 많이 껴입고도 추워하는 편이었는데, 이상하게 이 패딩은 얇은 터틀 하나만 입어도 춥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아마도 동생의 마음이 패딩 안에 온전히 스며들어서 그 온기가 전해져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지난 엄마기일에 만난 이후, 동생은 최근 많은 스트레스와 마음 쓰는 일에 얼굴이 푸석해졌던 나를 걱정했었다. 그러고 나서 동생에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다시 받았다.


"언니, 이제 우리 나이에 얼굴은 생명이야! 언니는 외근 다니고 영업하는 사람이 그렇게 푸석푸석하면 어떻게 해! 피부관리나 그런 건 아예 하지도 않지? 이게 요즘에 연예인들도 많이 사용하고, 입소문이 나서 아주 인기가 좋은 제품이래. 내가 이거 선물로 줄 테니까, 우리 언니 피부 관리 좀 해! 알았지?"


그렇게 동생은 나에게 또 고가의 선물을 보냈다. 무심결에 인터넷에 검색해 본 금액은 역시 너무나 고가의 제품이라 깜짝 놀랐다.


"이거 너무 비싼 거 아냐? 저 작년에도 그렇게 비싼 선물을 주고, 올해도 이렇게 비싼 거 주면 어떻게 해! 나는 너 생일에 맨날 변변찮은 것밖에 못주는데... "


"언니, 언니는 내가 꼭 필요한 것 주잖아! 그리고 난 언니가 이렇게 건강하게 옆에 있는 게 너무 좋아!

예쁘게 관리 잘해서 우리 언니 피부 더 좋아지면 난 그게 제일 좋아! 그리고 엄마가 있었더라고 우리 언니, 당연히 이렇게 좋은 것 해주자고 했을 거야! 그러니까 언니는 피곤하다고 그냥 자지 말고, 매일 꼭 써!"


그렇게 나는 동생에게 엄마 대신이라는 핑계로 늘 세상에서 제일 값진 선물을 받고 있는 중이다.


매년, 다음 동생 생일에는 나도 보란 듯이 좋은 선물을 해주리라 다짐하지만, 늘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어떤 것이든 동생에게 좋은 생일 선물을 건네는 언니가 되고 싶다.


늘, 사랑하고 고마운 그리고 언니 같은 내 동생... 우리 건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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