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다.
누워서 폰으로 글을 쓰면 더 잘 써지는 경험.
책상에 정자세로 앉아 마음을 다잡고 모니터를 응시하며 양손가락을 모두 사용하여 키보드를 타닥거리지 않고도 글을 쓸 수 있다는 생각하지 못했다.
손가락 두 개로 천지인의 자음과 모음을 빠르게 두드린다. 폰 화면에 글이 새겨진다. 지인에게 문자 하듯 부담 없이 써 내려간다. 편하게 누워 퇴고도 거치지 않은 글을 발행한다. 긴장을 완화하니 용기가 차오르는구나. 어차피 혼자 끼적이는 일기 수준의 글을 누가 읽는다고 퇴고를 거듭하며 끙끙대야 한단 말인가.
아이들이 등교한 아침, 혼자만의 시간이 되면 책을 꺼내든다. 늘 시작은 좋다만 의자에 반듯하게 앉으면 집중력이 도망가는 아이러니를 반복경험해 왔다. 일단 의자에 앉으면 승모근이 뻐근해져 온다. 손바닥에 마사지 오일을 펴 발라 어깨와 목에 고루 발라준 후 괄사 마사지기로 꾹꾹 눌러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오일의 향이 향긋하니 후각을 자극한다. 글이 이제는 잘 써지겠지, 생각한다. 난데없이 눈이 뻑뻑함을 느낀다. 안과에서 처방받은 안구 건조증용 안약을 찾아 오른쪽과 왼쪽 눈에 한 방울씩 떨어뜨려 눈알을 굴리며 깜빡깜빡 거린다. 눈이 시원해지는 것이 이번에는 잘 써지겠지, 기대한다. 흘러나온 안약을 손등으로 빠르게 훔치고는 주식시장이 개장한 시간임을 확인한다. 얼른 증권앱을 열어 보유종목의 시황을 확인한다. 등락의 폭이 심한 종목은 신문기사를 뒤져 원인을 알아낸다. 이제는 쓰자, 스스로에게 약간의 압박을 가한다. 이상하게도, 글을 쓰려하면 목이 마르고 물을 마시니 화장실을 들락이게 된다. 폰을 들고 화장실에 간다. 폰을 손에 쥐는 순간, 지는 게임이 시작된다. 신문기사를 열어 헤드라인을 빠르게 훑는다. 관심 가는 기사를 읽다가 분노하기 일쑤다. 뉴스앱을 닫아버리고는 인스타앱을 누른다. 관심분야 콘텐츠가 쏟아진다. 관심사를 파악한 알고리즘이 떠나지 못하도록 밑밥을 깔며 잡아채 목덜미를 놓아주지 않는다. 빨간 눈을 한 토끼는 홀린 듯 스크롤을 기계적으로 내리며 웃고 있다.
어느새, 아이들 하교시간이다. 엄마라는 명찰을 갈아 달면 독서와 글쓰기는 요원해진다.
새해가 되면 계획을 세우고 올해는 작년보다 달라진 나를 기대하고 바라왔다. 하지만 이젠 안다. 사람은 해가 바뀌었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24년 12월 31일과 25년 1월 1일은 지구가 한 바퀴 자전했다뿐 모든 것이 그대로다. 나를 바꾸는 데에는 적어도 일 년 이상의 꾸준함이 필요함을 안다.
올해는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을 자주 기록하고 자주 공개해볼까 한다. 글쓰기를 일 년간 지속했을 때 연말즈음 나의 글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또 어떤 기회가 나에게 찾아올지 궁금하다.
지금도 누워서 글을 쓰고 있다. 이불 안은 안전하고 편안하다. 아이들이 잠들어 혼자만의 시간인 데다 세상이 고요하다. 볼일 본다, 물 마신다, 쓸데없는 이동을 줄이게 되어 집 나간 집중력을 되찾은 느낌이다. 앉아서 안되면 누워서라도 일 년간 끼적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