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하루를 적어두는 이유

2025년에도 흔적을 남기는 조각글

by 초미세뷰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2025년에 단 한 편의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면 아쉬움이 클 것 같아, 일상과 생활의 흔적을 에세이로 적어두려 한다.


예전에는 어른들이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라고, 말할 때마다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내게 시간은 언제나 지루하고 느리게 흘렀으니까. 그런데 요즘 들어 그 말의 의미를 뼈저리게 실감한다.


작년에 결혼을 했다. 남편과 함께한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면, 가끔은 꿀밤을 때리고 싶을 만큼 짜증 나는 기억들이 떠오르지만, 동시에 지금 이렇게 서로 곁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묘한 안정감과 은근한 만족감이 차오른다.


나는 나를 잘 안다. 무모한 모험은 하지 않는다. 대신, 설령 작은 부작용이 있더라도 끝내 나에게 맞는 것을 고르는 편이다. 그러니 결국 남편을 알아보고, 결혼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같은 결의 기질 때문일 것이다. 조용히 집 안에 머무는 것을 즐기고, 전형적인 ‘I’ 성향의 생활 패턴. 남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유치한 농담에도 배꼽 잡고 웃으며, 서로만이 통하는 유머의 장단을 맞출 줄 아는 사람. 그런 코드가 겹쳐진 삶은, 의외로 단출하면서도 단단하다.


우리의 씀씀이는 소박하다. 사고 싶은 게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통장 잔고가 얇아지면 욕망 또한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인생은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 조금은 아쉽지만, 대신 큰 무너짐도 없는 삶이다.


그렇다고 특출 난 건 없다. 그저 평범하고 안온하다. 아침이면 씻고, 선크림을 바르고, 회사로 향한다. 퇴근 후 시간이 남으면 수영장에 들른다. 그런 단순한 삶이다.


수영을 하다 보면, 유산소 운동은 확실히 된다. 하지만 근육이 부족한 탓인지, 몸을 지탱하는 코어가 허약하게 느껴진다. 헬스장을 등록할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근육이라는 기초가 있어야, 몸의 메커니즘이 좀 더 효율적으로 돌아갈 테니까.


어릴 적엔 채소가 지독히도 싫었다. 특히 녹색 채소의 쓴맛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먼저 찾아 먹는다. 해독과 디톡스를 말하는 채소들을. 그것은 맛을 즐겨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다. 나이가 들수록 몸을 유지하는 일은 곧 생존과 직결된다.


요즘엔 디톡스 주스 레시피를 찾아보는데, 라이블리 디톡스라는 이름의 레시피에는 찜기가 필요하다 한다. 그러나 인덕션 두 구가 전부인 작은 부엌에서 과연 가능할까. 부엌이 좁다는 이유로 요리에 위축되는 내 모습이 조금은 서글프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좋아하는 걸까. 오늘은 다행히 야근은 없지만, 피곤이 몰려와 결국 잠으로 도망칠 것만 같다. 그저 그런 하루다.


한편으로는 엄마가 집을 사야 한다며 부추긴다. 아는 부동산 중개인이 권하는 모양인데, 지금의 대출이자는 숨 막히게 높다. 언젠가 주거의 안정을 위해 아파트를 마련해야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다.


결국 나는 평범한 30대의 하루를 살아간다. 그럭저럭, 그러나 나름의 질서를 지닌 채로.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나는 그 안에서 버티며, 작은 기록을 남긴다. 기록이 없다면 나는 아마, 내 삶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갔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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