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성장과정을 묻는 문항이 참 많이 출제되었다. 자소서를 쓸 때면 '저는 몇 남 몇 녀 중 몇째로 태어나~'라는 문장이 자동적으로 떠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출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출제하는 기업들이 몇 곳 있는데, 대체로 인성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곳들이다.
성장과정 문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일대기를 적는 게 아니다. 비교적 어린 학창 시절에 어떤 경험을 겪으면서 어떠한 가치관/인생관이 형성되었는지, 그리고 그 가치관/인생관이 학교나 사회에서 어떻게 발휘되어 왔는지를 드러내는 문항이다.
요즘은 잘 쓰지 않지만 좌우명이라는 게 있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삶의 태도를 일컫는데, 좌우명이 있다면 작성하기가 쉽다. 왜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실제 경험담을 한 가지만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좌우명이 없더라도 내가 사회적으로 발휘하는 양심, 자주 하는 다짐이나 계획들이 주요 소재가 될 수 있다.
내 예시를 하나 들자면, 우리 집 신발장 앞에는 화이트보드가 하나 설치되어 있다. 월별 큰 계획이나 매일 해야 할 일들을 적어놓는 편이다. 이 화이트보드 하나만으로도 내가 일상의 규칙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OTT 구독 갱신 같은 것들도 적는다.)
이렇게 소재를 발굴했다면 어릴 적 경험 하나와 연관시키면 된다. 가령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수업을 마치면 학교 도서관에 꼭 들려서 책을 대출하곤 했다. 읽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규칙을 지속하면서 조금이나마 책을 더 읽게 되었고, 연설문 하나를 잘 써서 전교회장이 되기도 했다.
당시의 성취감을 바탕으로 일상의 규칙, 지속하는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사회나 회사 생활에서도 일상의 규칙으로 목표를 달성한 경험이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내가 어떤 가치관/인생관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그 기조를 유지할지 보여주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