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람 Sep 28. 2016

지구의 환경을 살리기 위한 노력, ‘나’로부터 시작!

[서평] 환경을 위한 과감한 실험, 콜린 베번의 <노 임팩트 맨>

지난 9월 5일 발간된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기여했던 바다가 해수 온도 상승으로 오히려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9월 8일 'Current Biology' 저널에 소개된 연구는 지난 20년 동안 인류가 파괴한 지구의 황무지가 10%에 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지역인 황무지가 파괴됨으로써 멸종 위기 종들의 생명 또한 위협받고 있다. 지구상에서 바다와 육지 어느 곳도 이제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이 같은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리는 연구와 보고서의 사례는 더 이상 우리가 환경오염의 실태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환경오염의 피해를 막을 수 있을까? 환경오염의 심각성과 피해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우리가 생활 속에서 어떠한 실천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방법을 고민하는 사례는 드물다. 환경오염은 인류 전체의 심각한 위기이나 개인의 위기로 와 닿지 않는 것은 그 피해가 직접적이지 않다는 것에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각종 합성세제를 사용해 하수구에 버린 물이 결국 우리가 마시는 수돗물로 돌아오고, 무심히 버린 쓰레기가 땅과 바다를 더럽혀 오염된 채소와 해산물로 우리 밥상에 오른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인 셈이다. 이쯤 되면 어떤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환경오염의 폐해에 눈감을 수 없다고.           


환경을 위한 과감한 시도,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      


여기에 환경에 더 이상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선언한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를 과감히 실행한 사람이 있다. 바로 콜린 베번이다. 역사 분야의 저술가였던 그는 환경 문제에 문외한이었지만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인지한 후 말로만 지구를 걱정하는 자신의 모습을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남이 바꾸길 바라지 말고 자신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른 콜린은 ‘환경 친화적’인 생활방식을 모색하고 1년 동안 가족과 함께 이를 실행에 옮긴다. 그것이 바로 ‘노 임팩트 맨’이다. 여기에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마이너스 임팩트)을 줄이고 긍정적인 영향(플러스 임팩트)을 늘려 서로 상쇄’할 수 있기를 바라는 그의 바람이 담겨 있다.      


책으로 펴낸 <노 임팩트 맨>은 콜린과 그의 가족(아내 미셸과 딸 이자벨라)이 한 해 동안 환경을 위해 새로운 생활방식을 시도한 실험적 기록인 셈이다. 그의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회용품과 포장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등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1단계였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교통수단만 이용하는 것이 2단계였다. 음식을 고를 때 환경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만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3단계였다. 그런 다음에는 여러 단계를 거쳐 소비재, 난방이나 전기와 같은 가정용 에너지, 생활용수 사용과 수질오염 등 여러 분야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도로 줄일 것이다. (33쪽)      

물론 콜린에게 처음부터 이와 같은 시도가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2장의 제목을 ‘모든 게 엄청난 실수로 밝혀진 첫날’이라고 명명한 것처럼 키친타월 한 칸에 코를 풀면서 그는 종이로 만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를 절감한다. 어린 딸을 위해 종이 기저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즐겨 먹는 테이크아웃 음식도 끊어야 했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일회용품을 쓰지 않음으로써 금욕주의를 실천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의 욕망에 따른 삶이 과연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 근원적 질문을 통해 답을 얻고자 했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도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면, 우리의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게 지구에 더 이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콜린은 쓰레기통으로 쓰레기봉투를 나르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떠올린다.      


우리가 잘 살기 위해 이 모든 편의용품의 비용을 치르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이 모든 편의용품의 비용을 치르고 일을 하기 위해 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내 삶이 남긴 찌꺼기를 바닥에 늘어놓고 앉아서 검은 비닐봉지를 쳐다보는데, 어린 딸과 아내와 친구들을 위해 짬을 내기 힘들어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고, 내가 흥이 안 나는 일을 하며 꾸역꾸역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10분 쓰고 버릴 물건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66-67쪽)     


우리가 만든 쓰레기만큼 우리 인생을 쓰레기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가 낭비하는 자원만큼 우리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거라면? 콜린의 이 같은 물음에 뜨끔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분리수거를 하기 위해 수거함을 정리하다 보면 무심히 버린 쓰레기가 너무 많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편의를 위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이 택배로 배송되고 상품을 둘러싸고 있던 비닐과 박스는 고스란히 쓰레기가 된다. 언젠가 너무 많은 박스가 쌓이자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지만, 익숙한 편리함 때문에 구매 습관을 바꾸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누린 편의가 전인류에게 민폐’가 되었다면, 더구나 그 편의가 그리 편리한 것도 아니었다면 우리가 그동안 누려온 편의에 대해 재고해 봐야 하는 게 아닐까?         

   

일회용품 사용하지 않기/ 이산화탄소 배출하는 교통수단 이용하지 않기/ ‘로컬 푸드’ 실천하기      


콜린이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실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비닐봉지 대신 재활용 장바구니로 장을 보고, 포장된 식료품이 아닌 낱개로 이루어진 식료품을 담기 위해 유리병을 사용한다. 언제든 다시 꺼내 쓸 수 있는 컵을 들고 다니고, 일회용 면도기 대신 계속 쓸 수 있는 면도기를 사용한다. 우리도 한때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가죽 가방 대신 에코백을 사용하자는 긍정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식료품을 사기 위해 콜린과 같이 유리병을 챙기긴 어렵더라도 천으로 된 장바구니 정도는 우리도 챙길 수 있지 않을까.      


아내 미셸의 제안으로 지속적인 소비를 조장하는 텔레비전을 치우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린 콜린의 가족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교통수단인 비행기와 기차, 자동차와 버스, 심지어 엘리베이터까지 사용하지 않기로 한다. 대신 낡은 자전거를 재활용해 고쳐 쓰고, 계단으로 건물을 오르내리는 것이다. 뉴욕 한복판에서 자전거를 타는 게 위험하다고 생각한 미셸은 도보로 출퇴근을 하지만 이후 콜린이 선물한 킥보드를 타고 딸 이자벨라를 태우기에 비교적 안전한 삼륜 자전거에 매료된다.      


자동차나 버스를 타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신경 쓰고, 지구 온난화를 걱정했던 적이 있던가? 반대로 자전거를 타면서 환경을 이롭게 한다는 자각도 없었던 것 같다. 한동안 방치해 두었던 자전거를 꺼내 타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버스나 자동차를 탈 때와 느낌이 전혀 다르다. 눈으로만 봤던 주변 풍경을 온몸으로 느낀다고 할까.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게 중요했던 이전과 달리 달리는 과정을 즐기게 된 내 모습을 발견했다. 콜린의 딸 이자벨라가 자전거를 타면서 즐거워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일회용품이 아닌 재활용품을 사용하고, 자전거와 킥보드 이외의 교통수단을 이용하지 않던 콜린의 가족은 ‘지속 가능한 식생활’을 위해 집에서 트럭으로 이동 가능한 거리 내에서 제철 음식만 먹는 ‘로컬 푸드’를 실천하기로 한다. 처음엔 유기농 라벨이 붙은 식품을 구입하면 될 거라 여겼지만 이내 유기농 인증과 농무부의 환경 관리를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앞서 ‘로컬 푸드’를 실천하고 있는 앨리사에게 조언을 구하고, 고민 끝에 콜린은 자신의 ‘로컬 푸드’의 기준을 세운다. 그 기준이란 반경 400킬로미터 이내의 제철 음식만 먹는다는 것.      


인근 지역에서 재배된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고, 지역 농민들의 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로컬 푸드’는 권장할 만하다. 집 근처 마트에만 가도 수입산 채소와 과일, 해산물이 가득한데 장거리 운송 과정에서 인체에 해로운 방부처리가 이루어졌을 거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망설임 없이 이와 같은 식품을 구매했던 건 우리가 무지한 까닭에설까, 아니면 다 알면서도 어쩌겠어, 하며 모른 척 눈을 감은 탓일까?           

전기 없이 생활하기, 가능할까?      


콜린과 그의 가족은 그밖에도 쓸데없는 소비를 하지 않기 위해 필요하면 중고 물품을 구입하고, 발전소에서 공급되는 전기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6개월간 전기 차단기를 내린 채 생활하기도 한다. 너무 극단적인 방법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지만 그의 실험과 시도가 잘못됐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텔레비전과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콜린의 가족은 가족끼리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졌고, 야외 활동을 더 많이 즐기게 됐으며, 밤에는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어 건강해졌다.      


물론 세탁기를 사용할 수 없으니 욕조에 빨래를 넣고 포도 밟기 하듯 가족 모두가 빨래를 밟아서 빨아야 했고(수고로움에도 이자벨라를 비롯한 콜린의 가족은 이 같은 빨래를 즐거워했다), 냉장고 대신 ‘단지 속의 단지’(큰 질그릇 안에 작은 질그릇을 넣고 그 사이를 젖은 모래로 채운 물건)를 사용했으나 우유가 상한 걸 발견하기도 한다. 옥상에 태양 전지판을 설치해 전력을 사용할 방법을 강구하지만 이마저도 충분하진 않다. 콜린의 이 같은 실험을 다소 불편해 할 사람들에게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에너지를 전혀 안 쓰고 살겠다는 뜻에서 전기를 끊는 게 아니다. 우리 땅을 희생시키지 않고 더 나은 삶,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우리 자신과 친구들과 관심을 보이는 모든 사람들을 자극하기 위해 끊은 것이다. (248쪽)      


우리는 주어진 것을 종종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다. ‘쓰레기를 만들지 말라고? 그게 가능해? 자동차나 버스, 지하철을 안 타고 어떻게 출퇴근을 해? 전기 없이 6개월을 산다고? 그건 미친 짓이지.’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보편적인 반응일지 모른다. 쓰레기를 만드는 것도,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도, 전기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도 우리의 일상에서 너무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이것이 당연한가를 고민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이제까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 중 대부분은 사실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남녀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도, 인종차별과 편견도, 우리가 무한정 쓸 수 있다고 여긴 나무와 물 등의 자원도 말이다. 물론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다고 하는 말들이 우리를 몹시 불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콜린의 친구인 숀도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에 대해 불편했던 심경을 다음과 같이 토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들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방법을 모르고 있는데, 이 황당한 노 임팩트 프로젝트가 등장해서 우리를 흔들어놓고, 현실을 상기시키고, 아슬아슬한 외면의 벽을 무너뜨려 미안해지게 만드니 처음에는 화가 나고 그렇게 만드는 사람한테 짜증이 날 수밖에요.” (247쪽)     


숀의 말은 마치 우리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간신히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들추고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에 의문을 제기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콜린의 행보에 불편하고 짜증이 난다는 것. 그런데 생각해보면 불편하고 짜증이 난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이미 자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타성에 젖은 익숙한 것들을 던져버리고 새로운 생활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단지 그것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냉담하게 미루어 왔다는 것을 말이다.           


전인류의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      


‘노 임팩트 맨’이라는 이름으로 1년 동안 진행한 콜린의 실험과 시도는 단순히 환경을 지키기 위해 자제하고 금욕하는 삶이 아니었다. 자원을 낭비하는 것과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는 것 사이의 연관성을 생각했고,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도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했다. 지구에 피해를 주지 않고도 우리가 잘 살 수 있다면, 굳이 지구에 피해를 주는 기존의 생활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물론 개인의 노력만으로 아마존의 삼림이 되살아나고 오염된 바다가 깨끗해지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집단적인 노력과 실천이 뒤따르길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 와중에도 우리의 환경은 파괴되고 지구는 병들고 있기 때문이다. 콜린이 남이 바뀌길 바라지 말고 나부터 바꿔보자고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도 바로 이러한 까닭에서다. 나의 변화가 타인의 변화를, 집단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콜린의 말처럼 전인류의 변화는 결국 ‘나’로부터 시작되는 게 아닐까.      


우리는 개인의 자격으로 - 예를 들면 제품 디자이너나 회계사나 CEO의 자격으로 - 세상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을 결정한다. 이제는 체제가 바뀌기를 기다리지 말자. 우리 개개인이 모인 것이 체제이다. 

이제 우리는 참여하는 시민의식의 새로운 모델을 찾고, 각자의 생활 방식이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을 감당하고 확고하게 다질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참여민주주의’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려,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들어줄 지도자를 뽑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책임감 있게 원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 대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체제의 노예가 아니라 주도자로 활약하는 세상에서 충만하게 사는 만족감이다. 그곳은 물려받은 게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세상이다. 몽유병 환자처럼 걸어 다니지 않고 당당하게 활보하는 세상이다. 우리가 우리 문명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세상이다. (296쪽)      


* 책 정보 - <노 임팩트 맨(NO IMPACT MAN)>(콜린 베번 지음, 이은선 옮김/ 북하우스/ 2012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