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숲은 사라지고... 꽃이 된 그림

by Chong Sook Lee


하얀 캔버스에
멋진
그림을 그려 보려고
준비를 한다
여러 개의 붓과
많은 색의 물감과
물을 캔버스 옆에
가지런히 놓는다

연필로
스케치를 하지 않고
머릿속으로
생각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페인트에 물을 섞어
원하는 그림을
시작한다

하늘을 그리고
구름을 그리고
쭉쭉
뻗은 멋진 나무와
멋대로 자란
풀을 그려 넣는다
흐르는 계곡물과
계곡물에 담겨 있는
크고 작은
돌멩이들을 그려놓고
보는데
어쩐지 부자연스럽다

구름이 너무 많고
나무도 풀도
어색하다
계곡물에 잠긴
돌멩이들은 그런대로
아기자기한데
전체적으로
원근이나 명암이
원하던 그림이 아니다

공들였지만
다른 색으로
배경을 바꾸어 본다
그림을 지우기 위해
진한 색으로
페인트를 하니
먼저
그린 그림이 사라지고
은은한
초록색 바탕이 되었다

그 위에
무엇을 그릴까 하다가
꽃을 그리고 싶어
화병을 먼저 그려본다
동그란 화병에
몇 송이의 꽃을
꽂아 놓으면 좋을 것 같다
어두운 바탕에
밝은 색의 꽃을
넣었더니 화사한 게 좋다

알맞은 캔버스 크기에
화병에 꽂힌 꽃들이
생화처럼 그려있다
크고 작은
하얀 꽃과 빨간색 꽃이
서로 어우러진 모습이
볼수록 마음에 든다

아담한 꽃병과
아름다운 꽃들이
그려진 캔버스를
벽에 걸어보니
아주 마음에 들고
보면 볼수록 좋아
방에 걸어두고 본다
조금 힘이 들었지만
바꾸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이종숙)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