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안과 진료를 위해 안과에 갔다.
기다리는 환자들이 진료실 대기실에 꽉 차서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남편이 자리 하나가 있다고 부른다.
막상 가서 보니 남편 옆자리에 여성분이 앉아 있어서 빈자리로 가서 앉으려고 했더니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리를 양보한다.
그녀 : 같이 앉아요
나 : 괜찮아요
그녀 : 옆에 앉아요.
하며 자리를 옮기며
남편의 옆자리를 내주는 그녀
고맙다는 말을 하고
웃으며 자리에 조용히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데
만난 적도 없는 그녀가
말을 시킨다.
그녀: 모자가 너무 예뻐요.
모자 쓴 모습이 참 예뻐요.
조용하게 있던 그녀는
말문을 연다.
나: 어머 고맙습니다.
오늘 아침에 너무 추워서
모자를 쓰고 왔어요.
그녀 : 아. 그렇군요.
나 : 모자를 쓰니까 따뜻하고
머리에 신경 안 써서 좋아요
며칠 전 머리를 너무 짧게 잘라서
아침에 나오는데 머리가 썰렁해서
모자를 쓰고 나왔는데
예쁘다고 칭찬해 주니까 기분이 좋네요.
그녀 : 나도 모자를 쓰면 좋을 텐데 안 어울려서 안 쓰고 다녀요.
나: 아… 그러시군요. 의사가 바쁘네요.
그녀 : 우리 남편은 지금 진료받는 중이에요.
나는 운전기사로 왔고요.ㅎㅎ
나 : 눈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매번 올 때마다 만원이에요.
그녀 : 맞아요. 남편은 정기적으로 와서 진료를 받지만 나는 이상이 없어요.
얼마 전에 백내장 수술을 했는데 아주 좋아요.
나 : 어머 그러셨군요. 요새는 정말 백내장 수술을 많이 하던데 종류가 3가지라는 말을 들었어요. 어떤 걸 하셨나요?
그녀 : 정부에서 보조해 주는 기본적인 것으로 했는데 아무 이상 없어요.
나 : 정말 잘 됐네요. 우리 친구는 기본으로 했는데 눈물이 나고 물체가 흐려서 한동안 고생하더니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녀 : 병원에 가면 수술 전에 어떤 것을 하겠냐고 물어봐요. 기본으로 하면 공짜지만 단계가 오르면 돈을 내기 때문에 기본으로 했어요. 수술하는 시간도 짧고 후유증도 없이 잘 돼서 너무 행복해요.
나 : 잘하셨네요. 요즘 갑자기 날이 추워서 겨울이 다시 오는 것이 같아요. 눈이 오고 바람 불고 추워서 봄인지 겨울인지 모르겠어요.
그녀 : 맞아요. 몇 주 전에 바람 심하게 불던 날 기억해요?
나 : 네. 바람이 세게 불어서 세상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어요.
그녀 : ㅎㅎ 맞아요. 바람 부는 날 밤에 지붕이 날라간 지도 모르고 자고 일어 나서 외출을 하며 우연히 지붕을 봤는데 지붕이 뜯겨 나가 지붕속이 보여서 깜짝 놀랐어요. 옛날에는 천재지변이 나서 피해가 있으면 보험 적용이 되었는데 지금은 안된다고 연락이 왔어요. 6000불 이상이 든다고 하는데…
살기가 점점 상벌해지네요.
나 : 네.. 맞아요. 여기저기에서 살기 힘들어하는 소리가 들려요. 세상은 편해졌는데 살기는 더 힘들어요.
그녀 : 맞아요. 저기 남편이 오네요.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 함께 해주어서 고마워요.
나 : 저도 즐거웠어요. 좋은 나날 보내세요.
우연히 옆에 앉은 사람과 대화를 하다 보니 지루하지 않았다. 남편도 진료를 잘 받고 경과도 좋고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따뜻하고 자연스러워 마치 오래된 친구와의 대화 같아 둘이 금방 마음이 통해 대화가 이어졌다.
어디서 사는 누구인지 모르지만 남편 옆에 앉으라고 자리를 양보해 주며 배려해 준 덕분에 자연스럽게 생판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로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낸다. 친한 친구와의 좋은 시간도 좋지만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도 부담이 없고 순수해질 수 있어 좋다. 우연히 만나 우연한 자리에서 주고받은 대화가 좋은 에너지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