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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주어지는 세 번의 시작

feat. 책 추천 + 책 선물 이야기

by 빙산HZ

‘아, 분명 새해가 되었는데 난 여전히 작년과 다름없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어. 난 왜 이러지?’


브런치스토리 마을 구석 어딘가에 이런 질문을 하며 ‘올 한해도 글렀어’ 생각하고 계신 분?

저말고 또 있을까요?


사실 한 해는 세 번의 시작이 있어요.


앞서 말한 신정 (New Year), 구정 (음력 설, Lunar New Year), 말고 하나 더 있는 셈이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부득이하게 본인이 실제 산 기간이 아닌 사회적 나이를 먹게 되지만, 성장 (혹은 노화)의 기준으로 보면 실제로 지구에서 태어나 자기 호흡기관으로 산소를 마시게 된 순간부터 계산하는 게 정확한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2024년 12월 31일에 태어난 아기가 2025년 1월 1일에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건 도대체 누가 만들어낸 개념인지? 떡국을 안 먹으면 나이를 안 먹을 것 같은 그 잘못된 개념(?)에도 저항감이 있습니다.

(많이 먹으면 정제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니 과학적으로 노화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네요. 농경사회에선 힘이 되는 음식이었겠지만 현대사회의 운동부족의 사무직의 경우 더더욱)


(거의 모두에게 주어지는) 세 번의 시작


뭐 대단한 비밀이 숨겨진 건 아니에요.

생일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실제 생일이 찾아오기까지 우리는 아직 ‘1년’을 보내지 않았으니깐요.


'아직 못 이루고 있다. 아니, 시작 조차 하지 못했다.'

'신년계획을 못 실천하고 있다.'


이런 생각하고 계신 여러분, 생일까지 아직 기회가 남았습니다. (혹시 1월에 태어나신 분들은 죄송..지못미..)

전 아쉽게도 봄에 태어난 사람이라 여름 가을 겨울까지 기다릴 여유는 없어요.

사실 앞서 진행한 두 프로젝트는 구정이 오기 전에 털어내고 싶었던 ‘해보고 싶은 이야기’ 였습니다. 잘 쓰자- 라는 진중한 목표가 없이 진행된 가벼운 프로젝트였는데 하다보니 길어져서 결국 제가 세번째 시작을 운운하게 되었습니다. (핑계쟁이 같으니라고.)



분명 새해가 되었으니 작년보다 더 잘 쓰고 싶다는 결심을 내뱉었을 뿐인데 뭔가 이뤄져야 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치 상승. 하지만 전 아직도 작년과 큰 차이 없는 사람이고, 글쓰기 실력이라는 게 결심을 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니니깐요.


이번 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sometimes, not always)

결심은 자기만족과 착각으로

선포는 대리만족과 부담으로 다가오게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결심을 했다는 것은 뭔가를 한 것처럼 착각하게 합니다.

하지만 결심은 순간이고 그 이후에 다른 순간들이 지속적으로 채워져야 의미가 있겠죠.

결심을 했다는 게 마치 뭔가를 한 것처럼 느끼게 할 뿐.

그건 언어학적 함정인가봐요.


내년에는 더 글을 잘 써볼게요-라는 건 선포...

‘저 올해부터 다이어트 할게요!’ 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것.

이 역시 발화를 통해 주변사람에게 책임감을 분산시켰을 뿐, 그 말 자체가 나를 바꾸진 않죠.


그리고 어느 경우엔 묘한 부담감으로 스멀스멀 목 뒤에 걸터 앉아 훈수를 두기 시작하구요.

‘야야, 너 글 잘 쓰기로 했잖아. 이렇게 안 쓴다메? 이래서 독자들이 니가 무슨 말 하고 싶은 지 알겠어?’

그런 자기검열도 순기능이 있겠지만 창작욕에는 찬물을 끼얹는 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과학적으로야 저온에 노출되면 아드레날린과 에피네프린 덕분에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보편적인 표현이 그렇다는 말이에요.)

일기장 <D-10 LAST PLAN, the Diary> 는 예정대로 종료 10일 후인 2월 10일 삭제를 향해 하얗게 지워져가고 있죠. '작품'이란 단어를 달고 여기에 머물 수 없는 아이들입니다.

하지만 변화와 성장은 그렇게 급작스레 찾아오지 않고 점진적으로 쌓아가는 경우가 많죠.

결심과 선포만으로 사람의 실력이 변하면 누가 노력을 쌓아가겠습니까...


쓸 때는 ‘난 천재야’ 하며 쓰고, 퇴고/편집을 할 때는 ‘니가 천재일리가 있냐?’ 하면서 자기의 초고를 들여다봐야하는 거겠죠. 왠지 말투가 전문가가 가르치는 말투로 들릴 수 있겠지만 내가 나를 타이르며 하는 말입니다.

어쩌면 최근에 이경 작가님 책을 읽다가 무의식적으로 책의 어투에 영향을 받는 것일수도 있고요

뜬금없는 책 추천


혹시 새해 목표로 글쓰기에 도전하고 싶으신 분, 혹은 열심히 쓰다가 글쓰기에 자신감이 떨어지신 분이 계시나요? 그렇다면 곧 출간 예정류귀복 작가님의 책이 나오기 기다리며 이경 작가님께서 (https://brunch.co.kr/@mc2kh) 내신 두 권의 책 중 하나를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좌) 티라미수 THE BOOK 에서 책을 참 예쁘게 센스있게 만드는 것 같다 우) 작가의 목소리는 브런치북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니깐 이 책은 글 말고는 내세울 게 없는 오로지 글로써만 이야기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과 오로지 글만 본다는 편집자가 만든 책이다.

-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중-


전 브런치에서 서평을 쓸 계획이 없는데, 그건 괜히 제 허접한 글로 좋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괜한 영업방해가 될까봐서입니다.

한강님의 책을 읽고 감상을 적은 것은 나 따위가 잘 못 써도 영향 받지 않을 게 확실하니깐 별 부담없이 썼나보다.


하지만 그래도 언급하고 링크하는 건 어떤 책이 좋아서 이야기하고 싶을 때인데요.


그게 이번 읽은 책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난생처음 내 책*)입니다.


설 연휴 때 아이들이 아파 어디 못 나가고 집에만 있던 덕분에 느긋이 애들과 놀아주며 자기들끼리 신나서 아빠가 안중에 없을 때 한 꼭지(?)씩 읽어 내려갔습니다.


글쓰기는
용기와 좌절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일

-이 경,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분명 위로를 목적으로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이전에 가슴 속에 쌓여가던 ‘나 따위가 무슨 글을 써’ 라고 속삭이는 그림자가 점점 사라지는 기분이 듭니다.


작가님은 책에서 출간까지 이르게 된 이야기를 해주셔요. 글 쓰는 걸 좋아하고 작가를 꿈꾸는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여러 에피소드들이 되어 책에 담겨있었어요. (사기 당하지 않는 법이란 제목을 쓰진 않았지만 그런 내용을 담은 작가님의 조언도 재미있게 적혀있구요.)


심지어 책의 사이즈, 일러스트의 색감, 종이의 재질, 구성 등을 보아하니 이 출판사도 작가님이 꽤 마음에 들어서 책을 냈겠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도서제품을 만들 때 신경써야하는 건 의외로 많습니다. 내지, 외지, 종이재질, 제본방식, 인쇄방식, 코팅 방식... 옵션별로 금액이 올라가는 건 당연합니다.
저는 글만 봅니다.


특히 편집자의 목소리도 중간 중간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중간 중간 녹색 색지를 사용하여 단락을 맺는 느낌도 좋았습니다. 저걸 읽을 때마다 책 내고 싶은 욕심도 없는 내가 '나도 편집자 생겼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오죽하면 속지의 편집자님 성함을 찾아봤어요. '글만 본다는' 신혜진 편집장님. 그 말이 너무 멋졌습니다)

이경 작가님의 '나에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중 신혜진 편집자님의 첨언 (1)
이경 작가님의 '나에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중 신혜진 편집자님의 첨언 (2)


책 사이즈 비교를 위해 류귀복 작가님(https://brunch.co.kr/@gwibok) 책도 옆에 두고 찰칵.

(좌) 이 경 작가님의 책 (우) 류귀복 작가님의 책
아, 그렇다고 제가 작가의 꿈을 갑자기 갖겠다는 건 아니고 …좀 더 어른이 되어…작가가 꼭 되어야겠다 …라는 목표가 생길 때…도전할게요…지금은 연습…연습....



선물, 비하인드 스토리

알라딘에서 주문한 올 해 두번째 책 쇼핑(?) 결과

마침 이번 주 함께 식사를 한 선배와 이야기를 하다가 선배님 아내*의 꿈이 작가였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내가 신입사원 일 때 알고 지내던 타부서 두 세살 어린 직원이었는데 … 나보다 나이가 같은 부서 7살 많은 미남선배님께서 그 분을 맘에 들어하시는 것 같아서...두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아드리려고 셋이 같이 밥 먹고 한 번 빠져주고 ...했던 남도 친구도 아닌 그런 사람이다. 형수님이라는 단어는 안나온다.

그래서 떠오른 책이 <작가의 목소리>와 (난생처음 내책)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 입니다.


선배님 아내(형수님)은 결혼 후 육아/아이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포기한 꿈’이 바로 작가. 점심 시간에 그걸 듣고 사무실에 돌아와서 알라딘*에 접속해서 구매했다.


(교보, 예스24보다 알라딘을 좋아하는 이유는 원래 마이너/언더독 응원하는 성향...때문인 것 같습니다.)

브런치북으로 이미 한 번 다 읽은 <작가의 목소리>가 더 좋을지, 종이책으로 읽은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가 더 좋을지 몰라서. 일단 <내게도 편집자가 생겼습니다>는 선물용으로, <작가의 목소리>는 읽어보고 빌려드릴 지 선물+1으로 드릴 지 고민해보려 합니다. (브런치 북과 종이책이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구요.)


지금까지 부에 대한 큰 욕심이 없이 살아가던 선배님. 요즘 아내의 행복을 위해 투자를 시작하신 참이라고 했다. 투자에 적극적인 분이 아니셔서 성향에 맞게 데이브 램지의 책 <부의 연금술>을 선물하려고 같이 주문해서 드렸다. 선물한 두 책이 두 사람 사이에 더 행복한 시간이 많아지게 할 수 있길 바라며.

아, 그건 류귀복 작가님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를 드려야하나.

2월 말에는 내놓은 글들을 좀 검열하고 거둬들이려 합니다.

메뉴상에 있는 '작품'이라는 두 글자가 너무 시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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