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나 자신을 믿는다는 것, 어쩌면 가장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부모님보다도 나를 가장 믿어주고 아껴줄 사람은 나 자신이어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그게 과연 가능할까? 나도 나를 믿을 수 있을까? 어릴 적부터 이런 질문들은 늘 내 머릿속을 떠돌았다. 세상은 너무 크고, 그 속에서 나는 한없이 작고 무의미했다.
부모님의 부재,상실,외로움… 하지만, 무언가를 잃고 부서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늘 그랬듯이 담담하고 평온한 듯 연기했다. 마음이 다쳐도 미소 지을 수 있는 것, 상처를 숨기는 것 역시 자연스러웠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라 했다. 그래도 난 늘 궁금했다 "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나는 질문들과 함께 마치 멈춰진 시간 속에 갇힌 듯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꿈? 나에게는 없었다. 주변 친구들은 꿈을 이야기하고, 희망을 품었지만, 나는 그저 그들이 나눈 이야기를 멀리서 지켜보는 방관자였다. 꿈을 꾸고 싶은 마음조차도 없었다. 숨을 쉬고, 먹고, 자는 것조차도 힘겨웠던 나날들. 뭐든지 잘하는 척 애썼던 날들, 남들이 꿈꾸는 미래는 그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늘 평범했다. "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사랑을 받지 못했을까?" 그 질문은 늘 나를 따라다녔다. 사랑받지 못한 내가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하지만 의문이 떠오를 때마다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각자의 길이 있는 거야. 나의 길은 남들과 다를 뿐이야."
그때의 나는 길을 잃은 작은 새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길을 잃었기에 나는 스스로 길을 찾는 법을 배웠다. 어쩌면, 내가 찾고 있는 길은 남들이 말하는 성공이나 꿈과는 다를지도 모른다. 길을 잃은 덕에 나는 나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꿈이 없다고 해서 무의미한 건 아니다. 어쩌면 내 안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힘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상처받은 어린 시절, 그 부서진 조각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 건 아닐까.
꿈은 꼭 거창할 필요가 없다. 때로는 그냥 살아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 남들이 꾸는 꿈과 내 꿈이 다르다고 해서 나의 길이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세상은 더 이상 나를 짓누르지 않았다. 나는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게 아니라, 사랑하는 법을 몰랐던 것뿐이었다. 내가 부족하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건 아니었다. 모든 길이 정해진 것이 아니었다. 내 세계는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지금은 그때의 나를 더 담담하게 바라본다. 그 혼란스러웠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다. 길을 잃는 건 더 넓은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였고, 그 길 위에서 나는 나 자신에게 물었다. "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인가?"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나는 그 질문들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했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믿었고, 그래서 나를 사랑할 이유조차 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때의 나를 조금 더 차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어쩌면 그 혼란과 고통이 나를 지금까지 이끌어준 힘이었을지도 모르니까. 난 이제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원하는 모습에 맞춘 나,이 모든 아픔이 나를 성장시켰을까,
아니면 여전히 그 상처 속에서 길을 잃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