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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나눔 Dec 29. 2022

자연과 대화하기

잘 있었어?

그동안 많이 자랐구나.

기특하기도 하지.

좀 답답했지?     


1박2일 국내 여행을 하고 오자마자 아내는 화분에 있는 식물들에게 가장 먼저 눈이 간다.

창문을 활짝 열고 물을 주면서 하나하나 쓰다듬으며 말을 건다. 

내 귀에는 대화가 아닌 독백이지만, 아내는 대화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집 화분에 있는 식물들은 하나같이 잘 자라고 윤기가 있다.

한번은 겨울에 죽은 식물 앞에서 자책을 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어머, 너 참 멋있다!

여기 새순도 돋았구나.

그래, 간밤에 좀 추웠지?     


나는 처음에 식물과 대화하는 아내를 보면서 눈을 똥그랗게 떴었다.

응, 이건 뭐지?

나도 자연을 너무 좋아하지만, 대화를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사실, 집에 있는 화분은 내 손길이 거의 미치지 않는다.

가끔 요청에 의해 무거운 놈들을 옮기는 일 정도를 할 뿐이다.

겨우 대문 옆에 있는 놈들 일주일에 한 번 물 주는 역할도 가끔 빼먹어서 핀잔을 받았다.     


“이제 큰 애들 키우는 건 자제하고 작은 애들 위주로 키워야 겠어.

관리하기 힘들어서.

그리고 이제 좀 줄여야지.”     


나는 내심 이제 좀 정리가 되겠구나 기대를 했다.

하지만, 큰 놈들은 그대로고 작은 놈들이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그렇지.” 

이제 더 이상 화분을 사지 않는다고 재차 다짐하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그리고 잘 안다.

시장에 같이 가면 또 꽃집에서 발을 멈춘다는 것을.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아내와 같다면, 기후 위기는 이슈가 안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기후 위기는 인간이 자연을 소홀히 대해서 생긴게 아닌가?

사실 따지고 보면, 인간도 자연의 일부다.

자연을 다스리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가장 고등한 자연이다.

우리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듯이 땅, 물, 나무, 동물 등 이웃들과 사이좋게 살아가야 한다.

그들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해는 끼치지 말아야 한다.

사람 사이에서도 그렇지만, 이웃에게 해를 주면 그대로 앙갚음 당한다.     

하지만, 저들은 우리에게 도움만 준다.

먹거리를 주고, 숨을 주며, 쉼을 준다.

우리의 생명을 유지 시킨다.

그런 이웃을 봤는가?

아낌 없이 주는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주었는가?     


고놈 기특하네.

잘 있었어?     


나는 사무실에 있는 화분 식물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대화하는 나를 발견했다.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했던가?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어느새 나도 자연과 대화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것은 독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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