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메뉴로 아귀찜 어떠세요?
회의실에 모여 각자 정해진 자리에 착석한 채
주간업무 보고자료를 읽어본다.
한 주간 "쉴 틈 없이 바빴다"라고 보여주는 자리.
몇 줄이라도 더 채워 넣어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졸리지만 눈빛만큼은 초롱초롱하게 보여야 하니
눈에 힘을 주고 인상을 살짝 찌푸려 열심히
고민하는 척 해주면 된다.
안 그러면 먹잇감에 바로 노출된다.
상대방이 발표할 때 가끔씩 쳐다보면서
점심메뉴를 생각한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침착한 목소리 군더더기 없는 멘트를 통해 질문이
비집고 들어올만한 구멍을 사전에 차단해 버리고
"이상입니다"로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보고받는 임원은 쓸데없이 무슨 말이라도 꼭 한다.
"앞뒤 옆 아래위" 정황 파악 없이 짓 거 린다.
내용도 대충 보고 대충대충 지시만 한다.
그가 하는 일은 명령과 지시하는 일
우리가 하는 일은 토시 하나 빠지지 않게 받아 적는
받아쓰기
그렇게 받아 적은 지시사항은 다시 보더라도 도저히
알 수 없을 정도로 페이지 없는 메모장에
필기체로 갈겨 쓰여 있다.
정자(正字)로 쓰인 글자에 계속 덧칠한 단어는
"오늘의 점심메뉴 인" 바로
"아귀(blackmouth angler) 찜"
먹어 본 기억은 없지만 오늘 유난히 당기는
음식이다.
보고 끝나고 그에게 물어 물어봐야겠다.
그의 입을 뚫어지게 보면서......
"오늘 점심메뉴로 아귀찜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