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아이 낳고 키우는 현실

그리고 배려받고 싶은 욕구.

by 초연

진안 신문 기사 내용 정정과 보충설명-

아이를 출산한 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고 이제는 친정엄마 찬스도 산후도우미의 도움도 없이 보낸 지 일주일이 되어가고 있다. 엄마는 그 사이 팔뚝에 알 수 없는 종기가 생겨서 수술을 해야 해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고 정부와 군의 지원 없이 하루 십이만 원 정도 비용을 부담하며 산후도우미를 계속 쓰는 부담도 컸지만 시간이 안돼서 못하고 다른 사람들 구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 남편과 나 둘이서 아이를 돌보며 보내는 중이다. 시어머니는 가까이에 사시지만 시어머니는 친정어머니처럼 결코 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엄마는 부엌에서 조금만 일을 해도 하지 말라고 하지만 갑자기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찾아 오셔서 자고 있는 손녀를 깨우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낮잠좀 자려고 하면 찾아오시니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누워 있기도 참 거시기하고-

지난 한 달 전쟁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 잠시 멈추고 침묵 명상을 들어가서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니 정말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 같다. 몸과 마음도 무너져버리고 영혼은 탈탈 털리고 나조차 내가 너무나도 낯설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게 힘들었다. 기대했던 가까운 사람들의 배려 없는 태도도 너무 화가 나고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해야 되는 상황이 너무나도 짜증 나고 온전히 쉴 수 없는 현실 또한 답답하고 힘들었다.

누군가 그러더라. 산후조리원은 배려받고 싶은 욕구라고. 솔직히 나는 그 비싼 비용을 내고 산후조리원에 가서 아이랑 떨어져 지내고 남편도 가족도 방문할 수 없고 누군가가 정해진 일정대로 움직여야 되는 게 답답할 거 같아서 가지 않았다. 혼자서 밥을 챙겨 먹지 못하는 남편이 걸렸고 모자동실 산후조리원이 없어서 아이랑 떨어져 지내면서 가까이서 관찰하지 못하고 아이가 배고플 때 바로 젖을 물리지 못하는 것도 미안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집에서 산후조리를 선택했다. 물론 좋은 점도 훨씬 많았다. 나름 여러 가지 준비한 부분들도 있었고 그 부분에서 만족하는 부분도 꽤나 크다. 하지만 제일 아쉬운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한다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배려받지 못한 게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이다. 남편은 아기가 행여나 아플까 봐 모든 부분에서 벌벌 떨지만 나는 강하니까 괜찮다는 식의 태도이고, 시 어머니도 산모보다 손녀가 자기 아들이 더 먼저이고, 시아버지랑 손녀보겠다고 아무때나 불쑥 불쑥 대문을 쾅쾅 두들기며 방문하시고, 보건소나 군청에 뭐 좀 알아보려고 하면 담당자 연결해드리겠다고 여기저기 전화 뺑뺑이를 돌리고 똑같은 말을 수차례 반복했는데도 불구하고 자기 담당 아니라며, 모른다며 안된다는 말을 반복하면 정말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이번 군수 면담 자리에서 많은 정책들을 제안하고 조례 개정들을 요구했지만 대단한 변화가 있을 거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 군수 만나는 자리에서 각 부서에서 담당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방법들을 알아보고 정리해서 면담 자리에서 만나자고 관계 공무원들에게 부탁을 했는데 군수님 앞에서는 나한테 보고하듯 말하는 분위기가 너무 경직되었다며 군수는 말을 잘랐고 시간이 없다며 서둘러 면담을 정리했고 방법을 모색해보라고 지시했다. 그런데 그 공무원이 나와서 하는 말이 조사하는데 너무 고생했다는 거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알겠지만 자기 담당일 하는데 고생했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앞으로 더 많은 일을 스스로 알아서 찾아서 할지는 의문이다.

더 이상 말할 힘도 싸울 힘도 없는 상태로 공무원들이 오고 가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는데 비서실장님 한마디에 얼어붙어있던 마음이 눈 녹듯이 내리는 듯했다.

‘ 공무원들이 자기 일에 책임을 갖고 일했으면 좋겠어요. 민원인들이 가장 많은 불만을 갖는 게 군청에 전화를 하면 담당자 연결해주겠다며 계속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고 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는 거예요. 처음에 전화 한 곳에서 제대로 잘 설명을 해주면 민원인도 화가 나지 않는데 계속 이런 식의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화를 돋우고 결국 더 큰 싸움으로 번지는 거죠. 오늘도 그런 일 때문에 제가 가서 사과하고 왔는데 애초에 설명을 잘하고 친절하게 응대하면 제가 가지 않아도 될 일이었어요. 여러분도 출산한 경험이 있으니 아실 거 아니에요. 출산한 이후에는 몸과 마음이 많이 예민해진 상태라 여러분들이 더 배려하고 친절하게 응대하셔야 돼요. 그리고 그렇게 해주시기를 부탁드려요. ‘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진안에 산부인과, 소아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산부인과, 소아과가 생겨도 진안
사람들은 의료 서비스에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전주로 가서 출산하고 진료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아이 낳는 사람도 없고 병원에 오는 사람도 없는데 유지가 가능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이번에 경험한 불편함 중에 하나였던 소아과에서 선천성 대사 검사도 제안으로 앞으로 진안 의료원에서도 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이 검사는 대부분 산부인과에서 출산하면 바로 그날 받는 검사이기 때문에 나처럼 조리원에서 출산한 사람만이 필요한 서비스이다. 그런데 보건소 통계상으로는 지금까지 진안에서 조산원에서 출산한 산모는 몇 년간 한 명도 없다고 했다.
정책을 제안하고 조례를 개정해서 진안이 전 보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곳으로 발전하면 좋겠지만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결국 나랏밥 먹고 사는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이다.

내가 진정으로 바랬던 것은 군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들이 군민을 위하는 마음과 진심이 담긴 태도였다. 그것이 지난 한 달간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유일하게 바랬던 것이기도 하다. 가장 기본적인 게 결여되었기 때문에 그토록 화가 났었다. 모두 본질은 잃어버리고 엉뚱한 것에만 관심을 쏟고 있으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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