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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선영 Jul 19. 2022

어, 그리고 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해결책이 나올 때가 있다. 대개는 실마리를 찾아 헤매다 마음을 툭 하고 놓는 그 순간에. 


오랫동안 손 뜯는 버릇 때문에 고생해왔다. 초조할 때 주로 뜯곤 하는데, 이렇게. 늘 엄지손가락이 발갛게 성나 있었다. 미관상으로도 건강상으로도 좋지 않다 여겨 고치려고 여간 노력한 것이 아니다.


을 본 주변 사람들이 튼 것 아니냐며 핸드크림 선물을 많이도 줬었는데 나는 그때마다 


'아니에요제가 뜯어서 그런 거예요.' 부끄러워하며 손을 감추곤 했다.


얼마나 손을 험히 뜯는지를 스스로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헌데 지난주였다. 피부과에 다른 일로 갔는데 그때 선생님이 내 손을 보시곤 건선인 것 같다고 하셨다. 나는 


'아녜요. 제가 뜯어서 그런 거예요.' 


하며 늘 그랬듯 발간 엄지를 안으로 밀어 넣고 주먹을 쥐어 감추었다그런데 선생님이 다시 


'건선인 것 같은데.' 


'이거 약이랑 로션 좀 많이 발라보세요.' 




하셨다. '건선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내가 뜯어서 그런 건데... 선생님은 내가 얼마나 뜯는지 모르셔서 그래.' 반신반의하며 그래도 처방받은 것이니 약이랑 로션을 듬뿍 발라봤다 헌데 손이 급격하게 좋아졌다. 그것도 2-3일 새에.


오랫동안 고치려고 한 버릇이었는데. 이게 내가 뜯은 게 원인이 아니라.. 애초에 건선이어서 피부가 일어나서 뜯게 되었던 거다. 손을 뜯은 건 건선의 결과였던 거다. 




몇 년째 십 수 년째 고치려고 했으나 고쳐지질 않았었는데로션을 많이 바르니까 피부가 덜 일어나고 덜 일어나니까 덜 뜯고 선순환되기 시작했다




어, 그리고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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