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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al Eclipse Aug 24. 2021

어서 와요 그대

<민들레> by 우효

https://www.youtube.com/watch?v=9mjwFeCiOsg








  롱디 커플은 정말 안.타.까.워. 

 그렇지 않니?

 말로야 그러지. 떨어져 있으니 더 애틋해지지 않냐고.

 장거리 연애는 사랑을 더 두텁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면서 말이야.


 애틋해서 더 그리워지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사랑의 근육은 우람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인정할게. 

 매일같이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평범한 커플의 애틋함이 10이라면

 우리의 그건 1000 정도는 돼야 할 거야. 길게 보면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어.


 그런데 그럼 뭐하냐고.

 그리워 안타까워 미치겠는 수치가 억 단위를 넘어가는데, 애틋함이 깊어져 봤자 무슨 소용이냐 이 말이야.

 물론 너만 갈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면 참아낼 수는 있어. 죽어라 힘들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세상엔 왜 이리도 많은 건지.

 견우 직녀보다는 그나마 우리가 낫다고 치자 뭐. 그쪽 커플보다는 자주 만나는 게 맞으니까.

 장점만 찾아봐야겠다. 

 네가 내 짝꿍이란 건 어떤 불리함도 이겨낼 수 있는 진리니까 굳이 들춰낼 필요도 없겠고.

 음.. 뭐가 있을까.


 그래, 그런 건 있겠다.

 우리 

 같은 곳에 살면 간 곳 또 가고 본 곳 또 보러 가는 일이 아무래도 많았을 거야.

 물론 장소가 중요한 건 아니야. 너만 있으면 그곳이 파라다이스니까. 

 그래도 

 지난주는 내가 가고, 이번 주는 네가 올 거니까.

 우리만의 공간은 어찌나 신선하게 늘어나던지.

 

 네가 사는 동네는 널 닮았나 봐. 가는 곳마다 환상적이야.

 카페도 맥줏집도 산책길도 어찌 그리 예쁜 거니.


 네가 오는 내 동네는 온통 설레임뿐이야. 슈퍼스타인 널 맞아야 하니까.

 네 마음에 들었을지 모르지만, 사랑하는 너와 함께 간 곳들은 어디든 반짝반짝.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없는 우리라서 주위의 밀도가 높아진다고나 할까.

 어땠어 넌?


 그래서

 우리가 손 부여잡고 있었던 너의 동네, 나의 동네는

 뚜렷이 가슴속에 새겨져 있어, 잊을 수가 없어 도무지.     

 그 모든 곳들에서 넌

 얼마나 절대적이었는지.

 

 귀여워 죽겠는 너의 표정들, 동작들.

 어느새 널 따라 하고 있는 날 알아채고 

 피식. 웃음을 흘리곤 해.

 널 볼 수 없는 숱한 시간, 내 안에 널 집어넣으려고 발악을 하는 듯.

 내가 널 따라 한다니 소름이 끼친다. 아이구 재수 없어. 

 천사를 따라 하는 못난이라니. 

 혹시 나랑 있을 때 내가 홀린 듯 네 흉내 내는 걸 눈치채면 한대 쥐어박아 줘.

 정신 차려야 돼.


 시간을 잡아당겨 주말을 당장 끌어오고 싶어. 무식한 소리 말라고 아인슈타인 할아버지가 한소리 할 지도.

 

 너.무. 보고싶다.

 네.가. 

 



 영화배우 중에 오드리 헵번만큼 명언을 많이 날린 사람도 없을 거야. 

 멋지고 아름다운 배우지만 당연히 너보단 아니란 거 알지? 네가 유명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

 만약 그랬다면 난 국민 악당이 되어서 남자들의 질투와 미움을 한 몸에 받았을 테니까.     


 화려한 외모보다 내면이 더 아름다운 오드리 헵번 답게 명언은 주로 이런 식이더라구.


 사랑스러운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봐라.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해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음식을 배고픈 사람들과 나누어라.


 기가 막혀, 그렇지 않아?


 그런데 요즘 내가 찰떡같이 와닿는 그녀의 명언은 조금 결이 다른 거야.

 바로 이거.


 "나는 애정을 받을 엄청난 욕구와 그것을 베풀 엄청난 욕구를 타고났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나한테도 해당돼.

 욕구라고 번역하니까 너무 거친 것 같다. 원어가 뭔지 알고 싶어.

 그렇다고 욕망이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고.


 아무튼 

 받을 사랑, 전할 사랑이 무지막지하다는 것만 기억해 줬으면 해.

 너로부터. 

 너에게로. 


 먼 거리에 있는 우리.

 난 걱정하지 않을 거야.

 몸이 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BullShit!


 미안해, 나쁜 말 써서. 그런데 안 쓸 수 없었어.


 언젠가 하루 종일 붙어있을 날이 계속 이어질 때

 지금이 많이 생각날 거야.

 그리움에 큰 숨 내뱉었던 날들.

 아른거리는 얼굴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들.

 그래도 그때는 모두가 풋풋한 추억이 되어 있겠지.

 그러니 힘내고 

 앞뒤 가리지 말고 사랑하자.

 함께 하지 못한 시간들 차곡차곡 쌓아뒀다가 제대로 터뜨려 버리자.


 너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을 동안에 나는


 민들레 홀씨가 되어.


 살랑살랑 너에게 날아갈게.


 고개 들어봐. 

 팔랑팔랑 네 주위를 도는 홀씨.


 그거 나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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