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슈퍼 업그레이드 완결판

‘안다이 똥파리’를 아시나요?

by Itz토퍼

"처음 만나는 사람이 갑자기 나이를 물으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올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는 이 질문을 들으면 솔직히 조금 기분이 상합니다. 70년대생 분들이 저에게 이렇게 물을 때가 특히 그런데, 뭐 화낼 정도는 아니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죠. 속으로는 늘 이렇게 되묻습니다. “아니, 뭘 알고 싶은 걸까?” 그래서 저는 굳이 나이를 말하지 않고, 학번을 알려드립니다. “70년대 학번이라서 죄송합니다.”


그러면 대부분 깜짝 놀랍니다. 왜냐하면 이런 질문을 던지는 분들이 대부분 저보다 한참 어린 경우가 많거든요. 즉, 듣기 좋은 말로 정리하자면, 제가 ‘보기보다 나이가 많고,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인다’는 뜻이죠. 이거, 혹시 은근한 자기 자랑처럼 들리나요? 참고로 프로필에 등장한 인물은 제 딸 보배단지가 AI로 젊게 만들어 준 겁니다. 노티 내지 말라구요.


아무튼 한국에서는 기분이 별로입니다. 그런데 이 반응은 우리만의 정서가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처음 만남에서 나이를 묻는 것이 거의 금기처럼 여겨지고, 서양 여러 나라에서는 나이를 마치 개인 서랍 속 깊숙이 넣어둔 기밀서류처럼, 당사자가 꺼내 보여주지 않으면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정보로 취급됩니다.


그 이유는, 나이를 묻는다는 것이 단순한 숫자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생애 경로, 위치, 역사에 함부로 손가락을 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문화권마다 그 선을 어디에 그을지 조금씩 다르게 정해 둡니다.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에는, 나이에 따라 관계의 깊이와 대화의 주제, 그리고 예의를 따져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묻게 될 때가 있습니다. 처음 보는 이에게 전혀 나이를 고려하지 않고 말하자니 또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나이를 두고 하는 대화는 마치 양파 껍질 같습니다. 한 껍질만 벗겨도 향이 확 올라오고, 조금만 더 벗기면 눈물이 날지도 모르는, 조심스러운 질문이죠. 저도 이렇게 아리송한데 상대방은 오죽하겠습니까.


대화란 그런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행동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섬세한 감각과 조절이 필요한, 마치 온도를 맞춰가며 끓이는 탕과도 같습니다. 그냥 ‘끓인다’가 아니죠. 절차와 온도, 방법이 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화 속에서 왜 불편한 일이 생길까요?


우리는 대화를 나누면서 의도치 않게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들곤 합니다. 실은 전혀 다른 뜻이 없었는데,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대부분 ‘상대방의 입장’이 아니라 ‘나의 입장’에서만 말하기 때문입니다. 대화는 혼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둘 이상이 함께 ‘주거니 받거니’ 호흡을 맞추어 가며 만들어가는 흐름입니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박자를 맞출지 한 번쯤 더 떠올리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일상에서 쉽게 저지르는 말의 덫은 뭐가 있을까요?


결혼 계획을 묻는 질문, 연봉을 캐묻는 질문, 주말에 무엇을 했는지 묻는 사소한 호기심. 이 모두가 때로는 상대방에게 벽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사이 이 정도면 물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철저히 '나의 기준'입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건 니 생각이고”죠. 친하다고요? 사실 그것 또한 ‘니 생각’일 때가 많습니다. 친하다는 것은 서로가 함께 생각하는 경계이지, 일방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행여 조금 친하더라도, 친근하다고 던진 말이 사생활 침해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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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등장하는 오늘의 주인공, ‘오지랖’입니다.


오지랖은 본래 옷의 앞자락을 뜻하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앞자락이 넓어서 이리저리 걸리적거리듯 남의 일에 참견하는 행동을 의미하지요. 도움 요청이 없었음에도 자신의 경험을 앞세워 “이건 이렇게 해야 해”라고 충고하는 모습이 바로 오지랖입니다. 본인은 선의라고 주장하지만, 듣는 사람은 전혀 아닐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부담스럽고 거리를 어느 정도 두고 싶어 집니다.


라이딩을 하다 앞서 가는 한 여성 홀로 라이더를 발견했습니다.


알다시피 로드바이크(사이클)는 뒤를 따라가면 엉덩이 부분이 보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그렇다고 ‘띵’ 하고 뚫어지게 쳐다보기는 오해받기 좋으니까, 고개를 숙였다가 앞으로 치고 나가는 척하며 다시 보니, 엉덩이 부분에 왠 붉은 자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확실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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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를 나만의 색으로 물들이며, '나답게' 걸어가는 글무리 작가 Itz토퍼입니다. 오늘도 작은 위로와 사유의 빛을 담아, 나만의 이야기를 조용히 써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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