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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Oct 12. 2017

스페인어 perro와 pero

미세한 발음 차이에서 생길 수 있는 오해

어느 언어나 비슷한 발음이나 억양을 가졌지만 다른 뜻을 가진 단어들이 있고 그로 인해 오해들이 생기기도 한다.

스페인어 중에 발음이 비슷한 Pero와 Perro (뻬로)라는 단어가 있다.

Pero는 "하지만"이라는 뜻이고, Perro는 "개"라는 뜻이다.

개를 뜻하는 Perro는 두 개의 R을 가진 스펠링을 쓰고 있어서 잘 들으면 Pero와 살짝 발음이 다르고, 문장 안에서 들으면 오해할 일이 별로 없지만 스페인어에 막 입문한 사람들에게는 이 두 단어의 구별이 쉽지 않다.


 BUT...    


이 빼로라는 단어 때문에 스페인어를 처음 배우던 어학원에서 웃지 못할 일이 있었다.


스페인어 선생님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어떤 스페인 음식을 좋아하는지 학생들에게 물었고

저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서 이름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내 차례가 되어 나는 "나는 스페인 음식 대부분을 좋아하는데 그중에서도 해산물 요리가 좋다. 하지만 스페인 음식 중에 지나치게 짠 것들이 있는데 그 음식들은 싫다."라는 대답을 하기 위해 첫 문장을 답하고  Pero (하지만)라는 단어를 써 다음 문장을 연결하려 했다.


어느 언어를 배우건 나는 수업 중에 "하지만" "왜냐하면"이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처음 영국에 유학 가서 영어를 배울 때 익힌 방법으로.. 선생님이 무언가 질문을 했을 때 한 문장이라도 더 만들어서 답해보자는 생각에 말끝마다 "But" "Because"를 붙여서 또 다른 문장을 만들어 내고는 했었다.


묻는 것만 답하면 단순히 한 문장을 연습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But, Because 등의 단어를 쓰게 되면

한 문장을 더 만들어보고 더 연습하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어를 배울 때도.. 스페인어를 배울 때도  이 "하지만" "왜냐하면"을 고수해 왔다.



그런데... 내가 뻬로 "Pero"라고 답하는 순간 몇 자리 건너에 앉은 독일인 여인네가 놀라며 "What?"이라는 괴성을 질렀다.

교실에 있던 모든 이가 놀라서 그 독일 여인네를 바라보았더니 그 여인네가  선생님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영어와 스페인어를 섞어가며 말을 이어갔다.

"She said... she eats perro"


스페인에 거주한 지  몇 달 지나지 않는 이 독일 여인네... 늘 진도가 너무 빠르다고 힘들다고 했었는데  

아마도 Pero (하지만)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니 문장 안에서 어떻게 쓰였는지도 알 턱이 없었나 보다.

눈을 크게 뜨고 "너 Perro.. 개를 먹는다고?"를 여러 차례 물어왔다.


"아니... Perro (개) 가 아니라 Pero (하지만),.. But in English."

"그래 Perro."

아줌마... 나는  Pero 가 아니고

Perro, Perro, Perro.. Dog, Dog, Dog..




스페인어 선생님이 상황을 알아차리고 "No Perro", "Pero"라고 끼어들었지만 그 미세한 발음의 차이를 알지 못했던 독일 여인네는 팔을 허부적 거리며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Perro, Perro를 반복했다.

이 여인네 평소에도 늘 자기 개 사진을 보여주며 행복해하는 엄청난 애견가인데 개를 먹는다고 알아들었으니 그 표정이 어땠을지는 상상에 맡긴다. ^^


결국 선생님은 칠판에 Perro와 Pero 의 스펠링은 쓴 다음... 영어로 Dog과 But이라고 해석을 달아주었다.

이것을 한참 동안 들여다본 독일 여인네.. 아.. 하며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웃으며 Perro, Pero, Perro, Pero를 수없이 중얼거리고 교실 안의 사람들은 헛웃음을 지으며 나와 그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외국어를 하다 보면 미묘한 발음의 차이나 표현 때문에 생기는 오해가 종종 있는데 이때는 스페인어의 미묘한 발음 차이 덕분에 나는 하마터면 Perro (개) 먹는 여자가 될 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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