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해도 똑같을 텐데.. 출근길이 무거운 당신에게(3)

[시리즈] 일잘러의 심리학

by 테오
image.png 출처: 나노바나나프로


점심시간입니다. 같이 먹자는 말을 꺼내기가 어색합니다. 결국 자리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폰을 봅니다. 사람들로 가득 찬 사무실인데, 이상하게 외롭습니다. 이 감정, 혼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2025년 프론티어스 인 퍼블릭 헬스(Frontiers in Public Health)에 발표된 연구는 서울 수도권 청년 직장인의 외로움을 추적했습니다. [1] 외로움이 높은 직장인일수록 우울 증상이 유의하게 높았고, 근무 환경의 질이 이 관계를 악화시켰습니다.


직장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닙니다. 성과를 갉아먹고, 창의성을 죽이고, 결국 퇴사로 이어지는 구조적 위험입니다. 그렇다면 팀을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관계 크래프팅이란 무엇인가


지난 두 편에서 잡 크래프팅의 세 경로 중 '인지 크래프팅'을 다뤘습니다. 오늘은 마지막 축, 관계 크래프팅(Relational Crafting)입니다.


관계 크래프팅이란 직장에서 누구와, 얼마나, 어떻게 상호작용할지를 스스로 조정하는 행동입니다. 부서를 옮기거나 팀을 바꾸는 게 아닙니다. 이미 있는 관계의 질과 빈도를 의도적으로 재설계하는 겁니다.


한국 직장인 대상 연구는 이 점을 뒷받침합니다. 직장 외로움이 업무 몰입(Work Engagement)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동료 교환(Coworker Exchange) 관계의 질에 따라 완화되었습니다. [2]


쉽게 말해, 동료와의 관계가 좋은 사람은 같은 수준의 외로움을 느끼더라도 업무 몰입이 덜 무너졌습니다. 관계의 질이 일종의 심리적 완충재 역할을 한 겁니다.




에너지를 주는 관계, 빼앗는 관계


모든 직장 관계가 같은 것은 아닙니다. 미시간대의 웨인 베이커(Wayne Baker) 교수는 '관계 에너지(Relational Energy)'라는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관계 에너지란, 특정 사람과 상호작용한 후 느끼는 심리적 활력의 수준입니다. [3] 어떤 동료와 이야기하면 에너지가 올라가고, 어떤 동료 뒤에는 피로감만 남습니다.


2025년 체계적으로 여러 문헌을 리뷰한 결과에 따르면, 긍정적 관계 에너지를 발산하는 리더와 함께할 때 직원의 인지적 안녕감(Cognitive Well-being)*이 상승했습니다. [3] 이 효과는 리더뿐 아니라 동료 간에도 작동합니다.


관계 크래프팅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에너지를 주는 관계를 의도적으로 늘리고, 에너지를 빼앗는 관계의 영향을 줄이는 것.


*인지적 안녕감: 개인이 자신의 삶이나 현재 상황에 대해 이성적으로 평가하고 느끼는 '전반적인 만족감'을 의미합니다.




세 가지 실천법


첫째, '에너지 지도'를 그려보세요.


이번 주 가장 많이 대화한 동료 5명을 떠올려보세요. 각각과 이야기한 후 에너지가 올라갔는지, 내려갔는지 표시합니다.


이 간단한 지도만으로 자신의 관계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에너지를 올려주는 사람과의 접점을 한 번 더 만드는 것, 그것이 관계 크래프팅의 시작입니다.


둘째, '5분 대화'를 의도적으로 시작하세요.


2024년 조직행동학 저널(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에 실린 연구는, 관계 크래프팅이 직무 설계와 결합될 때 업무 에너지와 성과가 동시에 높아진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4] 핵심은 깊은 우정이 아니라, 짧지만 의미 있는 교류(Micro-connection)였습니다.


커피를 내리면서 "요즘 프로젝트 어때요?"라고 한마디 건네는 것. 회의 전 2분간 안부를 묻는 것.

이 작은 순간들이 쌓여 관계의 질을 바꿉니다.


셋째, 피드백을 요청하세요.


관계 크래프팅에서 가장 간과되는 전략이 '피드백 구하기(Feedback Seeking)'입니다. 동료에게 "이 부분 어떻게 생각해?"라고 묻는 행위는 두 가지를 동시에 합니다.


상대방에게 존중의 신호를 보내고, 나에게는 사회적 자원(Social Resource)을 확보합니다.


image.png 관계 에너지 지도


한 가지 경계를 지켜주세요.


관계 크래프팅이 모든 동료와 친해지라는 뜻은 아닙니다. 에너지를 빼앗는 관계를 무리하게 개선하려다 오히려 소진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선택입니다. 모든 관계를 바꾸려 하지 말고, 에너지를 주는 소수의 관계에 집중하세요.


세 편에 걸쳐 잡 크래프팅의 세 가지 경로를 살펴봤습니다. 과업은 바꾸기 어렵지만, 해석은 바꿀 수 있고, 관계는 재설계할 수 있습니다.


오늘, 에너지를 올려주는 동료에게 커피 한 잔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References

[1] Lim, J. et al. (2025). Exploring the association between loneliness, work environment, and depressive symptoms: evidence from young Korean workers in the Seoul Metropolitan Area. Frontiers in Public Health, 13, 1593957.

[2] Peng, J. et al. (2021). The Effects of Workplace Loneliness on Work Engagement and Organizational Commitment: Moderating Roles of Leader-Member Exchange and Coworker Exchange. Sustainability, 13(2), 948.

[3] Owens, B. P. et al. (2025). Leader Positive Relational Energy: A Systematic Review. International Journal of Applied Positive Psychology.

[4] Doden, W. et al. (2024). Does it take two to tango? Combined effects of relational job crafting and job design on energy and performance.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45, 1257-1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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