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이 자폐래요 24

(25.12.24)

by 우리 아빠



출근길.

잠실광역버스센터에서 지하철로 넘어오던 중,

구석 벤치 앞에 서서 혼잣말을 중얼거리시던 아저씨가 있었다.


주의 깊게 내용을 듣지는 않았지만,

어떤 아주머니에게 맞았다는 이야기의 말들을

두서없이 혼자 중얼중얼 내뱉고 계셨다.


저 분도 혹시 자폐 성향이 있으실까?

아니면 뇌병변? 지적장애?


그 무엇이든, 저 분만의 세계 그 안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있으려나.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그저 그런 하루의 무엇일까.

아님 어찌할 지 몰라 갈팡질팡 하는

헤아릴 수 없는 어려움일까.


사실 각자만의 셰도우 복싱을 펼치는

타인이 이해할 수 없는 개인의 영역은

모두에게 있는 것 같다.


다만 그 영역의 견고함과 경도의 차이가

소위 말하는 ‘유두리’일 것이고,

유연한 상황 대처 능력에 대한 척도이지 않을까.


나 역시 나만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 세계는 꽤나 고집스럽고, 둥글지 못하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는 사회생활서

나의 감정에 휩싸여 불필요한 말들을 쏟아내고,

그로 인해 일어나는 타인의 감정에는 무관심한 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말을 하였다’ 합리화하는 태도가

나에겐 무척 많다.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다는 내 딸의 진단이,

그래서 나로 인한 유전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래, 결국은

나 때문인 거야. 내 유전인가 봐.


타인과의 상호작용이라는

자폐 스펙트럼의 핵심을 담은 주제와도 같은 말이

나에게는 정말 아무 문제가 없는 영역인가.


더 나아가서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어려움을 겪는 문제이기에


“사람이 살면서 인간관계가 제일 어렵지.”

“원래 사람이 제일 무서운 거야.”


같은 말들이 으레 우리 삶에서 들려오는 것은 아닐까.


그나마 요즘 다행인 것은,

우리 아기의 모든 모습이 마음 아릴때가 많아서인지

타인의 아픈 소식들이 예전보다

훨씬 더 깊고 뚜렷한 상흔을 내는 것 같다.


“정말 힘들 것 같다.”

“너무 아프겠다.”


같은 감정들이 예전보다는

더 깊고 진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말을 조심하게 되고,

함부로 생각하지 않게 되고,

이해해 보려, 헤아려 보려

노력도 한번씩 하게되는 것 같다.


어쩌면 나에게 있을 자폐 성향은

우리 딸로 인해 조금은 호전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또다시

아까 스쳐 지나간 그 아저씨가 떠오른다.


지금도 여전히 혼자만의 이야기를 하고 계실까.

’혼자만의 이야기’라는 것조차

내가 감히 넘겨짚은 것은 아닐까.


그동안 어떤 어려움들을 겪으셨고,

지금은 어떤 삶 속에 놓여 계실까.


얼마 전만 해도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일이다.

그저 ‘이상한 분이네’하고 지나쳤을 장면이


괜히 마음이 쓰이고

걱정이 된다.


나 역시

치료중이다.

나의 ‘자폐 스펙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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